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적으로 우수한 글'에 대한 의문이야 뭐 많은 분들이 생각하시는 문제일 겁니다. 다만, 정확히 이놈의 '질' 이나 '퀄리티'라고 하는 게 도통 어디에서 오는 물건인지는 아리송하다는 것 역시 문제입니다.
예, 사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질'은 '작품성'과 동일선상의 단어입니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정확히 누구 하나 나서서 '이것이 절대원칙이니 따르도록 하여라! 예 마마!' 이런 소리를 쉽사리 할 수 없는 내용이지요.
사실,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수준 높은 글'이라는 건 별 거 없습니다! 자기 입맛이나 취향에 100% 부합되는 글이 바로 그거거든요. '이것이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이라고 직설적으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우리들은 우리가 좋아하는 게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니시라고 말씀하시는 분,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세요. 여러분들이 여태까지 읽었던 글 중에서 마음에 들었던 글들을 떠올리시고, 여러분이 생각하는 작품성이나 질 높은 글에 부합되는 점을 떠올려보세요. 뭔가 아릿한 느낌 드시지 않습니까?
사실 이런 문제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입니다. 세상에 원하는 것을 찾고자 하는 것은 힘든 일이지요. 안 그렇습니까? 저도 출판이라는 거 하고싶어서 환장하고 싶지만 현실은 시궁창 워터 드링킹과 맞먹는 베를린 장벽이죠. 비유가 잘못됐나?
본론으로 돌아갑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잘 쓴 글'이나 '수준 높은 글'이 아닙니다. 정확히 '내 마음에 쏙 드는 그런 글!'을 원하는 것이지요. 아니라고 부정하셔도 소용 없습니다. 여러분들은 지금도 자신이 원하는 그런 글을 찾고 있으며, 그런 글과 부합되는 것들에게 '수준이 높다'나 '작품성이 뛰어나다'라는 이쁘장한 장신구를 다시고 계시니까요.
여기에서 슬쩍 나올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문법'이나 '문장력', 혹은 '맞춤법'같은 것 말입니다. 그런데 이거 아십니까? 이런 건 '좋은 글을 선택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라는 것 말입니다.
사람의 인생에 비유하자면, 이것은 어디까지나 숨쉬고 밥먹고 자고 일어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안하면 죽죠? 안 지키면 글이 죽습니다. 이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았느냐, 좋은 인생이냐, 안 좋은 인생이냐를 언급하는데 있어서 이런 걸 따지는 사람이 별로 없듯, 글의 수준이나 질을 따지는데 있어서 이런 척도는 별 소용이 없습니다. 물론 제가 문법과 맞춤법의 신은 아니라서 여기에 매우 부실한 면모를 보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런 거 맞추기만 해서 잘 쓴 글이나 좋은 글 취급받을 순 없다'라고 말입니다.
글을 쓰다보면 문득 이런 생각도 듭니다. '아오 이 망할놈의 글은 왜 이렇게 그지깽깽이같이 써지냐 확 지워버릴라'. 예, 솔직히 그런 생각 들어서 아오빡쳐 하는 심정으로 몇시간동안 쓰던 글 훅 날려보내는 일도 있습니다. 다른분들도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저만 날리면 억울하잖아요.
아무튼, 글에 대한 질은 만족도를 충족하지 못한 사람들의 생각입니다. 자신을 만족시켜줄 만한 취향의 글, 그것이 문피아에 존재하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그렇기에 세상이 비뚤어지고 문피아가 변질되었니 퇴색되었니 하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지요. 너무 극단적으로 표현한다구요? 에이, 여러분들 속내에는 '나으 문피아는 이러치 않았쓰!'라고 외치는 내면의 자아가 계십니다. 정중함 필터를 몇 번 걸쳤다 뿐이지, 본질 자체는 '아니야, 이걸 원한 게 아니야'라는 건 변함이 없지요.
예, 사실 대부분의 출판작이 트렌드를 따르는 건 변함 없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런 글은 항상 이런 활성화된 사이트에선 항상 벌어지는 흐름입니다. 이게 나쁘다는 소린 절대 아닙니다. 여기엔 좋아서 글 쓰는 분들도 계시고, 먹고 살려고 쓰시는 분도 계시고, 저같이 좋아서 쓰기 시작했는데 먹고 사는 단계로 진화하고 싶은데 그게 안돼(..)라고 절규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속에서 흐름은 자연스레 발생하고, 흘러가기 마련입니다.
'어쩔 수 없으니 그만 좀 하세요'라고 한 줄 요약 하시라는 분,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 소리 하려고 이 긴 글 쓰는 건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취향에 맞지 않기에 많은 글들을 보고 고개를 내젓는 것, 이해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이상향에 근접한 글이 싸그리 죽은 것에 울분을 내비추는 것,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내가 가진 기준과 잣대에 못맞추는 문피아가 나쁜 거야!'라는 생각은... 참아주셨으면 합니다.
문피아에는 글이 매우 많습니다. 물론 저는 보는 쪽이 아니라 쓰는 쪽이지만, 그 속에 뭔가 여러분이 찾는 오아시스나 낙원이나 뭐 무량도원이나 주지육림...은 좀 아니지만서도, 아무튼 그런 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오아시스를 찾으려면 사막을 헤매야 하고, 무량도원을 가려면 산 타고 물을 건너야 합니다.
입구에서 보이는 거대한 유원지가 보기 싫으시다면, 그냥 거친 산 속에 숨어있는 뭔가를 찾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단순히 눈앞에 유원지가 보인다고 '저거 치워줘! 나 싫어!'라고 하지 마시고 말입니다. 생각보다 문피아에는 '산건너물건너 마법의 성을 지나 늪을 건너 전방 500미터 앞 무량도원'같은 글이 많습니다. 다만, 안 찾아오셔서 셔터 내릴까 말까 고민하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 뿐이지요.
예, 사실 이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좀 찾아다녀주세요. 여러분이 길을 틔고 2차선 도로도 뚫고 하이패스를 뚫고 가야 거기에 유원지가 생기는 법입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안찾으신다면 거긴 그냥 '산넘고 물건너...뭔가 있을텐데 가기 귀찮으니 안감'의 장소가 될 뿐이니까요.
제 글 보러 오시라는 소리가 아니고, 다른 글을 찾아보시라는 말입니다. 아니 정말로. 제 글보다 괜찮은 글 엄청나게 많습니다. 골베가 싫으시다면 문피아를 채굴하세요. 선작베스트가 영 내키지 않다면 낚시라도 하세요. 대어나 원석은 언제나 어디서나 어느때건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빨리 가서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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