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허담 / HBO제작진
작품명 : 제국-무산전기 / ROME
출판사 : 청어람 / HBO
0. 들어가며
제국 무산전기의 표절의혹으로 인해 어지러운 상황입니다. 서로가 믿는 바, 느끼는 바를 내세워 많은 충돌이 일어나고 여기저기서 분쟁이 생겨나니 혼란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부족하나마 사태를 한번 정리해보고자 이렇게 글을 씁니다.
1. 문제의 정의, 전개과정
ㄱ. 표절의혹 제기와 해명
ㄴ. 의견표출과정에서 문피아 운영진의 공정성/형평성
ㄷ. 감상란 & 비평란의 운영원칙에 대한 불만
ㄹ. 논란 과정에서의 문피아 유저들간의 불화
제국무산전기의 표절의혹이 제기되고, 허담님이 해명하고, 논란이 일고, 구주일섬님이 관련자료를 분석하여 결정판을 내놓았습니다. 이제 허담님의 턴인데 허담님은 침묵하고 있습니다. 이에 독자들끼리 표절인지 아닌지 갑론을박하고 있으나, 이는 토론이 될 수 있을지언정 해명이 될 수는 없고, 결론이 나기도 힘든 문제입니다.
한편, 구주일섬님께서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운영진에 의해 글이 옮겨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 조치에 대해 불만이 생겨나고, 문피아의 저의를 의심하거나 형평성의 결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물론 규칙대로 했을 뿐이라는 옹호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여기서 다시 한번 논의가 확장되어 '규칙대로 했다는데, 그 규칙 자체가 문제다'라는 흐름이 생겨납니다. 감상란과 추천란의 운영에 대한 불만은 오랫동안 있어왔고, 그렇게 쌓여온 불만이 다시 한번 터진 겁니다.
ㄱ에서 ㄴ이 파생되고, ㄴ에서 ㄷ이 파생되며 논점은 흐려지고 얽혀서 어지럽기 그지없습니다. 각각을 구분하는 자세가 중요할 듯 합니다.
2. 의혹의 제기와 해명
제국 무산전기와 로마의 관계에 대해서는 독안룡76님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의혹을 제기하셨고, 현재 그 총화는 구주일섬님의 정리자료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해명할 수 있는 사람은, 해명해야만 하는 사람은, 허담님 본인입니다. 허담님 외의 독자가 나누는 것은 토론이 될 수 있을지언정 해명이 될 수 없습니다.
이미 허담님께서 1차적인 해명글을 올린 것은 사실이나, 이것은 의혹제기글을 보고 서둘러 쓴 것으로써 해명글이라기보다는 심정의 토로에 가깝습니다. 구주일섬님께서 기존에 제기되었던 의혹을 정리하여 제시한 이상 허담님 측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명확한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고, 그것이 늦어지고 있기에 이렇듯 어지러운 거라 봅니다.
허담님은 '할 말이 없어서' 침묵을 지키는 게 아니라, 묵묵히 자료를 수집하고 집필과정을 정리하고 명확한 논리를 세워 반박할 준비를 하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며칠간의 침묵에 흔들리지말고, 이럴 때야말로 허담님을 믿고 기다려야 할 것이라 봅니다.
3. 게시판 운영의 일관성, 형평성, 공정성
문피아의 운영진을 비판하는 측의 의견을 살펴보면 그 핵심은 '기준이 분명치 않다'는 겁니다. 명확한 원칙에 따라 투명하게 집행된다면 불만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a.
2월 26일, 발단이 된 가라님의 '제국무산전기'감상글이 올라옵니다. (댓글에서 ROME표절의혹이 제기되죠) 이어 3월 1일에 독안룡76님께서 재차 의혹제기글을 올립니다. 같은 날 허담님께서 해명글을 올립니다. 셋 모두 3월 8일까지 아무런 문제 없이 감상란에 있게 됩니다.
3월 7일, 구주일섬님의 비교분석이 감상란에 올라오고 약 4시간 후 비평란으로 이동됩니다. 성격상 독안룡76님의 글과 대동소이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는 약 일주일간 그대로 두고, 또 하나는 신속하게 이동되죠. 허담님의 해명글 역시 감상란의 취지와는 맞지 않았으나 계속 그대로 둡니다.
3월 8일, 많은 일이 있었고 감상란에 연달아 공지가 올라오다가 금강님의 '허담님의 사태에 대해서...'라는 공지가 뜬 후, 감상란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관련글 전부를 (뒤늦게) 비평란으로 이동시킵니다.
b.
여기서 몇가지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감상란의 운영원칙은 항상 같았으나 구주일섬님의 글이 올라오기 전까지는 독안룡님의 글도 허담님의 글도 감상란에 그대로 체재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후 구주일섬님의 글을 옮기고 나서야 항의를 받고 한번에 다 비평란으로 이동시켰지요. 즉, 무엇이 감상란에 맞는 글인지 판단하는 기준이 오락가락 한다는 겁니다.
c.
더더욱 문제가 되는건, 이렇게 큰 사태가 일어나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조치조차 헛점이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다른 글과 함께 비평란으로 이동된 코끼리손님의 제국무산전기 감상글은 분명 '추천'의 뜻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왜인지 비평란으로 이동되었지요.
또한 금강님의 '곤륜' 리뷰를 보아도 추천의 뜻을 담은 감상인지 비평인지 애매모호합니다.(지금도 댓글로 그에 대한 이야기가 달리는 중이죠) 이런 글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제가 볼 때는 분명 추천의 뜻보다 비평의 함량이 더 커 보이고, 따라서 같은 글을 썼다면 저는 비평란에 올렸을 겁니다. 하지만 금강님은 감상란에 올려두셨죠. 이쯤 되면 유저 입장에서는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건지...
d.
감상란이든 비평란이든 무슨 상관이냐 싶지만, 노출도에서 크게 차이가 납니다. 아무래도 감상란보다 비평란의 조회수가 떨어지며 특히 비평하이/로우로 갈 경우는 더하죠. 이러한 구조로 인해 논란이 되는 글은 볕 하나 들지 않는 곳으로 밀어넣어 버린다는 의혹을 받곤 하며, 이 경우 그 '문제'가 매우 중대차한 것이었기에 반발이 컸습니다.
e.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운영진의 조치가 의도된 바라기 보다는 업무량 과다와 인력의 부족, 명확하고 세부적인 원칙의 부재 등에 기인한 면이 크다고 보지만, 제 판단에 지나지 않음을 밝혀둡니다.
4. 감상란&비평란의 원칙
결국 3번의 문제로 인해서 문피아의 게시판 원칙 자체가 도마에 오릅니다. 감상란과 비평란을 나누는 문피아만의 독특한 기준, 비평하이와 로우라는 (역시나 문피아만의) 독특한 제도, 내용은 추천인데 이름은 감상이라는 기형적인 구조 등을 문제삼게 된 것이죠.
a.
사실상 이 문제는 몇년동안 꾸준히 제기되어왔고, 많은 불만이 있었으나 개선될 조짐은 없습니다. 이것은 비평란에서 다룰 문제가 아닌 듯 하니 깊이 들어가지 않겠습니다.
b.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러한 독특한 제도와 3번에서 설명한 일관성없는 운영진의 조치가 결합되어 [문피아가 표절의혹을 축소, 은폐하려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는 부분입니다.
제가 보아온 바, 문피아는 표절이란 것이 확인되면 그에 대한 단호한 조치를 취해왔습니다. 금강님 및 다른 작가분, 지인분들에 의한 작가와의 의사소통과 작가의 자발적인 고백/시인에 의해 최종적으로 표절이란 판단이 내려지면 결코 은폐, 축소한 적은 없다는 겁니다.
c.
그러한 확인이 내려지기 전에 문피아 차원에서 따로 조치를 취한다는 건 도리에 맞지 않는 일이며(무죄추정해야죠^^;), 무리한 요구입니다. 실제로 그러한 것을 요구하는 분들은 거의 없지요.
문피아 유저들이 요구하는 바는 [의혹에 대해 많은 이들이 알 수 있도록, 그리하여 많은 독자들이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작가가 진지하게 의혹에 대한 해명을 할 수 있도록 의사소통의 장을 마련해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감상란에서 비평란으로의 이동조치가 이러한 요망에 반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많은 반발이 있었던 것이라 봅니다.
5. 유저와 유저, 유저와 문피아
논의가 복잡해지고 차차 다른 문제까지 논의가 확장되다보니, 처음과 끝을 알기 어렵고 전모를 파악하기 힘듭니다. 그로 인해 문피아 유저들간에도 감정을 상하는 일이 많은 듯 하여 안타깝습니다. 허담 작가님, 문피아 운영진, 게시판의 운영원칙을 옹호하는 분이든 비판하는 분이든, 서로를 생각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은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a.
표절의혹을 제기하는 측에 선 분들께 당부드리고 싶은 건, [아직 결론은 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명확해보인다 하더라도 그것이 결론은 아닙니다. 마치 이미 표절이라고 확정된 듯한 뉘앙스로 글을 쓰면 상대방 입장에서는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의혹을 제기하고, 출판사와 작가의 해명을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으면 합니다.
b.
허담님을 옹호하는 분들을 보면 '나는 허담님을 믿는다', '뻔히 들킬 것을 알면서 ROME같은 유명작을 베꼈을 리가 없다', '그냥도 잘 쓰는데 어째서 표절같은 걸 할 이유가 있느냐' 등의 이야기를 많이 봅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작품 외적인 문제로, 당면한 의혹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구주일섬님과 같이 제국무산전기와 ROME, 허담님이 언급하신 참고문헌을 모두 분석해서 글을 쓰진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논리는 갖춰야만 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렇지 못하고 감정론으로 흐르게 되면 오히려 허담님께 폐만 될 뿐, 하등의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c.
문피아(혹은 그 운영진)을 비판하는 경우, 아무래도 시스템상 약자의 입장에 있다보니 쉽게 격앙되는 면이 있는 듯 합니다.
문피아에서 운영진과 유저 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음은 누구나 다 아는 것이고, 변변한 의사소통 창구가 없는 것도 사실이며, 신고/건의를 해도 반응이 너무 느리거나 무성의한 경우가 많음은 저도 압니다. 나의 목소리가 허공으로 흩어지는 그 기분, 정말 울컥하죠.
그렇다 할지라도 불합리한 비난을 표출하는 것은 문피아라는 장소에 애정을 품은 많은 유저들의 반감을 살 뿐, 공감을 얻기 힘듭니다. 최대한 문피아의 입장에도 서 보면서, 이해하려는 자세로 접근했으면 합니다. 물론 문피아 쪽에서도 같은 자세를 보여주셔야겠죠.
d.
힘들다는 건 압니다. 그냥 이상론 한번 이야기해봤어요.
6. 결론
이것저것 덕지덕지 들러붙긴 했지만 원래 문제는 제국무산전기에 대한 의혹이었고, 이 문제가 다음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허담님의 해명 및 입장표명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구주일섬님께서 제대로 자료를 정리하고 올리기까지 약 일주일이 걸렸습니다. 허담님께서 지금은 침묵하고 계시지만, 너무 급하게 재촉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조금 더 느긋하게, 마음에 여유를 품고, 서로 싸우지 좀 말고, 기다려보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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