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장르 중에서 게임소설 분야를 제일 좋아한다. 어떤 분들은 게임소설은 너무 유치해서 도저히 봐 줄 수 없다고도 하지만 왠지 나에게는 재미가 있다. 물론 나도 기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 기준을 한 번 살펴보자.
그 첫째가 간섭하는 운영자가 나오는 글이다. 이 소재가 나오면 나는 거의 무조건 책을 덮는다. 게임소설에 나오는 운영자는 일반 게임의 에디터와 같다. 에디터의 사용은 게임의 순리를 무시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운영자가 등장하면 소설 속 작가의 설정이 무시된다.
예를 들어 누가 이 몹을 잡으면 1%의 경험치를 얻을 때 같은 조건의 옆 사람이 그 몹을 잡아도 똑같이 1%의 경험치를 얻을 거라는 것은 굳이 작가가 말하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약속된 설정이다. 그런데 운영자는 이 기본을 만진다. 획득 경험치나 득템 확률을 변경하거나, 이상한 아이템으로 행동에 제약을 걸거나, 갑작스런 몬스터를 생성해서 공격한다거나, 강제로 퀘스트를 부여하는 등이다. 이것은 치트다. 치트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치트를 당하는 것이 싫은 것이다. 게다가 이 치트는 천재지변과 같다. 인재라면 주인공이 어떻게든 헤쳐나갈 수단을 찾을 수 있지만, 천재지변은 방법이 없다. 때리면 때리는 대로 그냥 계속 맞아야 한다. 그것도 자기가 맞는지도 모르면서. 구제책이 없는 것이다. 그냥 손발 들고 항복하는 수밖에 없는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하며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당신이 M 취향이라면 미안하다 --;). 그래서 캐릭터의 근본적인 자유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간섭하는 운영자가 나오는 소설이 싫다.
한편으론 간섭하는 운영자가 나오는 글을 보면 작가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글은 보통 주인공이 온갖 기연에 중첩된 행운을 얻는다. 그렇게 강해진 주인공을 글 내의 진행으로 위기를 줄 글솜씨가 안되다 보니 작가는 게임상 신과 같은 무소불위의 운영자를 등장시킨다. 그리고는 간접적으로 주인공을 제한해서 밸런스를 맞추려 한다. 그러면 읽는 나는 일은 잔뜩 벌여놓고 수습이 안 되니 또 설정 무시의 운영자가 튀어나오는구나고 생각해서 책을 덮는다.
그 외에도 이유는 많지만 각설하고 운영자가 간섭하는 내용이 싫은 이유 1위가 되겠다.
두 번째로 싫은 내용은 무슨 무슨 대회가 나오는 내용이다. 내가 읽다가 포기한 수많은 게임소설 중에 대회가 없는 소설이 거의 없다. 왜 싫은가? 대회만 나오면 이야기가 끝도 없이 늘어지고 스토리가 정체되기 때문에 대회가 끝날 때까지 읽는 내내 답답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게임소설치고 전투장면이 마음에 들었던 소설은 무척 드물었다. 그런데 대회는 거의 책 반 권을 지루한 싸움내용을 보고 있어야 한다. 내용 진행은 안 되지 싸움은 지루하지, 완전히 첩첩산중이다.
한편으로 위와 같이 작가의 역량부족을 생각한다. 이제 더는 생각나는 소재가 부족하니 드디어 만인이 아는 익숙한 소재를 들고 나온다고 생각해서 책을 덮는다.
이런 이유로 토너먼트대회가 나오는 내용이 싫어하는 소재 2위다.
그 외에도 싫어하는 소재가 몇 있지만, 책을 선택함에 저만한 영향력을 끼치지는 않는다. 뭐 가상현실의 설정이 어쩌고 게임인데 현실능력에 따라 차이가 나면 안 되니 어쩌고 하는 것은 전부 작가의 설정이라 생각해서 웬만하면 넘어간다. 그러나 위의 두 가지 소재는 정말 나에겐 쥐약이나 다름없다. 제발 게임소설을 쓰는 작가분들이 이 소재들을 안 써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써본다.
p.s - 글의 표현을 좀 더 직접적으로 하고자 평어를 사용했습니다. 양해 부탁 드립니다.
p.s.2 - 제가 재미있게 읽었던 게임소설을 추천해 봅니다. 언제나 예외는 있듯이 간섭해도 재미있는 소설이 있고, 대횔 해도 재미있는 소설이 있습니다. 추천은 가나다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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