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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논님의 글을 읽고

작성자
Lv.99 나니
작성
08.11.10 10:59
조회
3,296

작가명 : 쥬논

작품명 : 앙신의 강림, 천마선, 규토대제, 흡혈왕 바하문트

출판사 : ..

쥬논님의 글을 얘기하기 전에 하나의 기준을 먼저 설정해 보겠습니다.

격투게임을 보면 흥분게이지가 있습니다. 맞거나 때리면 점점 올라서 다 모이면 필살기를 사용한다거나 할 수 있지요. 이 흥분도를 5단계로 설정해 보겠습니다. 1단계는 주인공이 여행도중 식사를 하거나 상점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등의 평범한 단계입니다. 5단계는 클라이맥스의 정점, 최종 보스를 만나 한 판 하기 전이나 생각도 못한 무시무시한 반전이 나오기 전의 단계라고 합시다. 대충 이 5단계의 흥분도가 어떤 것인지 짐작이 되실 겁니다.

그러면 이제 쥬논님의 글을 읽고 느낀 점을 얘기해 보겠습니다.

쥬논님 글의 가장 큰 장점은 서양적 세계관, 더 자세히 말하면 극동아시아 이외의 세계관을 글에 잘 적용하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세계의 문화에서 보편화 된 그러나 우리에게는 새로운 소재를 발굴하는 능력도 좋습니다.

또 문화와 종교를 표현하는 것에서 다른 작가분들보다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쥬논님의 글을 읽다 보면 소재나 사고방식이 보통 한국사람으로는 나오기 어려운 것이 많음을 느낍니다. 동아시아 이외의 문화와 종교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하셨거나 실제 외국 정서를 느낀 경험에서 나온듯한 세계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쥬논님의 글에 등장하는 배경을 보면 정말 실감 납니다.

우리는 중세 판타지라고 하면 대부분 막연히 성과 기사와 귀족이 나오는 세계라고만 생각하지 실제로 어떤 세계인지 잘 모르는 게 사실입니다. 심지어 작가들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중세를 배경으로 하는 세계관을 가지면서도 중세에 기사가 어떤 위치인지 모르기 때문에 1000명의 병사 중 기사가 3~400명인 어처구니 없는 글을 우리는 자주 봅니다. 기병과 기사의 구분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쥬논님의 글에는 이런 세계관에서 나오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이 분위기가 다른 글과 차별화된 개성을 부여해 줍니다.

종합하면 쥬논님의 글의 장점은 새로운 세계를 기반으로 하는 배경설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재와 분위기는 이 설정에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위에서 약속한 흥분도에 대해 다시 한 번 기억해 보고 나서 이제 단점으로 느낀 것을 적어보겠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쥬논님의 글은 기승전결로 나눌 수가 없습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전전전결이지요. 이야기 흐름을 흥분도로 표현해 보면 대부분 (기)4-3-4, (승)4-5-4, (전)5-3-2, (결)2-1 로 구성할 수 있겠습니다. 한마디로 얘기해서 쥬논님의 글은 끊임없이 발산합니다. 처음부터 마구 마구 내뿜다가 결정적 순간이 되면 힘에 부치기 시작해서 순식간에 끝나버립니다.

짧은 것 사이의 긴 것, 흰 것 사이의 검은 것과 같이 우리는 글에서 강약을 얘기합니다. 대비 효과를 말하는 거죠. 쥬논님의 글을 읽다 보면 이 강약의 변화가 아주 적습니다. 강약 중강약으로 가는 게 아니라 꽝강 쾅꽝강으로 가는 것처럼 기본 텐션이 너무 높아서 그 차이가 잘 느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절정부분이 되어도 절정 같지가 않습니다. 매일 하던 거 또 하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절정부분 때문에 결말도 시들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런 전개방식이 하나의 단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쉬운 점도 하나 있습니다. 소재를 살리는 것입니다.

쥬논님의 글에는 새롭거나 기존의 것을 구체화해서 새롭게 느껴지게 한 좋은 소재들이 많습니다. 천마선의 음양합벽, 심식차력, 규토대제의 주술 등이 그렇습니다.

제가 쥬논님 작품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은 앙신의 강림입니다. 그중에서도 중동을 배경으로 하는 장면이 처음이고 끝이고 간에 좋았습니다. 망혼벽과 기독교를 기반으로 설정한 것 같은 종교도 정말 잘 살린 소재라고 봅니다.

이와 비교해서 천마선이나 규토대제도 소재만 보면 앙강과 그다지 큰 차이가 난다고 볼 수는 없는데 그 작품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뒤로 갈수록 각각이 하나의 영역으로 개화하기보다 큰 틀 안에 뭉뚱그려져 표현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아쉬운 점이 새롭지만 능력이 필요한 소재와 보편적이지만 익숙한 소재 사이에서 후자를 선택한 것 같기 때문입니다.

예로 규토의 주술이라는 씨앗이 발아했다면 무수한 가지를 뻗어나갈 수 있었지만 결국 규토의 힘이라는 큰 바구니에 들어갑니다. 여기서 아쉬운 점이 규토가 이 바구니 속에서 육체의 힘을 주로 사용한 것과 꼭 육체의 힘을 얻었어야만 했는가 하는 점입니다. 표현하기에 따라 주술만 해도 절대자가 되는 데 필요한 조건을 모두 갖출 수 있었는데 말이죠. 당시 판타지에 무공의 형식을 빌려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주술이라는 소재를 세분화하고 설정해서 사용하는 것은 쥬논님 이전에 아무도 하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이런 것은 잘만 하면 카르세아린의 드래곤이나 육맥신검, 독고구검, 건곤대나이와 같이 매력적인 소재로 만들 수 있었는데 정말 아쉽습니다. 그만큼 특출한 소재가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앙신의 강림을 생각하다가 갑자기 흔히 말하는 필을 받아서 써봤습니다. 퇴고까지 5시간이 좀 더 걸렸네요. 쥬논님의 글을 읽은 사람이 많은 만큼 다른 생각을 하는 분들도 많을 거로 생각합니다. 게시판 기준에 맞는 한에서 많은 의견 부탁드립니다.


Comment ' 12

  • 작성자
    Lv.92 Nanami
    작성일
    08.11.10 15:43
    No. 1

    잘 읽었습니다.
    쥬논님의 글을 보면, 늘 마지막 장면이나 긴장감이 고조 된 장면이 있습니다. 가령 "이제부터 복수의 시간이다." 이런 류의 대사로 끝 맺음 할때이죠.
    그러나 기대를 갖고 다음 화를 보면 실상 치열한 부분은 없고 적당히 이기고 도망이나 후퇴를 많이 하던구요.
    그리고 또 작은 복수를 하고 후퇴 또 복수 후퇴의 형식이죠.
    물론 늘 이기는 먼치킨 류의 소설보다 박진감과 긴장감을 느낄 수 있어 좋지만, 실상 가까운 길을 먼 길로 돌아가는 느낌을 많이 받죠.
    가령 쉬운 길이 있음에도 늘 이기적인 성격으로 모 아니면 도 죠.
    그리고 주인공을 보면 다른 타인과 관계는 항상 이용하는 형식의 관계이던군요.
    아직 쥬논님 작품에서 정의 또는 영웅적인 주인공은 본 적이 없는듯.
    아마 쥬논님이 생각하는 인간이란 좀 이기적이라 생각하는게 아닌지 ..
    생각보다..험담이 길어졌네요.
    늘 책을 잘 읽고 있는 작가님 인데..늘 사랑 합니다. 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쭌님
    작성일
    08.11.10 20:30
    No. 2

    영웅적인 주인공 자체에 믿음이 안 간다는......
    제가 그런 사람들을 안 보고만 살아서 그런지 몰라도.
    소설 내에서 너무나도 영웅적인 사람들을 보면, 좀 이해가 안 갈 때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2 asdfg111
    작성일
    08.11.11 01:05
    No. 3

    앙신의 강림이 그나마 볼만 했고

    천마선 이후론 .. 영 .. 시장 분위기를 따라가는 듯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 만득
    작성일
    08.11.11 23:37
    No. 4

    앙신의 강림 결말에 실망을 하고 그간 모았던 책을 이곳 스타대회에 기증했던 때가 생각나네요.

    글 참 쉽게쉽게 읽혀지는 필력은 대단하시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9 테라토스
    작성일
    08.11.13 04:20
    No. 5

    쥬논 님의 작품은 우수 문학 작품 기준으로 비교 하심 곤란하져
    일반 적인 판타지, 양산 대는 무협 물과 비교 한다면
    그 단점이라는 것도 장점처럼 보입니다. 작품 수준이 높다고 봅니다.
    굳이 판타지 검의 경지를 빌러 표현 한다면
    일반 양산형 판타지 작품의 수준이 소드 유저 라면 소드 익스펙트
    의 차이라고 할수 있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1 선행자
    작성일
    08.11.13 22:49
    No. 6

    천풍신검님 말에 동감...... 도저히 볼수없는 글들(찍어낸 비용이 아깝고 죽어간 나무들에 미안한 글들)에 비하면 볼만한 글이긴 하지만 감동이나 그런걸 얻기엔 부족하다는... 이런말 하면 또 판타지에 무슨 감동을 찿냐고 하는 분들이 있겠지만.... 이런분들 때문에 장르문학이 발전을 못한다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6 김트라이
    작성일
    08.11.14 14:37
    No. 7

    쥬논님 작품에서는

    주인공이 그 놈이 그 놈이에요, 뭐 한가지 씩 변하지만
    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마법 비스무레한거 하고 창쓰고 검쓰고 강하고
    자존심 강하고, 치밀하고, 머리좋고

    뭐 바하문트 1권 보시면 작가 시작하기전에 말하는거에
    자신의 글 특성이라 하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 서람
    작성일
    08.11.18 21:14
    No. 8

    하지만 주인공이 강하거나 치밀하고 머리좋지 않으면 쥬논님 특유의 재미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듯하네요. 자존심 부분은 적당히 처리할 수는 있겠지만 말이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 리아니
    작성일
    08.11.19 22:37
    No. 9

    저는 개인적으로 나니님의 생각과는 좀 달라요. 제가 보기엔 쥬논님의 작품은 처음엔 약간 지루한 듯 한 전개로 나가다가 결말에 대한 복선을 쫘~악 깔아둡니다. 그러다 결말에 다가가서 한번에 파파팍 터트린다 생각합니다. 지금 앙신의 강림, 규토대제, 흡혈왕 바하문트(나온 것까지)를 다 읽고 최근에서야 천마선을 구해 읽고있습니다.(그래서 머릿속에서 정리가 좀 안되는;;; 차례차례 읽는게 제일 좋은;;;) 앙신의 강림, 규토대제의 경우 위에 제가 말한것과 같습니다만, 바하문트의 경우 조금 다른 전개인것 같아요. 쥬논님 나름대로 변화를 한것 같습니다. 물론 주인공은 푸고님의 말대로 그게 그거인것 같은... 무튼 저는 앙신의 강림 처음읽고 난뒤부터 쥬논님이라면 무조건 찬양~ 요즘 같은 때에 쥬논님 만한 필력을 가진사람이 거의 없다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 maya
    작성일
    08.11.22 15:52
    No. 10

    쥬논님의 책 저는 좋아합니다.앙강부터 바하문트까지 좀더빨리를 외치고 싶은심정입니다. 궁금합니다. 어떤전개가 펼쳐질지... 그리고 이번에끝은 어떻게 끝날까??? 판타지중에도 이만한 강렬함이나 즐거움을 준 작품은 아마도 하나 강철의열제정도....어여빨리빨리 또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무덤
    작성일
    08.11.29 00:10
    No. 11

    개인적으로 마지막 까지 좀 치열했으면 합니다.
    근데 보면 거의 마지막에는 최종 보스 보다 압도적으로 강해져서 그냥 원킬내 버리죠. 그게 매우 아쉽습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블루위시
    작성일
    08.12.14 10:17
    No. 12

    쥬논님의 글은 항상 몰아치지요. 단지 굴곡이 있을 뿐a
    읽다 보면 파도를 넘나드는 느낌이 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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