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작성자
Lv.29 중인배
작성
11.11.25 09:06
조회
3,817

작가명 : 자하

작품명 : 그 마법사의 사정

출판사 : 로크미디어

많은 분들이 마공서로 손꼽는 남궁세가소공자를 전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제가 워낙 그런 귀환류의 설정을 좋아라한 점도 있었지만 신인 답지 않은 필력과 글 사이 사이로 비춰지는 일종의 광기와 같은 감정묘사가 정말 마음에 들었더랬습니다. 특히 고노무 깜찍한 괴물 소공자가 '난 아직 헬파이어같은 대량 살상 마법은 쓰지도 않았다구..'라고 중얼거리는 부분에서는 전율마저 느꼈었죠. 물론 많은 독자들이 지적하는 BL코드라던가 근친의 향기마저 풍기는 질척질척한 사내들의 끈끈한 정(?)에 경약을 한 것도 사실입니다만..  워낙 스토리 전개가 신선하고 탁월해서 그런 점은 그러려니하고 대충 넘겼습니다.  그 후로 자하님의 작품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봤습니다. 이번에 나온 신작 '그 마법사의 사정'을 포함해서요. 그렇게 쭈욱~ 보다보니 자연스레 자하님만의 스타일이랄까.. 특징이라고 할만한 것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강점: 새로운 소재와 새로운 시도

자하님이 여태까지 써온 작품들의 면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분 정말 만만치 않은 분이라는 것이 여실히 느껴집니다. 새 작품이 나올 때마다 장르가 조금씩 바뀝니다. 그런데 더 미치고 환장하겠는게 단순히 장르를 넘나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독창적인 소재를 가지고 슬쩍 비틀어 놓는 대단한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고 있습니다.

남궁세가소공자: 이 작품도 따지고 들어가면 차원이동판타지무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지요. 보통 차원이동물이라하면 한쪽 세계에서 다른 쪽 세계로 넘어가서 고생 좀 하면서 기연같은 거 얻어가며 주인공이 용되는 그런 내용인데.. 이 작품에서는 무림에서 판타지로, 판타지에서 다시 무림으로 돌아오는 것도 모자라 그 왔다갔다하는 동안에 내용은 다짤라먹고 무림으로 귀환하는데서 내용이 시작됩니다. 제가 여기서 단번에 필이 꽂혔죠. 구질구질하게 주인공이 강해져가는 그 지긋지긋한 반복재생을 지켜볼 필요가 없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천우반생기: 세계관은 무협이나 그 실질은 체험!! '평범한' 삶의 현장 - 조폭갱생물에 가깝습니다. 무림의 킹왕짱 주인공이 무려 '은거'하면서 시작합니다. 주인공이 팔불출 아빠로 변하는 모습이 눈물 겹습니다.

파락호무림: 역시 무협이긴 합니다. 그런데 주인공이 '파락호'랍니다. 요즘말로 하면 반백수 + 양아치에 가까운 개념이죠. 보통 주막같은데서 무림고수한테 깝치다가 개털리는 역할을 많이 하는데.. 여기서는 지가 무림고수를 털고 다닙니다.

테라의주인: 일종의 전생물 + 차원이동판타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평범한 전생물은 아니죠. 차원이동하는 것이 사람이 아니라 영혼입니다. 혼만 쏙~ 빠져나와서 판타지 세계에 정착합니다.

비인비검: 이것도 전생물 + 차원이동판타지입니다만... 이번에는 주인공이 검입니다. 이제는 사람도 아니고 검이 주인공랍니다. 파락호는 그래도 사람이기는 했지... 심지어 판타지세계에서도 알아주는 마검이라 나름 뼈대있는 검이랄까요... 하여간 그 검이 무림으로 와서 사람도 되고 그럽니다..

마도병기 세기언: 기갑물입니다. 배경은 SF가 아니라 판타지지만 그래도 기갑물입니다. 거인들이 막 나와서 칼싸움도 하고 레이저도 쏘고 그럽니다. 완전 점입가경입니다.

그 마법사의 사정: 게임판타집니다. 자하님은 결국 게임판타지에도 손을 대셨습니다. 당연히 그냥 단순한 게임판타지일리가 없지요. 사람이 게임에 들어가는게 아니라 게임 캐릭터가 사람 세상으로 나옵니다. 이건 뭐 매트릭스의 스미스 요원도 아니고..

무협, 판타지, 기갑물, 게임판타지, 차원이동 등의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되 항상 기존의 식상한 소재에서 벗어나는 자하님만의 신선한 발상이 가미되어 있습니다. 매번 어쩜 그렇게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는지 궁금할 지경입니다.

약점: 변하지 않는 주인공

하지만 자하님의 작품세계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주인공이죠. 자하님 소설의 주인공은 항상 극단적인 성향을 보입니다. 하나같이 '우리 편 최고, 나머지는 상관없어' 내지는 '내 사람 건드리면 다 죽인다'라는 일종의 집착과 광기에 가까운 편애적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에는 남궁세가의 소공자가 되었건, 공작가문의 후계자가 되었건, 얼떨결에 사람 몸 차지한 검이 되었건 예외가 없습니다.

남궁세가 소공자 이후로는 비교적 감정의 폭주를 자제하시는 듯 합니다만 그럼에도 여전히 각 작품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울타리 안 사람들에게는 부처님급의 관대함을 보이면서 그렇지 않은 자에게는 가차없는 냉혹함을 발휘합니다. 물론 여기서의 관대함은 무조건 따뜻하게 대한다는 것이 아니라 제 할일 열심히 하도록 독려하고 챙겨주고 뭐 그런다는 뜻입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주인공은 필수적으로 똑부러지고 제 앞가림 잘하고 능력도 출중하고 의지도 굳건한 그런 녀석들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넘들은 처음 한두번 볼 때는 멋있고 매력적으로 보이는데.. 계속보다 보면 그놈이 그놈같고, 이놈이 저놈같고.. 그렇게 무감각해진다는 겁니다. 너무 일관성이 있는 나머지 얼마보지도 않고서도 주인공의 행동패턴이 예측이 된달까요..

양과같이 똑똑한 놈이 있으면, 곽정같이 우직한 놈도 있고, 위소보같이 입만 살은 놈도 있으면 좋을텐데.. 다들 하나같이 과묵하고 철통같은 의지를 지닌 싸나이니.. 각자의 작품에서는 멋들어지게 활약하지만 전체 작품들을 놓고 보면 다소 개성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같은 상황이라도 그것에 대처하는 캐릭터가 착한 놈인지 나쁜 놈인지, 똑똑한 놈인지 멍청한 놈인지에 따라서 여러 개의 분기, 여러 개의 스토리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러한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자하님의 작품세계는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항상 새로운 장르와 소재로 찾아오는 자하님은 필명만으로도 신뢰를 주는 몇 안되는 작가입니다. 이번에 나온 '그 마법사의 사정'도 톡톡 튀는 소재에 현대물이라 더 관심이 갑니다. 앞으로 자하님의 건필을 기대하면 이만 줄입니다.


Comment ' 10

  • 작성자
    Lv.99 은빛검풍
    작성일
    11.11.25 10:50
    No. 1

    제가 보기에는 자하님의 단점은 극단적인 편가르기가 아니라 감정을 길게 흘리는 점-여자분인지 남자분인지 저는 모르지만 여자분일꺼라고 생각 되는 점이죠.어떻게 보면 답답함이고요 어떻게 보면 우유부단하다고나 할까요? 폭력을 쓰는 장면에서도 통쾌하다는 느낌 보다는 단호하지 못하고 (여러 감정이 끼여들면서) 찝찝하게 마무리 짓는 점. 주먹질 조차도 끝까지 순수한 폭력이 아니고 앞뒤로 이리저리 재는 점.보통 극단적인 편가르기는 남자 작가들의 특징이고요, 여자 또는 여성적 성향의 작가들은 섬세한 감정표현에 탁월해서인지 감정을 질질 끌거나 너무 많은 감정을 이입해서 적당히 끝내는 성향이 있는거 같아요.좀 아쉬운 점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7 서희(曙曦)
    작성일
    11.11.25 13:35
    No. 2

    주인공은 머리색, 눈색만 다를 뿐 이 책이나 저 책이나 거의 똑같죠. 속좁고 편협하고 자기중심적이어서 답답하고 질리는 경향이 있어요. 취향 타는 작가님이죠. 전 테라의 주인은 그래도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그 외 작품은 전부... 특히 남궁세가 소공자 결말은 지금 생각해도 한숨 나와요. 신작은 어떨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9 미즈료우
    작성일
    11.11.25 13:49
    No. 3

    다음작은 안그러려나 하고 봤지만 변하지 않는 bl 삘이 절대 그 작가책은 안보게 하죠..
    남자들에 우정이라고 쓰기는 한거 같은데 하는짓은 여자들에 우정..
    둘사이에 엄청난 간격이있죠..
    로맨스 소설 남자작가분들은 글을쓸대 남자입장에서 쓰지는 않죠. 주인공이 대부분 여자니까..
    아무리 작가가 여자분이라고 해도 남자들끼리에 우정이라면 남자입장에서 써야지 여자들이 생각하는 남자들에 우정을 쓰니 bl에 공이니수니 하는거 밖에 생각나지 않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4 淸流河
    작성일
    11.11.25 15:30
    No. 4

    BL도 BL이지만, 묘사나 스토리전개면에 있어서도 그리 좋은 점수를 주진 못하는게 개인적인 평입니다. 여성 특유의 감성을 살린 묘사를 하는 것을 뭐라 하진 않겠으나 그 묘사가 너무 길게 늘어지는 면이 있고 또한 스토리 전개가 허술한 건 어쩔수가 없는듯... 즉 메인 스토리라인보단 캐릭터간의 이야기가 더 중요한 듯 글을 쓰신달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용세곤
    작성일
    11.11.25 15:32
    No. 5

    아 남궁세가소공자가 처녀작이었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5 다운타운
    작성일
    11.11.25 15:35
    No. 6

    이번권은 1권은 그럭저럭 볼만했지만 2권은 영아니었슴. 게다가 역시 bl냄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3 Unveil
    작성일
    11.11.26 02:57
    No. 7

    테라의 주인, 마도병기 세기언 만 봤는데요
    이 작가의 특징으로 주인공이 지나치게 경색되고 사고 체계와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 영 제 타입은 아니었습니다.
    캐릭터가 어른이라는 느낌이 없고 똑똑한 척 하는 어린애같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8 얼라리
    작성일
    11.11.27 15:43
    No. 8

    남궁세가 소공자가 '2장로님', '2공자님' 하던 그 소설 맞나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9 중인배
    작성일
    11.11.29 22:41
    No. 9

    얼라리/ 주인공이 남궁세가 2공자 맞습니다.

    역시 많은 분들이 BL삘이 난다는 이유로 자하님의 작품들을 멀리 하는군요. 솔직히 말해서 남궁세가 소공자에서는 확실히 그런 경향이 좀 강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의 작품들에서는 그다지 BL삘이 나지 않음에도 독자들에게 남궁세가 소공자에서의 트라우마(?)가 일종의 선입관으로 적용하여 작가님이 손해를 보고 계시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작품에서 주인공의 성격이 좀 과하게 편협하여 자기 사람 외에는 아웃 오브 안중인 점과 여자 주인공의 로맨스가 거의 배제되다시피하는 점이 그런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게 아닌가 합니다.

    사실 앞서 몇 분께서 지적하신 대로 저도 캐릭터의 편협함에서 비롯되는 답답함은 매번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 점이 신선한 소재를 갉아먹는달까요.. 그래서 필력에 비해서 저평가되는 작가님이라 생각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1 아흐레
    작성일
    11.12.06 01:13
    No. 10

    어; 전 오히려 이번 권이 좋았어요.
    이전 작들은 솔직히 말하자면 주인공들이 이미 완성되어 있는 데다가
    자신감 만땅에 캐릭터 성격이 거기서 거기..

    이번 편의 주인공은 뭔가 조금 소심해보이면서도 전작보단 겸손한 게 마음에 듭니다. 편협하지도 없고 자기중심적인 면도 약하고..

    솔직히 전 이번 작품을 보고서는 뭔가 태선님 식 겜판과 비슷한 느낌을 받긴 받았습니다.
    작가를 모른 상태에서 봤다면 이게 자하님 소설이란 것도 몰랐을 거에요.


    어떤 분은 주인공이 매력없어졌다고 하는데 전 오히려 주인공이 더 매력있게 변한 것 같습니다. 그냥 전 그렇다구요..<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감상란 게시판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26491 판타지 요즘 왠일로 재미있게 본 현대 판타지 소설 +6 Lv.1 [탈퇴계정] 11.11.26 6,064 0
26490 무협 악산 님의 괴공유록 +7 Lv.31 견인불발 11.11.26 4,638 3
26489 무협 윤극사전기... 깊은 사색에서 나오는 향기.. +6 Lv.12 드니드니 11.11.26 5,004 5
26488 게임 구품공무원 진짜재밋네요^^ +9 Personacon 김연아 11.11.26 5,637 6
26487 무협 정말 오랜만에 예상의 재미를 더해주는 "절... Lv.1 하늘빛정원 11.11.26 2,277 0
26486 무협 절대강호를 읽고.. 적호의 무공수위는?? +9 yjw8656 11.11.26 4,433 1
26485 판타지 타임러너 1, 2권을 읽고 +6 Lv.63 Unveil 11.11.26 2,813 1
26484 판타지 마왕데이몬 +17 Lv.7 알력학 11.11.25 4,899 1
26483 게임 [샤이닝로드]를 읽다. +21 Lv.22 리자드킹 11.11.25 3,195 2
26482 기타장르 재주꾼 오 형제 를 읽고 Lv.22 무한오타 11.11.25 1,485 0
26481 무협 유사하 <반인기> +4 Lv.1 신마녀 11.11.25 5,790 4
26480 판타지 죽어야 번다, 대박이네요. +9 Lv.1 악신패왕 11.11.25 4,810 5
» 무협 그 마법사의 사정으로 돌아온 자하님의 작... +10 Lv.29 중인배 11.11.25 3,818 6
26478 무협 이래서 절대강호, 장영훈 하는구나! +22 Lv.18 o마영o 11.11.25 5,022 9
26477 판타지 차카게 살자' 재밋네요 스포약간 +2 Lv.14 연느님 11.11.25 2,145 2
26476 판타지 하얀늑대들을 읽고 +15 Lv.1 고학(孤鶴) 11.11.24 3,208 4
26475 판타지 포이온을 읽고(미리니름) +4 Lv.15 산양 11.11.24 4,901 2
26474 인문도서 어흥, 호랑이가 달린다 를 읽고 +2 Lv.22 무한오타 11.11.24 2,485 0
26473 판타지 프로스타대륙전기 4권 유재석 출연. +3 Lv.50 서우준 11.11.24 2,998 0
26472 판타지 이계지인 +10 Lv.64 이제운 11.11.24 3,508 0
26471 판타지 죽어야 번다 6권 +8 Lv.4 진서유 11.11.24 3,605 1
26470 무협 근래 출판 무협중 절대강호가 갑인듯 +10 Lv.1 다라지 11.11.24 4,384 0
26469 무협 설봉 '마야' (스포일러대량포함) +14 Lv.1 신마녀 11.11.23 7,437 1
26468 일반 너 이거 아니? 를 읽고 Lv.22 무한오타 11.11.23 1,370 0
26467 자연도서 극지방과 바다 를 읽고 +3 Lv.22 무한오타 11.11.22 1,670 0
26466 퓨전 새벽의 마왕 괜찮네요 +8 Lv.99 ifrit. 11.11.22 7,782 0
26465 무협 절대강호를 읽고.. +6 Lv.71 얼어붙은혼 11.11.22 2,954 2
26464 무협 절대강호 7권을 읽고,.,,,, +8 yjw8656 11.11.21 2,528 4
26463 판타지 죽어야번다 6권.(쪼큼 네타) +8 Lv.94 토우 11.11.21 3,696 2
26462 판타지 판타지계의 삼국지(?) 강력한 몰입도의 수작 +4 Lv.67 superior.. 11.11.21 4,558 6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