작가명 : 임재영
작품명 : [살인중독]
출판사 : 문피아 정규연재
[살인중독]을 읽으면서 어떤 기묘한 느낌이 계속 머리 한 구석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습니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떠올린 것은 바로 로버트 드 니로가 열연했던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택시드라이버].
베트남 전쟁과 히피문화등으로 혼란에 빠져있던 1970년대 미국사회를 잘 표현한 영화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가장 충격을 받았던 것은 뭐니뭐니 해도 주인공의 광기, 정확히는 광기로 점점 변질되어가는 과정 그 자체였어요. 물론 드 니로의 열연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겠지만요.
흥청거리는 뉴욕의 밤거리는 베트남 참전용사였던 택시기사 트래비스(로버트 드 니로)에게 창녀, 마약쟁이, 동성연애자들 같은 인간쓰레기들이 가득찬 타락한 곳이었고, 전쟁후의 사회에 쉽사리 적응하지 못하는 자신도 어떻게 보면 그들과 다를바 없지만 자신이야말로 쓰레기들을 청소할 수 있다는 편집증세를 점차 가지게 되고 광기의 모습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물론 [살인중독]의 주인공 지훈과 [택시드라이버]의 트래비스를 완전히 등치시킬 수는 없습니다. 21세기 서울의 평범한 회사원인 지훈과 강박증과 편집증을 가지고 있었던 사회부적응자 트래비스를 똑같은 관점에서 바라볼 수는 없을테니까요. 하지만 주인공 지훈의 주변에는 그야말로 인간쓰레기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정실장과 자신의 사랑과 순정을 너무나도 쉽게 이용하는 김서희, 물질만능주의라는 거창한 단어도 필요없는 된장녀 한명선 등의 몇몇 악랄한 인간군상들이 반복적으로 주인공을 좌절하고 분노하게 만듭니다. 2007년 서울에서 살아가는 소시민인 지훈이 느껴야했던 일상의 스트레스와 분노는 어쩌면 트래비스가 뉴욕의 밤거리에서 느껴야 했던 그 좌절감과 분노와는 상당한 공통분모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전쟁으로 인해 인간성이 훼손되고 혼란스러운 가치관속에서 방황했던 트래비스는 그 혼란속에서 자신이 인간청소부를 자임하고 나서면서 결과적으로 어설픈 영웅이 되고 말지만, [살인중독]의 지훈은 그보다 더욱 무섭고 지독한 광기를 이제 보여주려고 합니다. 아마도 [살인중독]을 읽으면서 들었던 어떤 기묘한 느낌도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모르지만, 지훈의 예정된 광기에 대한 묘한 흥분감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이런 흥분감은 자신의 분노와 증오를 해소하고 복수를 하기 위해 더욱 치밀하고 주도면밀한 살인기획안을 만들어 내려 하는 지훈의 모습에서 그 절정을 맞이하게 됩니다. 고작 머리를 박박 밀고 권총을 뽑는 연습을 하는 정도의 어설픈 준비를 하고, 나중에 정작 충동적이고 우발적으로 살인을 하게되는 트래비스는 어떻게 보면 귀여울 정도이죠.
아직 글의 초반단계라서 이 글이 어떻게 나아갈지는 모르겠고 흥분의 절정은 훨씬 뒤로 갈수록 더욱 거대하고 농밀해지겠지만, 지훈이 이제부터 보여줄 광기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지 벌써부터 많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미 중독되어 버렸습니다.
여러분도 [살인중독]에 중독되는 즐거움을 느껴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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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소개는 미리니름이 될 것 같아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약간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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