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평소에 고무림에 드나들면서 거부감을 느꼈던 것중 하나가 구무협과 신무협이라는 용어의 사용이었습니다. 왠지 구무협하면 고리 타분한것 신무협 하면 신선한것이라는 분위가 느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무협이라는 세계에 발을 디딘지 10 년이라는 세월 밖에 흐르지는 않았지만, 중국-한국 무협 할것없이 웬만한 작품은 다 섭렵했다고 생각하는 저는 참 불만이었습니다.
10년 전, 아니 그 이전의 작품중에서도 지금의 작품은 따라올 수 없을정도의 뛰어난 작품들도 많은데 왜 그런 작품들을 구무협의 틀안에 가두어야 하는지를 말입니다..
참고적으로, 역사학에서는 사관과 시대구분이라는 것이 있습니다..사관은 역사를 특정 가치관에 따라 역사적 사실을 바라보는 것이고, 시대구분은 고대-중세-현대 와 같은 것이죠..
따라서 어떤 사관과 시대구분을 택하느냐에서부터, 역사를 이해할때 어떠한 시각에 따라 바라볼것이냐에 대한 가치판단이 이미 들어가게 됩니다. 그래서 어떠한 시대구분과 사관을 따르느냐에 따라, 역사를 보는 시각은 엄청난 차이를 가져오게 됩니다..
무협에서도 바로 구무협, 신무협이라는 용어 사용이 위와 같은 결과를 낳게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구무협, 신무협이라는 구분 자체가 이미 '구무협은 이렇다', 신무협은 저렇다'라는 선입관을 갖게 한다고 봅니다. 구무협은 낡은 것, 기연과 영약이 난무...신무협은 현대적이고 새로워야 한다든지...하는것은 무협을 보는 눈을 좁게 한다고 생각됩니다..심지어는 작가조차도 창작을 할 때 은연중에 이런 생각에서 자유롭지 못하는것은 그 폐해가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새로운 것만을 고집하다가 새로움이라는 매너리즘에 빠져버리고 마는 일도 생길 수도 있다고 봅니다...
요즘 알맹이는 없고 기교와 말장난에 치우치는 작품들이 많이 보입니다...그러한 작품들이 양산되는 이유 또한...신무협은 이래야 된다는 강박관념의 소산이라 생각됩니다..신무협, 구무협 할 것없이, 무협 아니 소설이라는 창작의 왕도는 자료와 기교의 조화라고 생각합니다. 풍부한 자료가 있다면 기교가 없어도 일정 수준이상의 글이 나오는 반면, 기교만이 자료가 빈약한 글은 껍데기만 남은 글이 되고 맙니다..물론 그 둘이 조화된다면 아주 뛰어난 글이 되겠지요.
이렇게 볼 때 구무협과 단지 차별되기 위해 신무협에서 강조되는 새로운 틀이란, 충실한 자료준비 보다는 기교를 중시하는 글에 비유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새로은 것을 창조한다는 것은 이전의 틀이 없다면 불가능한 것이라는 겁니다. 창작에서 습작없이 좋은 글을 쓸 수 없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할수 있죠.
이와 마찬가지로 구무협이 없다면 신무협도 없는 것입니다. 즉, 신무협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구무협이라 불리는 선배들의 노력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죠..이것을 구무협이니 신무협이니 따로 칭한다면은 이전의 것을 부정하는것과 다름아닙니다.
고전이 왜 고전이라 불립니까? 비록 옛것이지만 지금에도 시대를 초월하는 감동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요? 우리를 구무협, 신무협이라는 보이지 않는 틀에 가두는 지혜롭지 못한 행동은 지양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p.s : 글솜씨는 부족하지만 평소에 생각한것을 나름대로 정리한다고는 했는데 횡설수설만 한거 같습니다...ㅡㅡ;
문맥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이해해주시고, 어느정도 제가 말하고자 한 의도만은 전해졌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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