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년하고 몇 개월, 글을 써왔던 글쟁이입니다.
여태껏 두 개의 글을 완성시킨 경험이 있지만, 스스로 작가라고 칭하기엔 너무나도 부족하고 자신이 없어서 그저 자신을 글쟁이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아래의 글은 저라는 글쟁이의 핑계와 자책 비슷한 글이 될 것 같습니다.
휴재하다 돌아왔다, 라는 내용의 글이기도 합니다. 2차적인 목적은 그것입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역시 스스로의 위화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홍보랑은 역시 거리가 좀 멀어서 그냥 한담으로 설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럼, 이제.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시작해보도록 할까요.
글을 쓰다보면 늘 많은 장벽에 부딪히곤 했습니다.
2년 동안 아이스 메이커와 에스티아. 이 두 글을 완결시키면서 여러 가지를 겪어 왔었지요.
하지만, 이번처럼 휴재를 한 적은 없었습니다. 스스로 지쳐버렸다고 말하면서 쉰 적은 없었으니까요. 그것도 한 달이나. 최대 한 주~ 두 주밖에 쉬어본 경험밖에 없었던 저로써는 이렇게 긴 휴식은 처음이었습니다.
사실 그 사이 기간에 글을 쓰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다만 쓰던 글은 모조리 다 갈아 엎었습니다. 도저히 독자분들께 보여주고 싶지 않은 글이여서요. 한 5만자 즈음 된 것 같습니다. 세보진 않았지만 한 20kb되는 한글 파일을 열 개 정도 날렸으니까요.
기분을 말로 설명하기가 힘이 드네요.
글을 써도 글을 쓰는 것 같지 않다, 라고 해야 할까요.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고, 가슴 속에 있는 감정을 꺼내어 덧붙여 이야기를 쓰고. 늘 그래왔던 패턴이 망가진 것 같은 기분을 처음으로 느끼는 듯 했습니다.
'진심 어린 마음으로 쓰는 글'이 아니라, '수동적으로 뽑아내는 마음이 죽은 글'.
그런 글을 싫어하고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써왔는데, 정작 자신의 글을 읽어봤을 때 그런 기분이 팍 들었을 때 그런 기분을 아시련가 모르겠습니다.
전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숨이 턱 막히고, 대체 뭘 써야할 지 막막해서 키보드만 바라보다가 말없이 삭제하고.
난 대체 무엇을 위해 글을 써 왔던 것일까.
분명 말론 알고 있어도, 텅 빈 가슴에는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속으로 아무리 자신을 달래도 나아지는 걸음이 없었습니다.
해답은 보이지 않고, 공허한 질문과 공허한 대답만 왔다 갔다 거렸습니다.
결국, 속으로 지쳐서 결국 키보드를 놓아버렸습니다.
그렇게 반복되던 한 달 가량을 멍하니 지내버렸습니다.
그런 정신 상태로 글을 써 봤자 글이 나올 리가 있나요. 그냥 낙서 5만자를 썼다가 지운 기분까지 듭니다.
누군가의 가슴을 울리는 글.
많은 사람들의 희망의 손길이 되줄 수 있는 글.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글.
언제나 모토가 되어 오던 그 기본 골자들조차 망가지고, 그러자 스스로에게 자괴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독자분들께는 재충전이라고 했었지만, 사실은 연중하겠습니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아 내뱉은 자기 최면이자 변명이었습니다.
내 글이 미웠습니다. 그것보다도 내가 미웠습니다.
나는 왜 이것 밖에 되지 않는 걸까, 하는 말이 스스로를 비난하고 나 자신도 한탄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허공에 흩어지는 수많은 활자들을 볼 때마다 열등감이 스스로를 짓눌렀습니다.
답이 필요했습니다. 쉬어도 보고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별 짓 다 해봤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제게 문제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좀 넘어가기는 큰 산에 부딪힌 기분입니다.
여길 넘으면 더 큰 자신이 생기리라 믿어 의심치는 않아도, 이 산을 넘을 힘이 잘 나지 않습니다. 지금도 그래요. 독자 분들의 상당수도 떠나가고, 글을 쓸 마음이 바닥이 난 것 같습니다.
웃어 넘기기엔 많이 가슴이 아팠습니다.
독자분들이 이해해주는 것이 무리라는 것 쯤 잘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가슴이 아픈 이유는 그 노력을 독자 분들이 몰라줬다는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아직 남은 것이 많은데도 마치 아무 것도 남지 않다는 듯 지쳐버린 자신에게 화가 났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이것도 자기 혐오입니다.
오장에 쓸쓸함이 가득 찬 것 같습니다......
소망과 의지가 겹쳐지지 않고 허공으로 흩어지는 현실이 참 아픕니다.
차라리 누군가가 정신 차리라고 잔뜩 비난해줬으면 좋을 텐데.
욕이라도 잔뜩 쳐먹으면 오기로라도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슬프네요.
스스로가 한심해 죽겠는데 뭘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전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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