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여점
현재 많이 죽긴 했지만 역시 무협/판타지 이 두 장르 시장 중에선 그나마 가장 많은 이윤이 창출되는 곳입니다.
그동안 계속되는 독자들의 까대기 덕분인지, 아니면 독자들의 수준이 올라서인지, 기존 방법대로 쭉 갔다간 발릴 거라는 걸 짐작한 출판사와 작가들의 변화 모색인지, 이도저도 아니면 그냥 사장되어 죽기 일보 직전의 화광반조인지, 무슨 이유인지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점점 퀼리티가 좋아지고 있습니다.
숭인문, 검은여우, 이것이 나의 복수다, 흡혈와 바하문트, 좀비버스터, 일월광륜, 마야, 곤륜, 천리투안, 기갑전기 매서커, 카디스, 십전제, 론도, 신승2부 등등...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좋은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 정도 수준의 작품들만 계속해서 나와준다면 그동안 대여점 소설에 대한 안좋았던 의식들도 많이 수그러들 것 같군요. 솔직히 위에 언급한 몇몇 작품들은 시드노벨이나 노블레스 클럽에서 나오는 문고용 책들보다 더 재밌게 봤습니다.
2. 문고쪽
현재 노블레스 클럽, 넥스비젼, 시드노벨, 동아북스가 대여점용이 아닌, 독자들이 소장하고 싶어하는 수준 높은 책을 만든다는 취지로 여러 가지 다양한 실험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 외 청어람에서도 섀댈 크로이츠, 플라이미투더문, 잔디벌레 등등으로 문고 쪽을 깔짝거리고 있고요.
노블레스 클럽은 퀼리티를 높여 우직하게 서점에 정면돌파,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으며, 시드노벨은 일본 라이트 노벨의 형식을 그대로 따와 그 쪽 계열의 독자들과 대여점에 신물을 내고 있던 독자 양측을 끌어들여 역시 뚜렷한 성공은 보고 있진 않지만 적절하게 시장에 적응하고 있는 편입니다. 넥스비전도 아직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으나, 기존 작품들의 애장판 출간, 광월야, 벨로아 궁전일기 등 기발한 작품에 괜찮은 시도들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다만 방금 언급한 출판사들은 아쉽게도 모두 묵직한 파괴력을 지닌 네크로맨서급 소설, 혹은 베스트셀러 판매량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노블레스 클럽은 라크리모사에 큰 기대를 걸고 광고를 마구 때렸지만 실패했으며, 시드노벨은 얼굴마담 3인방(초인, 미얄, 임달영 작품)과 비록 많이 팔리지 않았지만 작품성이 월등한 ggg를 제외하곤 뚜렷한 무언가를 내보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 넥스비전은 광월야를 제외하고 나머진 거의 참패하다시피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나마 벨로아 궁전일기가 매니아들 사이에서 입담이 돌고 있지만 역시 판매량은 처참한 지경이죠.
그외 동아북스는 인페르노, 신부전 등등,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노블레스 클럽보다 더 괜찮게 생각하는 작품들을 내고 있으나 아직 시작 초기 단계이고, 또 묘하게도 기존 장르판 독자들에게 어필(이라기보단 광고 자체가 부족한 편)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 판매량은 가슴 아플 정도입니다. 청어람에선 플라이미투더문과 섀델 크로이츠, 잔디벌레 등등, 드문드문하게 서점 쪽을 깔짝대고 있는 중입니다. 가능성을 시험해보고 있거나 이대로 그냥 계속 깔짝깔짝 팔아먹을 생각인지...정확히 짐작은 되지 않습니다.
3. 호러/ SF/ 스릴러
꿈틀대며 살아나려고 용을 쓰고 있습니다. 밀리언셀러에서 한국호러단편집/스릴러집을 계속해서 내줄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기타 다른 출판사에서도 판타지 단편/ 스릴러 단편을 기획하고, 혹은 이미 광고까지 하며 하나 둘씩 선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걸음마 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뿌리를 뻗어나갈지, 아니면 흐지부지 무너질지는 모르는 실정.
한국 SF는 나름 두루 살펴보았다고 생각하나, 김보영님이랑 듀나님, 복거일님 빼고는 솔직히 답이 없다는 게 개인적 심정입니다. 이영도 본좌님도 본업인 판타지 간판 잠시 접고 SF에 껄떡대고 있으나 영...
4. 추리
캐.안.습
5.외국 작품들
프랑스 원 투 펀치인 막심 샤탕과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가 아메리카 스릴러 뺨치는 신들린 필력을 보여주고 있고, 기욤 뮈소의 작품들이 연달아 베스트셀러를 차지하는 기염을 발휘하고 잇습니다. 일본와 미국이 양분하고 있던 한국 장르 시장에 프랑스가 새로운 대세로 떠오르고 있죠.
그리고 로드, 폐허, 세계대전Z, 얼음과 불의 노래 등등 기존 강자인 아메리카 스릴러, 호러들도 여전히 미칠듯한 파워와 풍부한 작가층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일본 작품들은 라이트 노벨이면 라이트 노벨, 호러면 호러, 스릴러면 스릴러, 로맨스면 로맨스. 장르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강세입니다. 앞으로도 일본 장르 시장의 강세는 한동안 쎄지면 쎄졌지 약해지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개인적 사담.
1.
장르시장 개판이네, 개판이네 하면서도 드래곤 라자를 시작으로 10년이 지난 지금. 죽는다, 죽는다 하면서도 꾸준히 발전하고, 또 변화를 모색하며 점점 다양하고 좋은 작품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말 이대로 가다 어느 순간 숨통이 막혀 꽥 하고 죽을지, 또다른 거함이 뚜둥하고 등장해서 새로운 개척지를 보여줄진 알 수 없습니다만...장르시장 자체에 애정을 갖고 있는 독자로써 대여점, 서점, 외국, 한국 상관없이 모두들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2.
인터넷 서점들의 리뷰를 보면 가슴이 아픕니다. 외국 작품, 혹은 한국 순문학이나 SF 작품 리뷰를 보다가 한국 판타지, 무협, 호러, 라노벨 등등의 리뷰를 보면 갑자기 수준이 중학생 수준으로 격하되는 기분....리뷰 하나만으로 독자들의 수준을 평할 순 없지만 어느 정도 가늠할 수는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로써 아직까지 우리나라 장르시장은 멀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짧은 감상문이라도 좋으니까 꾸준히 어필하고 표현하는 독자들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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