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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비평 3

작성자
Lv.21 해모수아들
작성
08.01.26 15:54
조회
2,287

출판비평3

       [낡은 출판 마케팅 바꿔야 산다.]

  

출판사 영업팀장과 후배 마케팅 전문가의 대화 중에서.......

("생판학(生販學)과 판생학(販生學)")

"너 이 소설책 좀 팔 수 있는 아이디어를 좀 내봐라! 도대체 안 팔린다."

정말 재미가? 없어서 총판,서점,대여점에 수북히 쌓아놓고 팔지 못하고 있던 소설책이 있었다.

일본수입소설 이었는데 도대체 우리네 입맛에는 맞지 않는 소설이었다.

어느 날 출판사 영업담당 팀장이 후배에게 이 소설의 판매 아이디어를 구한 적이 있었다. 후배의 대답은 "못 팔겠는데요" 였다. 그러자, 팀장과의 문답이 이어졌다.

"너 대학원에서 마케팅 전공했다며?", "네",

"대기업들 컨설팅도 했다며?", "네",

"그런데 이거 하나 못파냐?", "저 이 소설 정말 재미 없어서요. 팔면 안될 것 같습니다"

"마케팅 공부했으면 이 정도는 팔 줄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네???"

그 후배가 마케팅을 전공하게 되면서 많이 받게되는 질문 중 하나는 안팔리는 제품을 팔아달라는 것이다. 아직도 마케팅과 판매를 똑같이 생각하는 분들이 있어서 생겨나는 오해인 것 같다. 사실 마케팅은 판매보다는 생산에 더 가까운 개념이다. 마케팅적 시각으로 이 팀장이 했던 질문에 대한 답을 하면 이렇다.

"안팔릴 작품은 아예 매장에 가져다 놓지 마셨어야 합니다. 그것이 마케팅입니다."

이러한 마케팅의 개념을 잘 설명해 주는 단어가 "판생학(販生學)이다". 팔아놓고 그 다음에 생산한다는 뜻이다. 이의 반대말은 "생판학(生販學)" 즉 생산해 놓고 판매한다는 것이다. 순서만 바꾸어 놓은 비슷한 단어같이 보이지만, 사실 이 두 단어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생산해놓고 판매하는 것은 대개 엄청난 비효율을 가져온다. 재고 비용 문제부터 시작해서, 최악의 경우 생산한 상품이 소비자의 욕구에 맞지 않는 경우 전혀 판매할 수 없는 사태에 부딪히게 된다. 그래서, 우선 생산한 다음 나중에 판매를 고민하는 분들이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대부분 가격인하나 특별 서비스의 제공이다. 고객이 싼 맛에라도 사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반품,반값......)

 

하지만, 흔히 볼 수 있는 선진 기업들은 "판생학" 시스템을 사용한다. 예를 들면, 아파트는 먼저 분양(판매)을 하고 고객들의 돈을 받아서 짓기 시작한다. 인기있는 자동차는 먼저 계약하고 돈을 낸 다음에 한두달 기다려야 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판생학"을 사용하는 기업에서는 상품을 팔지 못해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별로 없다. 만일 미리 판매하는 것이 어려운 상품이라면, 광범위한 소비자 설문조사를 통하여 소비자의 욕구를 정확하게 파악한다. 그리고, 고객 욕구에 알맞은 제품을 만들어 내도록 생산 부서에 지시한다. 성공하고 있는 많은 기업들은 소비자의 욕구조사에 많은 돈과 노력을 투자하여 팔릴 수 밖에 없는 제품을 만들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이것이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마케팅 개념이다.

진정으로 작가나 독자를 도와주려는 출판사라면 이제는 "판생학"의 개념을 도입하여야 하지 않을까 한다.

소설책을 구매하는 독자를 늘 지켜볼 수 있는 출판사들이 해야 할 일은, 책을 당장 많이 팔아 생색을 내는 것이 아니다.

판매하는 서점이나,인터넷사이트,대여점등에서 들려오는 생생한 고객의 목소리를 작가들에게 전해주어, 독자들이 정말 좋아하는 작품들을 저술할 수 있도록 작가들을 도와주는 일이다. 즉, 팔릴 수밖에 없는 작품들을 저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출판사가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장르문학을 지켜가야 하는 출판사들이 과거의 사고방식에 더 이상 묻혀있지 않았으면 한다.

여러 매체와의 무한 경쟁 속으로 뛰어들 수 밖에 없게 된 장르문학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제 변화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는 무한 경쟁을 헤쳐나간 경험이 있는 다른 일반 기업들의 마케팅 노하우를 장르문학 출판사들이 좀 배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Comment ' 10

  • 작성자
    Lv.1 해불양파
    작성일
    08.01.26 15:59
    No. 1

    오랜만입니다. 해모수 아들님 좋은글 아직도 쓰고계시네요. 출판사들이 정신을 차려야 할텐데 말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데모스
    작성일
    08.01.26 16:01
    No. 2

    인터넷 연재글을 출판하게된 계기가 해모수의 아들님이 말씀하신 판생학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그만큼 많은사람들이 봐 주었고 호평이있었으니만큼 많이 사주겠지 하는 생각이었겠지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끌림
    작성일
    08.01.26 16:02
    No. 3

    좋은말씀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유후(有逅)
    작성일
    08.01.26 16:36
    No. 4

    네 그런거죠. 더이상 대여점만을 목표로 두고 글을 출판해내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빌려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8000원을 내더라도 돈이 아깝지 않고 뿌듯한 소설을 출판해내면 삼박자가 참 좋을텐데 말이지요;ㅁ;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RAZ
    작성일
    08.01.26 17:36
    No. 5

    하지만 애초에 장르문학 시장에 대한 인지도가 없으니 우선 글을 만들어 놓고 판매 하는거 아닐런지요. 해모수아들님이 말하는 판생학에 장르시장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유검백
    작성일
    08.01.26 18:19
    No. 6

    판생학이라,,,
    새로운 개념에 대해 알아가니 좋네요..
    이제 이십대중반인데....회사경험은 없어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이익이 남지 않는 제품이지만..회사의 이익을 위해 만드는 상품같은게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출판사도..기존 중`고등학생이 원하는 소설을 주로 출판을 하지만... 출판사의 이미지 즉 우리 출판사도 이러한 작품을 출판한다라는 개념으로.. 출판을 하면 좋겠다라는게 생각입니다..
    뭐 독자가 배나와라 감나와라 할수는 없겠지만 말입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74 진소보
    작성일
    08.01.26 20:59
    No. 7

    판생학이란 개념 자체는 좋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현 장르문학 출판사들이 배워야 할 마케팅 노하우라는 주장은 수용하기 힘들군요.

    - 판매하는 서점이나,인터넷사이트,대여점등에서 들려오는 생생한 고객의 목소리를 작가들에게 전해주어, 독자들이 정말 좋아하는 작품들을 저술할 수 있도록 작가들을 도와주는 일이다.
    - 즉, 팔릴 수밖에 없는 작품들을 저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출판사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실천방안은 언뜻 보기에는 타당해보이나 현 장르문학 출판사의 행태를 조금만 살펴보았다면, 그래서 이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조금이라도 언급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제가 보기에 현 장르문학 출판사들은 이미 판생학 개념에 맞추어 제시하신 실천방안에 부합하는 마케팅 전략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장르문학의 장기적인 발전과 성숙을 요구하는 소수의 목소리보다는, -영세한 탓인지는 몰라도- 단기간의 출판 이익을 증대시키기 위하여 애쓰고 있습니다.
    최근 몇년 간의 출판 경향을 살펴보았을 때,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과도한 학업에 지친- 청소년과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탈출하기를 꿈꾸는- 장년층 독자의 요구에 맞추는 추세가 점점 커지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편의상 최근의 새로운 시도는 논의에서 배제합니다.)

    서점판매는 이영도를 비롯한 손에 꼽히는 몇을 제외하고는 유명무실한 현실이고, 사이트나 대여점의 경우는 어떠했나요.
    문피아, 조아라 등을 비롯한 사이트에서 높은 조회수를 얻는 상품과, 대여점의 주고객인 어린 학생들의 구미에 맞는 상품 위주로 출판한 지 오래입니다.

    독자들이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라...
    참 어렵습니다. 특히나 이것이 장르문학이라는 한 범주의 발전과 성숙이라는 개념과 맞물려 언급될때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독자들이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란 것이 다수결의 원칙에서 정의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장르문학의 발전과 성숙이란 면에서 정의되어야 하는가에 따라 그 차이는 더욱 커집니다.
    물론 독자들이 정말 좋아하는 작품과 -작품성이나 대중성 등 그 어떤 잣대로 보아도- 좋은 작품이 동일하다면 상관없습니다만, 그런 경우는 드물죠.

    현 장르문학의 상태가 대중성과 작품성 양 축에서 지속적인 발전을 하기 어렵다고 보는 입장이기에, '현 장르문학 출판사에게 판생학 개념을 요구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는 지적에서 멈춰야 할 듯싶습니다.
    본문 내용도 원론적인 이야기 외에 더 언급된 것이 없으니 무방하리라 봅니다.

    모두 주말 저녁 좋은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호좁무사™
    작성일
    08.01.27 04:19
    No. 8

    좋은 말씀인듯 싶지만 '판생학'을 장르시장에 대입하긴 무리가
    있는듯 하네요.

    장르시장 주 독자층 중,고등학생
    장르시장 판생학 구매층 성인
    장르시장 생판학 주 매출인 대여점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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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21 해모수아들
    작성일
    08.01.27 11:05
    No. 9

    소위 양판소를 [생판학] 개념작을 [판생학]으로 비유한 글이었습니다. 하논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저의 출판비평은 다른이를 가르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저의 출판비평이란 글이 지금3개정도됩니다. 이글이 모두 하나의 글이라 보시면됩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모두 묶어보고싶지만... 그저 하나의 출판비평으로 보아주셨으면 합니다. 미숙한글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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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1 華雲
    작성일
    08.01.27 14:40
    No. 10

    지금의 양판,무소만 난무하는 세태를 보아서는 진지한 글을 쓰려는 신인작가들의 길을 막는 것 아닌가. 장르소설은 이미 쇠퇴한 것이나 마찬가지. 이영도,전민희 ,설봉 용대운 좌백 등등 대가는 이제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판타지 쪽은 독자층이 많아서 이런 작가들의 작품들도 잘 팔리지만(무협보다 접근하기 쉬워서라는 점도 있다) 무협계는 이미 거의 망했다.
    전 대의 작가들을 빼면 이 작가는 좋은 작품을 쓰는 군이라고 꼽을 작가가 거의 없는 것이 실정이다. 지금 상태도 이런 지경인데 판생학을 도입하면 이제 무협도 양판무만 나오는 시대가 열릴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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