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빠빠라기Der Papalagi를 읽고

작성자
Lv.22 무한오타
작성
08.06.26 00:23
조회
778

제목 : 빠빠라기Der Papalagi, 1920

저자 : 투이아비

옮김 : 에리히 쇼이어만

역자 : 유혜자

출판 : 동서고금

작성 : 2007.09.15.

“잃어버린 순수에 대한 진실, 당신은 마주할 용기를 가진 자인가?”

-즉흥 감상-

  100이라는 사이클을 다섯 번이나 끝내고 새롭게 시작해보는 501회의 감기록으로, 계속해서 참가중인 독서모임에서 9월의 도서로 선정한 것을 읽어보았고, 생각지 않게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으며, 감히 추천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가지게 한 이번 책을 조금 소개해볼까 합니다.

  책은 이 기록이 사실 자신은 단지 옮긴이일 뿐이며 남태평양 티아비아 섬, 투이아비 추장의 연설문이 원 저작물임을 밝히는 것으로 시작의 장을 열게 됩니다.

  그렇게 원주민 부락에서 살며 선교사의 도움으로 외부세계의 지식을 배운 뒤, 직접 그 세계를 방문한 한 남자의 기록들로 이어지게 되는데요. 결국 다시 돌아와 자신들의 부족에게 연설한다는 내용은 감히 상상을 초월하는 위대한 가르침인 동시에, 일단은 그 당시 유럽 사회에 대한 폭로이게 되는데…….

  처음에는 그저 ‘촌사람이구나!!’할 정도의 유치함에 키득키득 거리며 읽어 들어갔었습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연설 속에서는 우리가 얼마나 바보 같은 세상에 살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떠올리고 말았는데요. 우리가 살아가는 그저 당연하다고 생각이 드는 이 현실에 대해 무엇인가 조금이라도 이상함을 느끼시고 있는 분들에게는 분명 무엇인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할 것이라는 것을 감히 장담해보는 바입니다.

  빠빠라기. 이 기록의 제목이기도 한 이 단어는 책을 읽으면서 가장 혼돈에 빠졌던 단어이기도 한데요. 바로 문명사회에 사는 사람들을 말하는 듯 하면서도 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또 자신들과 같은 ‘사람’이라 표현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참 애매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기록들을 찬찬히 읽다보면 투이아비 추장이 왜 그렇게 기술했는지에 대한 이해가 되기 시작하는데요. 문명사회에 살고 있는 그들 또한 자신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인간이기도 하지만, ‘빠빠라기’라는 단어가 가진 의미에서처럼 신격화된 존재를 지칭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포용성 강한 문화권의 이해의 시간을 가져볼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모든 것을 하나 된 흐름 속에서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제가 추구하는 ‘연금술사’의 모습과도 비슷하기에 우리는 살아가는 이 세상을 어떤 모습으로서 인지하고 살아가는지에 대해서도 생각의 시간을 가져볼 수 있었군요.

  다른 문화권. 그렇기에 다를 수밖에 없으며, 그들의 문화는 다른 선진국 보다 뒤처지는 미개한 것이기에 바보 같은 말 따위 들어볼 것 하나도 없다고 말씀 하실 분들도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름대로 선진국에서 살아간다고 이야기를 듣는 저 또한 당장이라도 저 자신만의 정당한 존재성이 사라져 육체라는 껍데기만 남은 ‘사회라는 시스템의 좀비’가 되어버릴 것만 같은 불안감을 가지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데요. 그것은 ‘인격’을 구성하는 사람들 간의 유대감-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되어감에 ‘나’라는 존재를 증명하기 점점 힘들어진다는 것을 실감 중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제 이름을 불러주며 소환되어 달라는 요청에 마치 ‘진느’처럼 당장이라도 달려 가버리는 모습까지 가져버린 것은 아닐까 생각 중에 있게 되었는데요. 흐음. 아무튼, 그저 위의 즉흥 감상만을 계속해서 중얼거려볼까 하는군요.

  열심히 ‘기록’에 대해 말해본다는 것이 또 저만의 세계 속으로 빠져버린 것만 같습니다. 그만큼이나 오랜만에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만큼 편안한 기록물을 만났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하는데요. 일상의 피곤함에 무엇인가 편안하게 읽으실 책을 원하시는 분들에게 이번 기록물을 살포시 추천해보며, 이번 기록은 여기서 마쳐볼까 합니다.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감상란 게시판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156 일반 [추천] "개벽" 추천합니다. +7 Lv.15 v네라이젤v 08.07.29 3,099 0
155 일반 글읽기에도 슬럼프가 오는걸까요 +5 iance 08.07.28 1,268 0
154 일반 지폐 한장 +2 Lv.1 요조숙녀4 08.07.28 776 0
153 일반 여름비 내리는 밤에, 우부메의 여름 +3 Personacon 구름돌멩이 08.07.23 725 0
152 일반 기연에 대하여.. +1 Lv.1 길손님 08.07.23 1,068 0
151 일반 운수대통, 캔커피, 휘긴 +2 Lv.29 광명로 08.07.16 2,136 0
150 일반 내 인생을 바꾼 1% 가치 _ 비스킷 한개 Lv.1 요조숙녀4 08.07.15 754 0
149 일반 시 읽는 기쁨을 읽고 +5 Lv.22 무한오타 08.07.11 1,142 1
148 일반 내 인생을 바꾼 1% 가치 _ 자전거 편 +4 Lv.1 요조숙녀4 08.07.09 998 2
147 일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Tuesdays with Morrie... +2 Lv.22 무한오타 08.07.05 940 2
146 일반 칸트와 오리너구리Kant el'Ornitorinco를 읽고 Lv.22 무한오타 08.07.03 1,296 1
145 일반 어린시절 꿈 +2 Lv.1 요조숙녀4 08.06.30 718 0
144 일반 현 장르 문학에 대한 주저리 +4 주환 08.06.29 1,615 5
143 일반 CEO안철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을 읽고 +2 Lv.22 무한오타 08.06.28 1,174 1
142 일반 미디어세상! 알고 갑시다를 읽고 Lv.22 무한오타 08.06.27 889 0
141 일반 삼국지-영웅론을 읽고 +2 Lv.1 203김영국 08.06.26 1,516 0
» 일반 빠빠라기Der Papalagi를 읽고 Lv.22 무한오타 08.06.26 779 2
139 일반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자살하려고 했던 것 +1 Lv.1 nacukami 08.06.25 1,230 0
138 일반 마틴루터킹을읽고 +1 Lv.1 이현우ㅇ 08.06.25 694 1
137 일반 누구나 꿈꾸는 세상 앨버트로스의 똥으로 ... +1 Lv.1 nacukami 08.06.24 953 0
136 일반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을 읽었었습니다. +7 Lv.5 케이포룬 08.06.23 2,752 0
135 일반 <도서추천> 내 인생을 바꾼 1% 가치 Lv.1 요조숙녀4 08.06.23 1,000 0
134 일반 볼테르의 시계 +2 Lv.99 노란병아리 08.06.22 1,301 4
133 일반 캐비닛 - 폭발하는 구라의 향연 +3 Lv.1 여름안에서 08.06.22 1,293 1
132 일반 공중그네를읽고 +5 Lv.1 205김민지 08.06.21 811 0
131 일반 머니볼을읽고 +4 Lv.1 105오광석 08.06.21 944 0
130 일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읽고 +10 Lv.1 114신선혜 08.06.21 1,325 3
129 일반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고 +7 Lv.1 2-1조양현 08.06.21 1,549 1
128 일반 폭풍의언덕을읽고! +6 Lv.1 206정한나 08.06.21 1,010 0
127 일반 어느날내가죽었습니다를읽고 +4 Lv.1 204우하니 08.06.21 2,790 2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