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마그놀리아
작품명 : 아르제스 전기
출판사 : 청어람
에게해의 쪽빛 바다,
시오노 나나미의 모든 작품들,
그리고 명쾌한 삶을 살았던 모든 영웅들에 대한 오마쥬.
아르제스 전기의 제일 첫장에 적혀 있는 글이다.
에게해, 시오노 나나미, 영웅 이 세 단어를 가지고 연상한다면 한 인물이 떠오른다. 바로 '율리우스 케사르'. 덧붙이면, '라인 제국의 역사 서문' 이라고 소개되어 있는 글도 로마인 이야기의 구절을 따온 듯 하다. (표지의 신전 모습이나, 등장인물들의 작명 방식, 관직명 등을 보면 로마 시대를 참고해서 배경을 설정했다는 게 느껴진다.)
로마인 이야기에서 '율리우스 케사르' 편을 읽어본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그의 삶은 그리 부유하다고 할 수 없는 귀족의 삶으로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전투와 정적들의 도전을 물리치고 마침내 로마시대 최고의 영웅이라고 불리우게 되는, 아주 흥미진진하고 파란만장한 삶을 보여주고 있다. 아르제스 전기도 마찬가지, 대략의 내용은 주인공인 아르제스가 과거에는 영화로왔지만 현재로는 별 볼일 없는 귀족 가문에서 어떻게 자신의 기반을 닦고 거대한 인물로서 성장하는가에 그 중점을 두고 있다.
물론 로마인 이야기에서 율리우스 케사르가 보여준 삶은 로마인 이야기에서 제일 재밌는 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케사르의 일대기에서 모티브를 그대로 따왔다고 해서 그 소설이 좋은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주인공의 일대기를 얼마만큼 독자들이 납득할 수 있게 개연성을 부여하고 완벽한 구성으로 전개해서 독자들이 흥미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이끌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즉, 아무리 재료가 좋더라도 기본적으로 작가의 능력이 좋아야지만 좋은 작품이 만들어진다는 것이고, 이것은 절대불변의 진리이다.
아르제스 전기는 얼핏 보면 거대한 음모세력이 존재한다는 느낌을 주는 복선은 보이지 않는다.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 아르제스 전기의 배경은 로마시대를 따 왔고 마법이 등장하지 않는 세계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무협이나 판타지에서 등장하는 '암흑 속에 가려진 엄청난 악의 세력' 이 여기서 등장할 건덕지가 없다. 오직 극의 긴장감을 유지시키기 위해 사용해야 할 것은 정적들과의 정치적인 대결이나 적국과의 전투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젋은 날의 여자 문제만큼은 우유부단함과 어리석음의 극치를 달리는' 아르제스인 만큼 여자문제도 조금의 긴장감을 주기는 한다.)
아르제스 전기의 장점이 여기서 드러난다. 전투 장면은 판타지와 무협에서 많이 본다 어디서나 나온다. 하지만 그 전투 장면이 일반적인 판타지와 무협에서 보는 전투 장면과 틀리다. 왜 그런가 하면... 전투 이전의 각 국가간의 이해관계를 잘 묘사했고, 장수들의 성격과 능력, 장점과 단점에 대해서도 잘 묘사했고, 순간순간의 변하는 전장에 대한 장수들의 대처가 꽤 개연성이 있으며, 의성어와 의태어가 거의 쓰이지 않고 전장에 대해서 아는 한 자세히 묘사할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같은 편이면서도 정치적으로 상반된 위치에 있는 장수나 적국의 장수도 상당히 능력이 있는 장수로 묘사함으로써 극의 긴장감을 더더욱 높여준다. 요약하면 그만큼 작가가 전투를 사실적으로 묘사할려고 노력을 한 흔적이 보이고 그만큼 독자는 책을 읽으면서 그 전투 장면에 흠뻑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굳이 전장이 아니더라도 글의 모든 부분에서 드러난다. 보통의 작가가 그냥 몇마디 말로 처리하고 넘길 상황이나 주변 배경도 자세하게 묘사해 줌으로써 독자가 저 잘 책의 내용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책의 어떤 부분이라도 그냥 눈으로 쓱 훑고 넘어갈 부분이 없이 세세하게 읽어보고 집중을 하게 된다. 덕분에 책이 빈 공간이 없이 꽉 차있는 느낌을 준다. (개인적으로 의성어나 의태어가 난무하는 책을 보면 정말 짜증이 난다.)
아르제스 전기, 정말 없는 시간을 비워서 읽어 보아도 정말 아깝지 않은 책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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