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폐 속의 거북선을 보시오. 이것이 우리의 거북선이오.
당신네 영국의 조선역사는 1800년대부터 라고 알고 있는데,
우리는 벌써 1500년대에 이런 철갑선을 만들어온 민족이오"
지금은 고인이 된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당시 조선소 건설자금을 융자 받기 위해 영국으로 날라가 거북선 문양이 새겨진 500원 짜리 지폐를 내밀며 한 말이라고 해요. 우리가 배를 만들 충분한 능력이 있으니 돈을 꿔달라고 한거죠.
500원짜리 지폐 한장이 세계1위의 조선소가 된 그 감동의 이야기, 혼자만 볼 수 없어 이렇게 나눠요~
어렵게 생각하면 한없이 어렵지만, 쉽게 생각하면 또 한없이 쉽다는 진리를 절실하게 느끼게 해주네요.
요즘 왠지 일이 자꾸 꼬여서 좌절의 연속이었는데, 이걸 읽고 힘을 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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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을 바꾼 1% 가치』
“찾아봐. 이 세상엔 작고 볼품없지만 크나큰 변화를 가져오는 것들이 있어.
그 ‘1% 가치’ 때문에 엄청난 일들이 일어났다고.”
12. 지폐 한 장
조선업은 그에게 안성맞춤이었다. 그러나 나무배밖에 만들어보지 못한 나라에서 험한 대양에서도 끄떡없을 강철 선박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배를 만드는 것과 공장을 짓는 것이 뭐가 다르단 말인가. 철판을 잘라 용접해 붙이고 거기에 엔진을 달면 그게 배 아닌가.
물론 그게 배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그도 모르진 않았다. 하지만 어렵게 생각하면 한없이 어렵지만, 쉽게 생각하면 또 한없이 쉽다는 진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일본에 차관과 기술을 요청했다. 미쓰비시가 적격이었다. 그러나 중국과 일본의 무역거래가 이를 막았다. 한국에 투자한 기업은 중국에 일체 발을 들여놓을 수 없었던 것이다. 본격적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던 미쓰비시로서는 그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조선업 강국이라는 이스라엘과 노르웨이 회사들과의 합작투자도 제의해보았다. 이들은 합작조건을 50대50으로 잡고 자재구매권까지 요구했다. 그는 두말할 나위도 없이 거절했다. 남이 준 자재로만 배를 만들어야 한다면 그게 어디 사업인가. 차라리 하지 않느니만 못했다. 그는 마지막 보루로 유럽을 선택했다.
그는 곧장 차관 도입을 도와줄 애플도어 사의 롱바톰 회장을 만나기 위해 차에 올랐다. 이제부터는 모든 것이 그의 손에 달렸다. 회장을 설득하지 못하면 영국 은행으로부터의 차관도입은 물 건너가는 것이다. 회장은 예상대로 대번에 난색을 표했다.
“아직 배를 사겠다는 선주도 나타나지 않았고, 한국의 상환 능력과 잠재력도 불투명합니다. 이대로는 곤란합니다.”
그는 사막에라도 떨어진 듯 황량한 기분이었다. 어떤 말로도 회장의 굳은 결심을 뒤집기는 어려워 보였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여태껏 곧이곧대로 사업을 했다면 벌써 몇 번은 망했을 것이다. 다들 반대한다고 포기했다면 남들 성공이나 지켜봐야 했을 것이다.
그는 지폐를 탕 소리가 나도록 탁자에 올려놓았다.
“회장님, 한국은 삼면이 바다입니다. 게다가 우리는 이미 500여 년 전에 이 철갑선을 만든 경험이 있습니다. 세계 해양을 누빈 영국보다도 300년이나 앞선 것이지요. 우리에겐 충분한 잠재력이 있습니다.”
그는 지폐를 가리키며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회장은 슬그머니 손을 내밀어 지폐를 집었다. 엄지와 검지로 한쪽 끝을 잡고서 감정하듯 들여다보았다. 정말 배에 관심이 있는 것처럼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었다.
“정말 500년 전에 이런 배가 있었습니까?”
회장에게는 한 나라의 지폐에 배가 도안돼 있다는 것이 상징적으로 느껴졌다. 이야기 속에서나 나올 법한 배, 이런 배를 실전에 사용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그 점을 이용하는 그의 아이디어가 마음을 흔들었다. 회장은 속내를 알 수 없는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회장은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막대한 투자를 결코 이런 식으로 하지는 않습니다. 정 사장님도 잘 아실 겁니다. 당신 나라의 선조에게 감사하십시오. 그리고 최대한 빨리 배를 구매할 선주를 물색하셔야 합니다. 영국 은행들이 차관을 보장한다고 하면 일이 수월할 겁니다. 그 이후로는 정 사장님이 하셔야 할 몫입니다.”
작은 지폐 한 장에도
한 나라의 미래를 담을 수 있다.
정주영(鄭周永, 1915~2001) 회장은 40여 년 전, 한국에 미래 산업을 세우기 위해 험난한 길을 홀로 걸었습니다. 당시 한국에서 조선업은 불가능한 산업으로 치부되었죠. 조선소를 지을 돈도, 배를 건조할 기술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본 통산성 보고만 믿고 따랐다면, 한국의 건조 능력은 5만 톤 이하로 묶였을 거라고. 한국 경제를 막으려는 중국의 방해가 없었다면 결국 미쓰비시의 하청업체로 전락하여, 독자적인 조선 산업이 실행되지 못했을 거라고. 불리한 조건으로 이스라엘이나 노르웨이와 합작했다면 어떤 실속도 챙기지 못했을 거라고.
그는 믿을 만한 무기도 없이 맨몸으로 유럽을 건넜습니다. 대신 그의 주머니엔 자부심과 용기, 무한한 잠재력 그리고, 500원짜리 지폐가 들어 있었습니다.
화가 뒤러, 기업가 정주영, 랜스 암스트롱, 넬슨 만델라..
그들의 위대한 성공을 이끌러낸 작고 사소한 '1% 가치'에 관한 27가지 이야기
『내 인생을 바꾼 1% 가치』중에서 (도서출판 서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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