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황규영
작품명 : 천년용왕
출판사 : 동아발해
그냥 평어로 씁니다. 그저 감상(비평)의 토로라....
외출했다 돌아오면서 총판에 들렸다. 30분쯤 둘러봐도 볼만한게 크게 눈에 띄지 않아서 천년용왕 1,2권을 사서 집에 와 책을 폈다. 읽는 내내 한숨이 나오더라. 기왕 산 책 간만에 비평이나 쓰자하고 넘기면서 걸리는 부분을 접고 색깔펜으로 긋기 시작했다. 1권을 접으니 책 두께가 20%는 늘어난 듯한 느낌. 2권 서너장을 넘기다 보니 집중력의 급 하락에 따른 스킵이 이루어 졌다. 정말 휙휙휙 넘어간다. 다 읽고 나니 세세히 비평하기는 무리다 싶다....... ㅡㅡ..
그래도 여기에나마 조금 쓰자면, 천년용왕이란 책의 정체성이란 먼가? 책으로써의 가치나 글로써의 가치가 있나 싶다. 잠룡전설, 금룡진천하, 이것이 나의 복수다의 짜집기 같다고 생각한 난 바보이고 지나치게 부정적인 건가? 나는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지향점과 상상력의 유발이라고 생각한다. 그 다음으로 대리 만족을 들 수 있겠다. 여타의 것들은 포기한지 오래니 이쯤이 내 선택의 기준이다. 그런데 이 천년용왕이란 책은 지향점이 없다. 잠룡전설처럼 유유자적하려는 것도 아니고, 금룡진천하처럼 돈벌려는 목적도 아니고, 이것이 나의 복수다처럼 복수가 목적도 아니다. 아니 활자상으로는 복수가 목표이기는 하다. 하지만 전작들의 성격을 모두 포함시키고자 하는 노력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절실함이 전~혀 없다. 친절하게 활자로 설명도 넣었으니 할말이 없다.(세월의 여유......) 전작들의 장점을 잘 버무리려는 시도였던 듯 한데 그저 내용의 버무림은 아니지 싶다.
대적자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을 내리고 행동한다. 그런데 모두가 A이면 B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 속 대적자들은 하나같이 A이면 C나 A이면 D라고 생각을 하고, 주인공이 A이면 B라고 생각하는게 엄청나게 대단한 걸로 여겨지는 설정이 반복되는 것도 이제는 신선하지 않다. 잠룡전설 때는 신선한 맛이 있고 나름의 위트와 풍자도 느낄 수 있었으나 이제는 역설적으로 그런 장치가 이 글 스스로를 풍자하고 있지 않나도 생각해 본다.
"그놈을 죽이라고 했는데 마침 그때 험상파가 몰살을 당하다니요. 아무래도그 사건의 범인도 허무정이라고 하는 그 요리사 같습니다."
'그게 가능할 정도로 대단한 고수라면 요리사를 할 리 없지.'
--- 몇 번 다른 식으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계기가 있음에도 이런 사고의 흐름은 불변의 진리이다. ㅡㅡ;;
상기한 책을 고르는 기준은 사실 책을 읽고 나서 다음권을 읽느냐 안 읽느냐의 기준일지도 모른다. 그에 비해 제목이나 작가의 서문 목차의 소 제목은 책을 구입하기 전 구입을 자극하는 원동력이 아닌가 한다. 작가의 서문은 요즘 방향이 많이 뒤틀려 있지만, 대게 작가가 이 글에서 추구하는 방향을 제시하여 독자로 하여금 최대한 작가의 원 의도에 가깝게 글을 접하게 하는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라면, 목차의 소제목은 소설의 내용을 얕게나마 추측하게 하여 어떠한 내용과 사건이 진행될지를 암시하여 호기심을 자극시키는 역할을 한다(100%는 아닐지라도.) 하지만 황규영 작가의 글에는 이러한 친절이 없다. 그럴 것이라면 차라리 목차 부분을 제거하는 것이 나을진데도 그러하지 않고 제1장 제2장....식의 나열에 지나지 않는다. 어쩌면 제목만으로 내용이 모두 짐작되는 단순한 구조여서인지도 모른다. 예전 어느 연재글에서 작가가 제목을 정하는 것이 힘들어 한다 하는데, 그건 냉정히 말해서 작가의 사정일 뿐이다.
천년용왕은 원래, 청바지와 티셔츠 시리즈 세 번째 글로 준비한 것입니다. 예정대로 써나갔다면 무척 가볍고 유쾌한 글이 됐겠지요.
하지만 손가락이 멋대로 움직이고 마음도 바뀌어, 애초 목표와는 조금 다른, 지금의 글이 나왔습니다.
물론, 어떤 분들에게는 기존의 글과 똑같아 보이겠지요.
저는 제 책에서 항상 세상을 비꼬았지만, 그게 쉽게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알아봐주시는 분이 가끔 계셔서 기쁩니다.
저는 글을 씀에 있어 몇 가지 선을 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요즘은, 제가 정한 선이, 저의 발전을 막는 벽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아직은, 선을 지킬 때입니다.
천년용왕은 편안한 글이니, 그냥, 편안히 읽으시기를......
천년용왕의 머리글이다. 애석하게도 나는 그 어떤 사람 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 세상을 비꼬았다(풍자)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나의 독해력 부족 탓일 테다 그런데 정말 '아직은 선을 지킬 때'가 아니라 이제는 선이란걸 버릴 때라는 걸 절심했다. 선이란게 어깨너머 자기 책을 보고 베끼는 것이라면 진정 버려야할 시기이지 싶다.
천년용왕은 편안한(어떤 의미에선 편안하다. 다음 내용은 전작에 다 나왔을 테니 이보다 편안한게 어디 있을까?)글이 아니라 불쾌한 글이다. 책 사는 돈을 아까워 하지는 않는 주의지만 한권에 8000원짜리가 세시간만에 재활용품으로 분류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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