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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1 예양(芮陽)
작성
04.03.29 02:07
조회
2,328

  제  목  : 황금인형(黃金人形)   전 6 권

  작  가  : 장 경 (長 鯨)

  출판사  : 도서출판 청어람

  출판일  : 2003년 9월 15일 ~ 2004년 3월 3일

장경(長鯨)의 여덟 번째 작품 인 황금인형(黃金人形)은, 작가가 처음으로

연재의 형식을 빌어 출간 전에 꽤 많은 분량을 미리 선 보인 적이 있었다.

그런 탓에 장경의 다른 작품보다 인지도 면에서는 훨씬 높은 점수를 받은 작품이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한다. [인지도가 높은 것]과 [판매부수가 많은 것]과의

상관관계가 부디 긍정적이길 바란다.

우는 아이 형상을 한 황금인형의 향배(向背)가 이 소설의 근간(根幹)이다.

응천부와 연왕부의 찬탈(簒奪)을 둘러싼 정치적 배경에, 마교의 준동을 막으려는

정파의 몸부림이 어우러지고, 고려의 무예와 중원의 자존심이 부딪는(이런 경우에

부딪치다와 부딪히다 중 어느 것이 맞는 표현인가) 그 중심에 황금인형이 있다.

제 아비 주원장과는 판이하게 다른 영락제의 초상화에서 이 작품의 모티브를

잡았다는 후기를 읽으며, 과연 작가의 상상력은 얼마나 풍부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한다.

이 소설의 특징은 우리나라 사람이 주인공이라는 사실이다. 해동, 고려, 혹은

조선 출신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무협을 아주 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십년이 채 안됐지만 [김 이]라는 검객이 꽤 비중 있는 조연으로 등장했던

작품이 있었고, 그 작가는 이후에도 [박 한]이라는 조선검객을 묘왕의 친구로

등장시켜 해동을 더욱 신비한 나라로 묘사했었다. 전우치전이나 미완(未完)으로

남은 좌백의 작품은 등장인물은 물론이거니와 아예 배경 자체가 한반도였다.

그러나 중국을 무대로 한 예사로운 무협 중 한반도 출신이 주인공인 작품은

황금인형이 처음이다. 최소한 내가 읽은 작품 중에서는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몇몇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살펴보자.

황금인형에 등장하는 마교와 [암왕]에 등장하는 명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물론 한 작가가 만들어 낸 동일한 캐릭터이니 다른 이미지를 가진다는 것이

더 이상해 보일 수도 있는 일이지만, 여기에 등장하는 마교의 이미지는

암왕에 나온 명교의 이미지를 차용해 온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암왕의 명교와 황금인형의 마교를 조목조목 따져 비교해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음에도 이런 딴지를 거는 이유는,

아마도 암왕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내 취향 때문일 것이다.

또한 마교를 제대로 무협에 등장시킨 장경의 공을 높이 사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실명노인으로 등장한 전대 태상령이 주는 느낌은 [느닷없음]이였다.

전이대법으로 엄청난 내공을 전수 받고, 덤으로 소오장이라는 소림절학까지

전수받는 장면이 꼭 필요 했었을까?

삼보(三寶)중 하나인 구룡일심협시선 만으로는 마교에서의 위치가

공고하지 못했던 것인가?

구걸왕이나 현헌, 집정대사도와 겨루는 것으로는 구주의 무공을

제대로 접하지 못한 것이라고 작가가 생각한 것일까?

그래서 무림의 태산북두 소림의 절학을 스스로 익힘으로써

구주 무학을 깔보지 않는 겸손의 미덕을 가지게 만들려는 의도였을까?

아니면 심인검 하나로는 주인공이 지닌 무술이 빈약한 느낌이 들었을까?

그래서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 검법에는 심인검, 권장각술에는 소오장.

그렇게 꿰맞춘 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금인형은 매력적인 모습이 훨씬 더 많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스토리와 캐릭터의 조화다.

언제부터인가 무협은 캐릭터 위주의 소설로 변했다.

그 정도가 심한 것들은 말장난으로 일관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만큼 스토리의 부재는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했고, 이야기의 근간인 스토리는

별 중요한 취급을 못 받게 된 느낌이다. 튀는 캐릭터의 창조여부가

무협의 성공을 판가름하는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특히 요즘의 여러 신인작가의 작품 가운데 그런 경향을 보이는 작품이 여럿 있다.

그에 반해 이 황금인형에 등장하는 여러 캐릭터들이 주는 느낌은 다양하다.

그 다양한 느낌의 캐릭터들이 탄탄한 스토리 속에 스며들 때,

무협이 재미있어지는 것이다.

스토리가 탄탄하다는 것은 전적으로 작가의 역량(力量)이다.

능력 있는 작가의 힘 있는 스토리.

무엇이 더 필요한가.

두어 가지 덧붙이자.

황금인형을 대하는 연왕의 마음을 읽으면서 부모님을 생각했다.

[우는 아이 형상]을 한 황금인형의 실제 모델이었던 당사자의 입장,

그가 돌아가신 어머님을 생각하는 절절함이 가슴에 닿았다.    

작품 말미에 대 접전을 앞두고 깨달은 심인검의 초식 이름이 재미있다.

재미 있다기 보다는 가장 멋지거나 가장 인상적인, 어쩌면

가장 유치할 수도 있는 심인검의 초식 이름을 작가는 이렇게 적고 있다.

먼 하늘 고요하고 마을 길 끊겼는데 어디서 피어오른 벌판 가르는 불빛 하나!


Comment ' 7

  • 작성자
    Lv.9 88골드
    작성일
    04.03.29 02:28
    No. 1

    실명노인의 존재는 아마 성라대연과 황금인형을 관통하는 세계관의
    차기작으로서의 포석이 아닐까요?
    성라와 황금 중간을 그린 그런 작품이 나와줬음 좋겠습니다.

    제발 한국판 영웅문 트릴로지의 꿈이 실현되길.............(제발..제발..제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 lo*****
    작성일
    04.03.29 11:25
    No. 2

    최고의 작품에 어울리는 멋진 감상이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1 향수(向秀)
    작성일
    04.03.29 16:42
    No. 3

    정말 황금인형의 제대로 된 감상글이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서태수
    작성일
    04.03.29 16:50
    No. 4

    장경님의 다음 작품은 "묵내뢰" 입니다.
    중국 명나라 때의 토목지변(土木之變) 이전 몇 년으로부터 그 뒤의 이야기 <탈문지변>(奪門之變) 이후 몇 년까지 이십년 세월을 이야기에 담을 예정이랍니다.

    잠시 배경을 설명하자면,

    명의 태조(太祖) 주원장은 원나라의 정치가 문란하고 국력이 쇠진한 틈을 타 한족 국가 부흥의 기치를 높이 내걸고 일어난 백련교(白蓮敎)의 한산동(韓山童)·유복통(劉福通)을 수령으로 하는 곽자흥(郭子興)의 부하가 되었다. 주원장은 차츰 공을 세워 두각을 나타내면서 장사성(長士誠)·방국진(方國珍) 등의 군웅을 물리치고 1368년 명나라를 세워 남경에 도읍하였다. - 성라대연 -

    그러나 바로 손자인 건문제(建文帝) 때 '정난의 변(靖難之變)'이 일어나 연왕(燕王) 주체가 영락제(永樂帝)로서 제위에 올랐다. 영락제는 용맹 과감한 제왕으로서 변방을 침범하는 몽고의 잔존 세력을 완전 섬멸하기 위하여 여러 차례 몽고에 친정하였고, 정화(鄭和)로 하여금 대선단을 이끌고 동남아시아 일대와 인도양 일대를 초유하여 명나라의 국위를 선양하였다. 영락제는 1421년 수도를 북경으로 옮겼으며 '영락대전(永樂大典)'을 편찬하였다. - 황금인형 -

    영종(英宗) 때에는 환관 왕진(王振)의 발호로 국정이 문란하였고 몽고 오이라트의 침입으로 '토목의 변(土木之變)'에서 영종이 포로로 잡혀가는 치욕을 겪었다.
    돌아온 영종(정통제)는 황위로 복귀하지 못하고 자금성 남궁에 연금된다. 하지만 곧 몇몇 장군들이 쿠테타를 일으킨다. 남궁문을 부수고 연금상태의 영종(돌아온 정통제)을 옹립 복위시킨다.(奪門之變) - 묵내뢰 -

    성라대연 - 황금인형 - 묵내뢰
    3-40년의 세월을 기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습니다.

    예. 역사 3부작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용문객잔과는 또 다른 장경의 발걸음을 기대해 봅니다.

    임준욱님의 "농품답정록"에 보면 토목지변에 관해 조금 언급되고 있습니다.
    환관 왕진도 등장하고 있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0 修羅王
    작성일
    04.03.29 19:09
    No. 5

    구룡일심협시선만으로는 부족하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신외지물이니만큼...
    그만큼 성인학을 얽매이게 할 힘이 부족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내공이나 소오장과 같은 뗄래야 뗄 수 없는,..
    몸에 녹아드는 것이라면, ..
    다르게 생각되지 않을까요??
    걍!! 생각일뿐입니다^^
    감상문 잘 읽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불멸의망치
    작성일
    04.03.29 20:55
    No. 6

    오오오. 아직 성라대연도 못읽었는데 날잡아서 읽어보아야할 것 같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흑단검
    작성일
    04.03.29 22:18
    No. 7

    토목지변과 탈문지변!!!!
    정말 기억에 남는 역사적 소재이군요. 아니 무협적 소재라 할까요.
    수많은 한국 무협작가들이 정난지변을 소재로 한 것과는 달리 중국무협에서는 상관령(인가요?)의 협골관(무림성, 박우출판사)이라는 걸출한 작품과 장단풍이 주인공으로 나왔던 양우생의 평종협영록(옥문관(?)) 이라는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군요.
    장경님의 작품 세계에 찬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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