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가입하고 처음 쓰는 글이네요. '비평'씩이나 할 실력은 안 되니, 감상이나 쓰렵니다. 유일하게 읽어 본 고룡 작품.밑에는 반말로 할께요.^^*
국내 무협을 얼마간 보면서 -특히 서효원의 경우에는 그 자객은 서효원의 페르소나로 기능한다.- 자객은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 주인공이다. 그만큼 식상할 수도 있을 터.
고룡의 유성, 호접, 검을 읽으면서는 식상함을 느낄 수 없었다. 너무 당연한 말일 테지만. 유일하게 읽은 고룡 치고는 아주 탁월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
맹성혼의 자객행에만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갈등 구조를 중첩시키고 중심을 이동하는데 이 소설의 탁월함이 있다고 보여진다. 일반적으로 주인공 대 나머지(동시 혹은 통시적으로.)의 갈등 구조를 가진 무협에서 이 설정은 탁월한 것이었다.
처음 출발은 맹성혼의 손옥백 암살이 중심이 된다. 어느 새 사건은 만붕왕과 손옥백의 대결로 옮겨지고, 맹성혼의 자객행과 얽히게 된다. 이후 율향천의 배신은 무릎을 치게 할 만큼 절묘해서 이 작품을 절창으로 불리게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을 개인적으로 높게 평가하는데 이 부분에서 기존의 갈등 구조는 거의 소멸하고 전혀 새로운 갈등 구조가 생성되며 긴장감을 준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측근의 배신을 묘사해 왔던가. 견문이 일천한 탓인지는 몰라도 나는 전혀 율향천의 배신을 예측할 수 없었다. 이만큼 생동하는(!) 배신을 본 적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전술한 것처럼 전혀 새로운 갈등 구조와 맥락을 만들어 냈다.
한당이나 엽상이 주는 퇴폐와 천착의 미학, 손옥백의 웅걸함 등과 고노대와 그 수하들 등의 인간관계에서 느껴지는 디테일한 스침이 주는 작은 파도들을 굳이 설명하지 않다도 될 듯하다.(사실 소접과의 로망스에서는 그닥 감동을 느낄 수 없었다. 그런 것을 못 해봐서 그런가, 흠......ㅡㅜ)
이 소설을 거론하면서 항상 빠지지 않는 구절, 첫머리에 등장하는 구절이 있다. 무협 독자라면 가슴을 때리고 갈 수 밖에 없는 그 구절.
"오직 검만이 영원한 것이다! 유성처럼 찰나적인 검객의 생명은 그의 손에 쥐어져 있는 검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검에도 정(情)이 있는 법. 그것의 빛도 유성과 같이 짧은 것."
사실 유성과 나비, 검이라는 세 가지 단어를 병렬시킨 그 이유를 아직도 정확히 모르고 있다.
한 순간 찬란히 피어 올랐다 스러지는 유성(호접은 그대로 유성과 등치된다고 생각한다. 나약함과 영원을 동시에 갖고 있는 미의 존재다.)과, 그 위에서 명예와 승부의 외줄타기를 할 수 밖에 없게 하는 검으로 강호인의 삶, 강호 전체를 상징하는 것인지.
읽지 않았지만 '다정검객무정검'이란 그 말이 주는 의미가 어찌나 와 닿던지. 검객은 다정하지만 그의 검은. 강호는 무정하다. 맹성혼은 다감하지만 그의 검은 무정하고 배신이 난무하고 음모가 중중한 강호는 더욱 무정하다. 그리고 다시 만붕왕과의 혈전을 준비하는 손옥백의 모습에서 그야말로 기호지세, 강호에 몸을 담으면 이미 그 몸은 그의 것이 아니다라는 말, 절절했다. 삶이 그러하지 않은가?
명불허전이다. 과연 대가라는 칭호는 아무에게나 바치는 것이 아니다. 고룡, 그는 진정 무협의 종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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