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아서 C. 클라크
작품명 : 유년기의 끝(Childhood's end)
출판사 : 시공사 그리폰북스(알라딘 재간판)
외계 문명과의 '최초의 접촉'과 '인류 진화의 비밀'을 둘러싼 경이로운 미래상을 보여주는 SF계의 거장 아서 C. 클라크의 대표작.
어느날 예고도 없이 뉴욕, 런던, 파리, 모스크바, 로마 등 전 세계의 대도시 상공에 거대한 은빛 우주선들이 나타난다.
그 우주선을 타고 온 외계의 종족을 인류는 오버로드라고 부르는데, 그들은 인류를 무지, 질병, 가난, 공포로부터 해방시키고 황금시대로 이끈다.
그러나 오버로드들은 그들이 지구에 온 목적을 끝내 밝히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들이 얼마나 운이 좋았는지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다. 백여 년 동안 인류는 이제까지 어떤 종족도 누리지 못한 행복을 향유했따. 그것은 황금시대였다. 그러나 황금이란 석양의 빛깔, 가을의 빛깔이기도 했다. 오직 캐럴런만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겨울의 세찬 눈보라의 첫 흐느낌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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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타이거!'와 함께 알라딘에서 절판 SF 도서 기획으로 다시 재간된 '유년기의 끝'입니다. SF계의 빅3이자 그랜드 마스터였던, 불과 몇년 전에 돌아가신 고 '아서 C. 클라크'의 대표작이지요.
옛날부터 이야기는 많이 들어왔습니다. SF와 인류의 진화를 다룬 온갖 서브컬쳐 매체를 논할때 흔히 사용되는 문구가 '유년기의 끝에 대한 오마쥬'라는 것이었으니까요. 가장 최근에 이 문구가 사용된 작품은 '기동전사 건담 더블오'에 대한 이야기였을 겁니다.
SF를 읽기 시작한지 몇 년 되었습니다만, 몇십년의 세월동안 쌓아온 명작들 중에서도 아직 몇 권 정도밖에 손을 대지 못했습니다. 각 작품이 가진 세월의 무게도, 직접적인 흥미의 문제도 있겠습니다만, 무엇보다 그 글을 접하기 위한 난이도 자체가 한국에서는 너무 높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알라딘의 절판도서 복간 기획은 환영스러운 일입니다.
사실, 이 책과 같이 구입했던 '타이거 타이거!'가 너무나 받아들이기 힘든 책이었기 때문에 살짝 읽기를 망설였습니다. 실제로 책을 집어드는 데 어느정도 시간이 걸렸으니까요.
허나, 다 읽고 난 지금에는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역시 인정받고 있는 '거장'다운 안정되고도 멋진 문장과, 담담하게 따라갈 수 있는 거시적인 전개 속에서도 중요한 장면과 중대한 전환점을 인상적으로 표현하는 그 구조와 연출력,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한 태마와 그것에 대한 성찰 등, 어느 하나 빠트릴 것 없는 멋진 소설이었습니다.
냉전 시대에 인류의 우주경쟁이 본격적인 발을 내딛으려는 찰나, 그 문을 틀어잠구듯 인류에게 모습을 들어낸 '오버로드'들.
오버로드들의 통제 하에 온갖 문제들 속에서도 하나로 합쳐지는 세계 속에서, 각자의 역할과 생각 하에 움직이는 여러 사람들의 모습들, 생각들, 도전들.
그리고 그 속에서 변화해가는 사회와 인류의 사고들이 매끄럽고 읽기 쉽게, 그리고 흥미롭게 전개됩니다.
그러면서 딱히 어려운 개념을 들먹인다던가 '논리 장난'스러운 형이상학적 이야기를 하지도 않아요. 독자들이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화'를 이야기하고, 오로지 '스토리'를 사용해 그 흐름에 이입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마침내 찾아온 '변혁'의 순간과, 그것을 바라보는 다양한 인간들의 이야기는 '변화의 고찰'이라는 이성적인 시선 뿐만 아니라, '그 안의 인간'이라는 감상적인 부분 까지 능란하게 잡아내고, 날카롭게 표현하는 작가의 능력에 경탄하게 할 만한 부분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결말부는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인류의 진화'라는 거창하고도 숭고한 테마를 이토록 '비극적'으로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요. 유년기를 벗어나 한 단계 높은 곳으로 도약하는 신인류,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최후의 세대. 그리고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지점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을 계속하는 오버로드들...
어찌보면 이 책의 진정한 주인공은 '인간'이 아니라 오버로드로 보는게 더 옳게 보이기도 합니다. 잰은 결코 오버로드들이 '인간'을 이해할 수 없을거라 생각합니다만, 오버로드들은 오히려 현대의 인간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미래의 인간상'에 가장 가깝지 않을까요?
다양한 인물의 시점을 넘나들며 이야기가 진행되는 만큼, 긴 세월에 걸친 다큐멘터리를 본 듯한 기분도 드는 책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부담없이 읽히면서도 진중한 무게를 가진, 그야말로 '역사적인 명작'의 면모를 아낌없이 느낄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ps. '건담 더블오' 오마쥬 이야기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경쟁의 한 단계에서 갑작스레 나타난 '상위의 존재'라던가... 다만, 건담이 표현한 낙관적인 진화의 모습과는 너무 다르고 그에 대한 성찰의 무게 면에서도, '오마쥬'로서의 의미까지 상당히 상실한 모습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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