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칸바야시 쵸헤이
작품명 : 전투요정 유키카제 3권
출판사 : 대원씨아이 NT노벨
유키카제의 새로운 플라이트 오피서로 임명된 것은 정보군의 롬버트 대령이 보낸 스파이로 의심되는 카츠라기 소위였다. 마치 변하기 전의 후카이 레이의 모습과 아주 흡사한 태도를 보이는 그와 함께 유키카제를 타고 출격하는 후카이 레이. 그리고 마침내 그 둘은 JAM과 접촉을 하게 된다. 과연 JAM이 유키카제와 후카이 레이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그들이 노리고 있는 진정한 목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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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다룬 칸바야시 쵸헤이의 하드 SF. 그 3권입니다. 일단 이걸로 단행본으로 묶여 나온 '전투요정 유키카제'는 끝. 다만 일본에서는 3부의 연재가 계속되고 있다고 하네요.
그런데, 한국에서 1권으로 나온 '전투요정 유키카제'의 출간년도가 1984년.
그리고 한국에서는 2,3권으로 분권되어 나온 '굿 럭, 전투요정 유키카제'가 92년부터 99년까지 잡지연재된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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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속도가 쩝니다, 이거. 진짜 역자 후기에 나온대로 "칸바야시 쵸헤이의 라이프워크"인 듯 하네요. 번역자가 후기에서 말하길 "일본에서는 3부가 연재되고 있습니다만, 단행본으로 묶여 나오려면 몇년이 걸릴 지 모르니 신경 안쓰는게 좋겠습니다."
하여간 한국에서는 어찌보면 '서양권 본격 SF'보다 더 접하기 힘든 '일본 본격 SF'라는 점에서 흥미롭게 읽고 있습니다. 'NT Library' 브랜드는 계속 흥미가 커집니다만 결국 손을 못 대고 있네요. 일반적인 라이트노벨 신간 구입도 따라가기 벅차서;; 요즘 재밌는 신간이 너무 많이 나와요.
각설하고,
이 전투요정 유키카제 3권을 읽는것과 동시에 GONZO에서 제작한 '전투요정 유키카제' OVA를 감상했습니다. 애니메이션은 유키카제 1,2,3권(일본으로 치면 '전투요정 유키카제'와 '굿 럭, 전투요정 유키카제')의 에피소드를 적당히 잘라내고 섞은 뒤, 결말을 오리지널로 한 작품입니다.
소설도 소설이지만, 애니메이션도 상당히 괜찮더군요. 뭐, 애니메이션에서는 1화 마지막에 일어나, 일종의 애니메이션 도입부로도 볼 수 있는 '유키카제 교체' 장면이, 1권에서는 꾸준히 언급되어 오던 '기계와 인간의 반목'이 극대화되는 일종의 장면 폭발, 즉 '전투요정 유키카제' 자체의 하나의 결말이었다는 점이라던가, '토마호크'의 이야기(기계 심장)의 의미가 모호해졌다던가 하는, '전투요정 유키카제' 1권의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던 분들께는 애매할 수도 있습니다만.
다만, 뛰어난 퀄리티로 펼쳐지는 공중전의 묘사와 일정하게 유지되는 작화의 질, 애니메이션 나름대로의 일관성을 유지한 스토리 전개와 여운을 던져주는 결말 등, 수작인 것은 분명합니다.
특히 애니에서 이디아 포스 대위가 예쁘게 나와서 좋아요(...). 소설에서도 읽다보면 나름 분위기 좋은것도 같은데 레이 이녀석이 진짜 어쩔 수 없는 유키카제 덕후라서(...).
하여간, 애니메이션에서 중요하게 다룬 것은 1권보다는 2,3권의 내용. 뭐, 철학적인 문답만 하는 내용보다는, '명백한 적'과의 전면전을 벌이는 편이 영상화하기 편하긴 하지만요.
다만, 소설 본문에서 "그 작전은 실용성이 적다. 오히려 적이 노리는 바일수도 있다. 좋은 아이디어긴 하지만 그 안은 폐기하지."라던 작전을 애니메이션에서는 최종 작전으로 채택해 버리는 그 황당한 정신에는 나름 감탄(...). 아니 뭐, 상당히 좋은 느낌으로 진행되긴 했지만.
본문으로 돌아오자면, 일단 JAM과의 직접적인 접촉이 메인. 유키카제를 비롯한 특수전의 전투지성체, FAF(페어리 공군)의 컴퓨터 군집, JAM, 그리고 인간들. 단순히 JAM과 인간의 전쟁도, JAM과 컴퓨터간의 전쟁도 아닌, 다양한 '지성체'들의 의견과 이익과 생존이 걸린 다중적인 전장으로 변모해가는 페어리. 그리고 서로의 존망을 건 최종전에 뛰어드는 묘사가 긴박감 있게 펼쳐집니다.
약간 어섹함을 느끼는 건, 저 '인간들'이 하나같이 너무 똑똑하다는 것. 척 하면 척 하고 선문답같은 철학적, 과학적, 형이상학적 내용을 작전회의에서 토론하는데, 자기들끼리는 매우 쉽게 이해하고, 한발짝 진보한 의견을 내 놓는 짓을 반복하는터라, 그 분위기를 살짝만 놓쳐버려도 따라가기가 어렵습니다. 캐릭터들의 생각이 너무 높은 차원에서 노는 것 같으면서도 세속적인 이야기가 끈끈하게 얽혀 있어, 대사와 행동의 의도, 의미를 확실하게 파악하는게 조금 어렵습니다.
한마디로, 애들이 너무 쿨-해요. 생각부터, 행동에, 심지어 유머까지.
유키카제와 JAM에 대한 고찰이 성숙해짐과 동시에, 작 중 인간들의 자기성찰도 깊어지는 것이 상당히 볼만합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며 주변 인물들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면서, 그것들이 스토리 진행과 작전 수립 등 다각도로 연관되어 가거든요.
튼튼하게 이어지던 이야기인 만큼, 최종전을 향해 날아오르는 유키카제의 모습으로 끝나는 것은 상당히 아쉬운 일입니다. 일본에서 3부의 진행이 어느정도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2007년인가 2008년부터 시작되었다는 모양입니다), 한국 정발은 상당한 세월이 흐른 뒤겠지요. 가능성 자체도 애매하고.
그래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인간과 기계의 복합 진화, JAM의 진정한 정체와 목적 등, 철학적인 이야기를 탄탄한 배경 설정과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으로 이어온 작품인 만큼, '확실한 결말'을 확인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ps. '전투요정 유키카제' 블루레이 박스 세트가 6월달에 한국에 발매될 예정입니다. 500세트 한정판도 예정되어 있으니 관심있으신 분은 관련 정보를 주시해보시는 것도 좋겠지요. 그 외에 72p짜리 설정집이 붙어있는 DVD 박스가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판매중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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