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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22 무한오타
작성
08.07.03 08:09
조회
1,295

제목 : 칸트와 오리너구리 Kant el'Ornitorinco, 1997

저자 : 움베르토 에코

역자 : 박여성

출판 : 열린책들

작성 : 2007.10.06.

“존재란 무엇인가?”

-즉흥 감상-

  사실 즉흥 감상으로 오딧세이아를 인용하여 “나는 ‘아무’로 소이다!!”를 적을까 싶었습니다. 그것도 그렇듯 그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존재’에 대해 이번 책을 읽으며 그동안 수많은 철학자들과 과학자들이 논의해왔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그러면서도 나름대로 철학자라는 소리를 들어왔던 저는 ‘존재’에 대해‘아무’것도 알아먹을 수 없었다는 사실에 그만 충격을 받아버리고 말았습니다. 아무튼, 언젠가부터 움베르토 에코님의 기록물들을 따라 가보자 다짐했기에 만났다 할 수 있는 이번 책에 대해 조금 소개의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앞서 읽었던 저자님의 책 ‘논문 잘 쓰는 방법Come si fa una tesi di laurea, 1977’은 그나마 논문을 쓰기 위한 논문 형식의 글이어서인지 간추리기 위한 구분이 편했다는 기분이 있었는데. 이번 책에 대해서는 읽어 들어가면서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마지막 부분인 ‘옮긴이의 말’에서 보기 좋게 정리되어진 것을 발견해볼 수 있었다보니 이 지면을 통해 한 번 더 정리하기도 죄송하게 되었기에, 여기서부터는 그렇게 정리된 부분에 도움을 받아 빡빡한 글씨들을 읽어들어 가며 생각하게 된 것들로 이어볼까 합니다.

  우선 이번 책이 사실은 칸트와 오리너구리가 만나 어떤 유명한 일화를 남겼노라 식의 기록물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는 [서문]에 이어, ‘존재란 무엇인가?’에 대해 자칫 말장난으로 ‘존재’를 증명해 나간다고 생각했다가 ‘인식’과 ‘무無’라는 것에 대해서까지 많은 생각의 시간을 가지게 했던 [1. 존재에 대하여]는 시작부터 참 답답했습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하나의 문장이 어떻게 번역되고 쓰여 지는 가에 대한 미묘한 차이에 대해 분명 폭 넒은 예시를 제안해가며 설명한 것이 그저 말장난 같았다는 것은 일단 그렇다 치고, 지나가다 한사람이라도, 그리고 한번이라도 들어봤을까 의문이 드는 여러 철학자들의 ‘생각’들을 예로들에 기호학적-개인적으로는 끼워 맞추기라 판단된-분석을 시도하는 등 내용이 업치고 겹치기 시작하자 무엇인가 정신없게 작성된 논문이라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밝음을 증명하기 위해 어둠을 이야기 하듯 ‘존재’와 ‘무’에 대해 말하는 부분에 까지 와서는 아직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만 절실히 들더군요.

  그리고 ‘동방견문록’으로 유명한 마크로폴로가 신화나 전설과 같은 이야기 속에서나 등장하는 ‘일각수’를 실제로 만나게 되면서 발생하는 보편성의 괴리감에 ‘존재의 재구성’을 말하며 시작의 장을 열었다 판단된 [2. 칸트, 퍼스 그리고 오리너구리]에서는 이 책의 제목과는 달리 정체불명의 괴생물체인 오리너구리를 칸트가 만나지 못했음에 사실상 불가능한 만남이 실제가 되었을 경우 일어나게 될 정체성 혼란에 대해 저 또한 그동안 막연하게나마 알고 있었던 ‘오리너구리’와 그 존재성에 대해 많은 생각의 시간을 가져볼 수 있었는데요. 양서류 마냥 물 안에서도 물 밖에서 살 수 있으며, 오리와 같은 주둥이에 두더지 같은 몸. 그리고 비버의 꼬리를 달고 있으며, 알을 낳지만 젖을 먹이는 그런 생물이라는 사실에 제가 얼마나 한정적인 인식의 영역 속에 살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코믹 ‘포켓몬스터 스페셜’에 나오는 오박사의-겨우 포켓몬의 조사가 끝났다고 생각했을 무렵 더 많은 종류가 발견되었을 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면 좋을까 모르겠습니다(웃음)

  이어서 정복자였던 스페인 사람들의 모습을 목격한 원주민들이 그들에 대한 설명에 대해 객관적 관찰과 주관적 관찰을 통한 인식의 차이와 그 전달 과정에 대해 말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판단중인 [3. 인지유형과 핵 내용]에서는 이때 것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것’에 대해 어떻게 ‘존재’가 형상되며 전파되고 받아들여지는 가에 대해 실험이 펼쳐졌다는 사실에 어려우면서도 흥미를 가져볼 수 있었습니다. 일상생활 속에서의 가까운 예를 떠올려보자면 나이가 70이 다 되신 분이 이때까지 타이프라이터만 사용하시다가 윈도우 비스타를 운영체제로 하는 노트북을 장만하시면서 도움을 요청하시기에 본의 아닌 선생님이 되어버린 제 생활을 우선으로, 일상에서는 경험하기 불가능해 보이는 어떤 사건들을 실제로 경험하며 그러한 것들을 경험해보지 못한 이들에게 설명할 때의 기분을 떠올려보며 책에서 말해지는 이론과 실험을 입체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다시금 말장난 형식으로 ‘산’에 대해 말하며 시작의 장을 열었다 생각된 [4. 오리너구리: 사전과 백과사전 사이의 괴리]에서는 그 존재성을 쉽게 정의 내릴 수 없는 괴생물체 ‘오리너구리’가 발견됨으로서 기존의 분류체계가 혼란을 맞이했던 이야기가 나오게 되는데요. 사전적 의미를 말한다 했을 경우 간략한 의미일 경우 ‘사전辭典’을 펴들고 좀 더 상세한 의미를 원할 경우에는 ‘백과사전百科事典’을 펴들었었기에 기록 대상의 설명에 대한 범위에 대한 차이로만 알고 있었다가 ‘사전’이라는 부분에서부터 차이가 남에 그만 혼란에 빠져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각 사전에 대해 사전적 정의를 옮겨보면 ‘사전’은 ‘[명사]어떤 범위 안에서 쓰이는 낱말을 모아서 일정한 순서로 배열하여 싣고 그 각각의 발음, 의미, 어원, 용법 따위를 해설한 책. ≒말광·사림辭林·사서辭書·어전語典’로 나오며 ‘백과사전’은 ‘[명사] 학문, 예술, 문화, 사회, 경제 따위의 과학과 자연 및 인간의 활동에 관련된 모든 지식을 압축하여 부문별 또는 자모순으로 배열하고 풀이한 책. ≒백과사서·백과사휘·백과전서.’라고 나오는 것이 단순히 단어가 가진 의미와 그것이 어떤 현상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표현 방식에 차이가 남을 확인해볼 수 있어서인지 새로운 지식의 지평을 열게 되었다는 것에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어떠한 대상을 향한 ‘지시’를 하는 것에 대한 나름대로의 모호한 영역범위를 일종의 약속으로 통재한다는 실험이 담겨 있다 생각된 [5. 합의로서의 지시 행위에 대한 메모]에서는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아는 만큼 보인다’는 현상 때문인지 지칭하는 어떤 대상에 대해 이해의 영역이 차이가 나게 되어 대화가 어려웠었던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그것은 동음이의를 말하는 ‘애매성’과 한 단어가 가진 의미의 범위영역을 말하는 ‘모호성’에 대해서 그 예를 말할 수 있을 것이며, 한 대상을 바라보는 각각의 시점 속에서 달리 말해질수 있다는 ‘옴니버스’타입의 작품 또한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인데요. 하지만 이런 것에 대한 설명은 이번 지면이 아닌 다른 작품의 감기록에서 따로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위까지의 내용을 정리한다는 기분으로 만난 [6. 도상성과 하위 도상]에서는, 솔직히 이까지의 내용도 이해가 되었을까 의심이 들었는데 결국 이해의 영역을 완전히 벗어나버리는 듯한 멍~한 상태가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글을 쓰거나 친구들과의 어떤 대상에 대한 열띤 대화의 현장에서 말해지는 사소한 걸림돌들을 나름대로 실험과 재미있는 예시를 통해 설명하려 한 저자 분의 열정을 느낄 수 있어 의미 있는 독서의 시간을 가져볼 수 있었다 말씀 드리고자 하는데요. 그래도, 정말이지 그동안 제 인생의 독서 선배님들이 던져주시던 ‘경고’ 그 대로 읽어 들어가는 동안에는 참으로 머리가 아팠습니다.

  존재. 그리고 그것에 대한 증명이라. 물론 이 책에서는 기호학을 기준으로 언어학과 분류학, 각 철학자들의 철학과 다양한 실험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심리학과 물리학에 관심을 가져왔었던 지라 ‘존재’에 대해서는 이번 책이 아닌 소설 ‘해인의 비밀, 2001’을 통해 지나가면서 들었던 것을 재확인해 볼 수 있었는데요. 그 내용은 원자의 구성이 한 개의 원자핵과 그 주위를 돌고 있는 한 개 또는 여러 개의 전자로 이뤄져있으며, 전자는 입자인 동시에 크기를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한 단순 파동이며, 또한 여기서의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뤄져있으면서도 계속되는 발견 속에서는 쿼크라는 초소립자에서 상태에서 결국에는 점상입자가 아닌 구조를 가진 복합체-파동라는 이론까지 만들어졌기에 다시 그것을 작은 세계가 아닌 축소의 시점으로 바꾼다면, 형체가 없이 파동만 있는 어떤 힘의 결정들이 수없이 많이 모여 긴 분자의 끈으로 이어져 하나의 어떤 형태를 이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에 전에 읽었던 도서 ‘니콜라 테슬라TESLA : MAN OUT OF TIME, 1981’에서 나오는 소리굽쇠나 진동자를 이용한 ‘공명현상’으로서 물질 파괴의 이야기까지 더해본다면 우리가 ‘존재’로서 인식하는 세상은 그저 속 좁은 시야의 세상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는데요. 그래도 이번 책에서는 그런 물리학적 측면이 아닌 당장 눈에 보이는 현상들에 대해 심리학의 양념을 가미한 ‘생각’들이 어떻게 발전되어왔는가에 대해 정리된 기분을 받았던지라, 그저 최근 들어 컬렉션 대상이 된 에코님의 책이나 가능하면 출판되어진 순서대로 읽어보고자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네? 그럼 개인적으로는 ‘존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냐구요?

  으흠. 저는 위에서도 적은 물리학적인 측면인 ‘공空’의 개념에 ‘파동 이론’을 존중하긴 하지만, 심리학적 측면에서 스스로 ‘거울과 거품이론’이라 명명하고 있는 생각을 말하곤 하는데요. 그것에 대해서도 언젠가 기회가 되면 장황하게 이야기해보기로하며 이번 기록은 일단 여기서 마쳐볼까 하는 바입니다. 아아. 그나저나 ‘존재’라!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도 공명하는 기분이 들고 있으니 오늘 밤도 편안하게 잠들기는 다 틀렸다는 기분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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