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형님은 말이에요, 참 멋대가리 없는 사람이에요.
늘상 무표정한 얼굴에 가끔씩 한마디 툭툭 내뱉는 말들은 어쩜 그리 무감각하고 사
람 복장을 뒤집어 놓는지 원래부터 형님의 성격을 모르는 사람들은 대뜸 인상을 찌
푸리곤 한답니다. 심할때면 칼부림까지 일어나곤 하지요. 그래서 형님의 검은 하루
라도 피가 마르지 않는 날이 없답니다. 물론, 그 대부분이 적들이 죽어가면서 남긴
유고(遺菰)에 지나지 않았지만요...
아참, 형님의 소개를 하지 않았군요. 형님의 함자는 유철상(劉鐵霜), 철의 서릿발
이란 뜻이죠. 정말 멋지지 않나요? 그래도 제가 형님으로 뫼시게 된 데에는 그것뿐
만이 아닌 다른 깊은 의미가 있답니다.
평소 겉과 속이 다르고, 사람을 대함에 그 외양으로만 차등을 두는 인간들을 가장
경멸해오던 저였던지라 강호상에 쫘~악 퍼진 형님의 무용담을 듣는순간 옳타구나!
하고 감탄을 하게 되었답니다.
풍뢰검법(風雷劍法)이라는 절정의 겁법을 성명절기로 삼으시는 형님의 검은 강호도
상에서 무섭기로 소문이 나 있지요. 또한 검에는 눈이없어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는
명언을 가장 올곧게 지키는 분이 또 형님이기도 하고요.
듣기로.. 어떤 비밀 결사대의 수장되는 계집이 형님을 끌여들어 모종의 음모를 꾸몄
다나 봐요. 형님의 아버님되는 분의 연과 몇가지 더러운 술수로 형님을 수중에 끌여
들인 그 악독한 계집이 글쎄 손 안대고 코푸는 식으로 형님을 적당의 소굴, 사지에
밀어넣고 그 중간에서 어부지리의 이점을 노렸던 거예요.
하지만 절세고수인 형님께선 오히려 놀라운 신위로 적당들을 모두 전멸시키고, 자신
을 사지에 밀어넣은 그 집단을 찾아가 아예 깡그리 쓸어버렸다지요. 듣기로는 그 계
집은 사색이 되서 앉은자리에서 오물을 질펀하게 쏟아냈다네요...쿡쿡
왜, 남자들은 그런거 있잖아요? 특히 희비가 무쌍한 강호인들은 저한테 칼을 들이대
는 자들에겐 일말의 용서도 없지만 그 대상이 여자, 그것도 눈이 번쩍 뜨일만한 미
녀라면 갑자기 풍이라도 맞았는지 헤실거리며 바로 인명재천의 자세로 돌입하곤 하
는... 난 그런 이중인격자들이 무지하게 싫었는데, 형님께서는 그 고정관념을 처음
으로 산산히 깨뜨리며 굳은 강호인들의 머릿속에 경종을 울리셨었죠.
또 마음에 드는건 형님이 선택한 부인이 다름아닌 시중의 노류장화 만도 못한 패악
한 산적무리에 억류되어 노리개 감으로 전락한 여인네를 구출해 맞아들였다는 일화
였지요. 당시 형님 곁에는 명문정파의 집안에 무공도 한가락하고 재색을 겸비한 어
린 여협이 있었다네요. 그녀는 아마도 형님이 강호행을 마치는 때가되면 당연히 제
가 형님의 정인이 될 것이라고 착각을 하고 있던 모양인데,(그때당시 강호의 보편적
인 도의에 비추어봐도 그랬지요.) 이미 첫눈에 서로의 상처를 알고 보듬는 지경에
이른 성인들의 사랑에 대한 지식이 천박한 수준이었다는게 그녀의 죄아닌 죄였지요.
아마 뒤통수를 제대로 먹인 낭아곤으로 후려맞은 충격이었을 겁니다. 우하하~~ 고
것 쌤통이다!
뭐, 형님의 행보에 마음에 안드는 것들도 많아요. 그 분의 자유분방한 성격을 나는
좋아하지만, 개연성없는 싸움질은 좀 적당히 하셨으면 좋았을걸...그리고 도무지 종
잡을 수 없는 성격(어쩔때는 피에절은 살인마처럼 적당들을 도륙하다가도 적당한 두
목급의 인물을 만나면 항상 폼인지 여유인지 잡으시더라고요.)좀 그렇내요. 마지막,
단지 한 가지의 겁법을 가지고 초식명을 외울정도로 강호행의 끝까지 사용하셨다는
건...(상대에 따라 초식에 차등을 두시며...)요즘같으면 어디 독설당(毒舌堂)같은데
끌려가 난도질당할 만행이지요...쩝.
어쨌든, 형님의 행보가 그 당시 강호인들의 굼뜬 인식에 한가닥 파란을 일으켰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음이니 이 어리숙한 소제는 고개숙여 감읍할 따름입니다.
그런데 형님의 무용담을 처음으로 강호에 알린 그 개방의 뭐시다나..석송자(石松子)
는 언제쯤 폐관을 마치고 재출도 한답니까? 요즘 통~ 소식이 없네요. 쩝쩝..
ㅡ 후략 ㅡ
추신 ㅡ 며칠 전 형님이 보내주신 풍뢰검보(風雷劍譜)는 황건표국(黃巾標局)을 통해
서 잘 받아보았습니다만, 이거 한자로 되 있네요... 누구 한자번역 사이트
좋은곳 아시는데 없나요? 있다면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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