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최주민
작품명 : 리스타트
출판사 : 북박스
오늘도 괜찮은 작품을 찾아냈습니다. 제목보고 선뜻 손이 안갔었는데 읽어보니 상상 이상이로군요. 꽤 오래전에 비슷한 제목의 글을 읽고 당한적이 있어서. 그책은 읽다보니 남자가 여자로 변했던가 하는 트랜스물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장르중 하나가 트랜스물이거든요. 거의 여성작가분들이 많이 쓰시던데.
세파에 찌든 30대 주인공. 세상에 지쳐가서 절망할때쯤 악마 나디아의 동생이 나타나서 이계로 전송시켜주기 위해 언니인 나디아에게 보내주는데..
나디아는 이계로 보내기 전에 나름 준비를 시켜줍니다. 그 과정에서 최상의 육체, 절대의 기억력, 빼어난 외모를 얻습니다. 주인공을 서포트해 줄 반지의 정력(=서큐버스)도 얻고 세상에 대한 지식도 미리 공부하구요. 그리고 도착한 이계, 몰락한 귀족가의 자제라는 신분을 가지고 용병으로 활동합니다. 나디아로부터 3가지의 조건을 나중에 들어주어야 한다는 말과 함께.
이 글은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전형적인 이계진입 판타지입니다. 제목을 약간 공격적으로 썼지만 깽판물은 아니죠. 이 소설은 전형적인 코드대로 흘러가는 작품입니다만 좀 묘합니다. 이계깽판물들을 꼬아서 비판하면서도 그대로 흘러갑니다. 하지만 개념없이 이중적인 성격을 가진 글은 아닙니다. 전형적인 코드를 탑재하면서도 이계깽판물들의 대표적인 부분들인 기연, 무공, 천재, 할렘등에 대해서 상당부분 제제를 가하고, 작가 스스로도 어느정도 비판하고 있지요.
주인공을 도와주는 악마 나디아는 자신의 목적을 가지고 주인공을 데려옵니다. 보통 언급되는것처럼 제물을 원하거나 세상을 비탄에 잠기게 하거나 하는건 아닌것 같습니다. 악마의 성격이 조금 다르게 묘사되는데 세상을 이루는 축 중 하나입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세상이 음양이라면 일반적으로 받드는 신은 양, 악마는 음이라는 거지요. 소설내에서도 성격이 좀 재밌습니다. 톡톡 튀는 아가씨 비스무리하다고나 할까요. 주인공을 나디아에게 보내준 동생은 무려 2만년동안 순결을 간직...
17세의 육체를 가졌으면서도 30대의 정신을 가진 주인공. 주인공은 기존의 자아를 유지하면서 이계에서의 인생을 개척해 나갑니다. 바로 이 부분이 다른 이계깽판물들과 이 소설이 차별화되는 점입니다. 상당수의 소설들이 진행되다보면 원래의 자아가 상당히 흐려져 버립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이 부분이 상당히 강조되고 있습니다. 몸은 17세라도 자신의 자아가 우선시되어 흔히 말하는 '어린놈들의 깽판질'이 이 작품에는 없다는거지요.
그리고 내용전개도 다들 개연성이 충분합니다. 대충 흘러가는것 같은데도 처음과 나중이 짜맞춰져 갑니다. 그 중심에는 소설에는 초반 빼고 거의 등장하지 않는 악마 나디아가 있지요. 그렇기에 읽으면서 전혀 부담이 안됩니다. 내용도 적당히 가벼운데다 개념에 개연성까지 있으니 편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개념에 개연성이 잡힌 작품이라도 장르소설인이상 재미가 없으면 말짱 꽝이지요. 이 부분에서 이 작품은 충분히 합격점입니다. 작가분이 나이가 적당히 있으신분 같아서인지 작품에 조금씩 사회비판적, 이계깽판물들을 꼬아주는 뉘앙스가 있습니다. 그리고 대사들도 위트가 넘치구요. 내용전개도 아주 재미있고 흥미롭습니다. 캐릭터들의 성격도 틀이 잘 잡혀 있구요.
한마디로 정말로 읽을만한 이계진입물입니다. 일곱번째 기사처럼 온몸을 짜릿하게 하는 흥분도 없고, 하울링과 황제를 향해... 처럼 등장인물들의 개성도 튀고 글도 튀는건 아닙니다만. 충분히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좋은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칭찬하고 싶은것은 읽는내내 흥미를 떨어뜨리지 않고 재미를 유지해나간다는 것이겠죠.
읽어보세요.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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