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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작성자
칼바람
작성
03.03.28 21:18
조회
3,121

작가 : 풍종호,  출판사 : 초록배

1부(전3권) : 1997년 6월   2부(전3권) : 1997년 12월

2003년 3월 24일, 드디어 고대하던 '광혼록 일독'을 마치다. 휴--

2003년 3월 27일, 감상문을 쓰기 위해 다시 한번 읽을 준비를 하다, 독한 마음을 품고서.

반말로 할 랍니다. (천성이 그래서)

주체할 수 없는, 펼쳐진 시간 속에서 마치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는 듯이 나의 발길은 만화방으로 빨리 갈 것을 독촉하고 있었다. 쨍쨍거리며 쏟아 붓는 햇볕의 방해공작에도, 느릿한 발길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마치 거기가면 그냥 흘러만 가는 시간을 묶어둘 수 있는 끈이라도 있다는 듯이.

지하계단을 내려가는 나는, 93년도부터 지금까지(기억이 흐릿하지만 98년도쯤인 것 같다. 도서대여점이 없었던 걸로 봐서는.-우리동네에만 없었나) 무협소설, 또는 관련된 정보조차도 많이 접할 수 없었던 내·외적인 환경 속에서, 우연찮게(정말로 우연이었던 것 같다.) 작년에, 읽고 기절초풍했었던 독왕유고, 대도오, 일대마도, 암왕 등등을 떠올리며, 이번에도 그런 우연이 반복해서 일어나길 간절히 바라마지 않았다. 이런 바램이 한물간 보상심리에서 자라난 것만은 아니라고 속으로 외쳐보면서, 떨리는 가슴과 흔들리는 눈동자는 이 비밀을 오직 혼자만의 것으로만 남게되길 희망하고 있다.

이미 복제판 무협은 나를 싫어한지 오래고, 그 근처에는 가지 않는 것이 지켜야 할 도리인 것처럼 열심히 지켜왔다. 그러한 대상 없는 약속이행에 보상이라도 받듯이, '광혼록 1부 전3권'이 한쪽 귀퉁이에서 가지런히 내눈에 스며들어왔다. 아니 그보다는 풍종호란 이름이 먼저 눈에 쏙 들어왔다는 표현이 정확하리라. "경혼기하고 일대마도 쓴 사람 아니야! 크흐흐---." 감전이 꼭 전기적 작용에 의해서만 일어난다는 이론에 강하게 부정하고 싶었다.

책 상층부에 슬그머니 앉아있는 먼지의 역사조차 무시한 채, 촌음의 시간이라도 낭비하는 순간엔 다른 사람에게 뺏길지도 모른다는 치열한 경쟁심리속에서 세 권 모두를 순식간에 잡아 뽑는 데 성공했다. 그와 동시에 얼굴 사방 한자를 격하고 호신용 보호막이 펼쳐졌음은 당연하다. 이 보호막이 내 의지의 산물이었는지는 아직도 자신할 수 없다.

조금도 주저 없이 계산대로 달려가서는,

"사장님! 2부 어딨어요? 이거 나온 연도로 봐선 벌써 2부도 나왔을 텐데!" 나의 바램과는 하등 상관없이,

"2부도 있어요?" 라는 주인장의 대답에,

말 걸은 적이 언제 있었냐는 듯 신속한 대여료 지불에 최선을 다했고, 돌아선 나의 눈빛엔 까닭 모를 증오가 피어올랐다.

뒤돌아 다시 뛰어가서 주인장 멱살을 잡아 쥔 채, '니가 만화방 주인이기 때문에 당연히 알고 있어야 된다는 얘기가 아니야! 누구를 막론하고 알았어야 될 부분이었어!" 라고 외치고 싶은 생각이 스쳐지나가면서, 밖으로 나오는 계단의 끝자락을 밟고 있었다.

"그래 맞아, 햇살이 너무 눈부셨기 때문이야!" 라고, 어느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의 작품속 주인공을 흉내내어 보지만, 너무나도 어색하고 어울리지 않음에, 일어나는 쑥스러움마저도 치떨렸다.

강렬한 햇살아래에서,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 덮인, 아스팔트의 얼굴이 내 신발밑창을 붙들어 매고 있었다. 광혼록이 분명 기대이상의 무엇을 선사해 주리라는 확신이 이런 무력감을 분쇄해 버렸음에 틀림없으리라. 횡단보도를 무사히 건넜음에 자랑이라도 하고 싶어지며, 집으로 가는 길은 상상의 거리로 변하고 있었다.

'85년도 전후쯤 되었지 아마?' 중학교 시절부터의 무협이 빠른 속도로 떠오른다. 내가 자주 가는 만화방은 뒷골목 조금 안쪽에 있는 자그마한 곳이다. 두 번이나 읽어보았던 빨간색 표지의 '십대천왕' 10권이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다. '구천십지제일신마'가 없어서 대학가 앞 큰 만화방을  간 것 빼고는 나는 거의 뒷골목 작은 만화방을 떠나지 않았다. 나에게 있어 무협은 이 작은 공간과 더불어 시작된 것이다. 알록달록한, 혼미함을 더해주는 오색 찬란한 빛을 뿌리는 맞은 편 책장과(대마객이 보인다. 끝까지 보지 않아서 다시 읽고 싶어진다.), 오밀조밀하지만 '공포의 외인구단'이 꼽혀있는 왼쪽 책장들 속에서 내가 원하는 모든 종류의 만족감을 대신 맛볼 수 있었다.

"쿠르-응", 지나가던 오토바이가 약하디 약한 회상을 비웃으며 밟고 지나갔다.

이제는 이러한 기분들을 다시 만날 수가 없다. 어제도 그랬고 그제도 그랬으며, 오늘도 그러하니 아마 내일도 그러리라고 미리 예상해본다. 무언가가 변해버렸다. 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무언가가. 무엇이 변한 걸까. 아무도 내게 알려주진 않는다. 모두들 바쁜 것 같다. 굳이 현실만을 탓하고 싶지 않다. 그러한 회상은 나를 피로하게만 만드는 이미 굳어버린 추억에 불과하다. 이제는 돌려 받을 수 없는 것에 대한 미련은 떨쳐버리고 그것을 앗아가 버린 이유를 찾는데 주력하고 싶다. 그런데 이것도 너무 만만히 본 것 같다. 후후

10년도 더 지난 지금, 2000년도쯤 집에 설치한 인터넷에서, 하이텔 무림동과 무림향 등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의 무식함을 지적해 주느라 바빴다. "너에게 정말 상처 주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지만, 너 안에 있는 뒷골목 만화방은 너무 작아!" 맞는 말이었다. "이렇게 많은 무협소설이 있었단 말인가! 암왕, 발해의 혼, 대도오, 일대마도 말고도 이렇게나 많이 있었단 말인가! 이렇게나 많이!" 제1,2회 하이텔 무림동 추천선을 보곤 그냥 뒤집어졌다.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죽으라고 파일을 다운받은 뒤 읽어보려 하니 이건 책을 읽는 게 아니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자꾸 뭔가 빠진 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제야, 내가 본 것은 책이 아니라 모니터 화면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낭비한 시간에 저주를 퍼부으며, 죽으라고 헌책방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말 그대로 '헌 책'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수 백권 쯤 되지 싶다. 그 과정을 말로 어떻게 다하리. 안사람과 피튀기는 전쟁을 치렀음은 당연하다. 지금은 휴전상태지만 종전은 요원하기만 하다. 주위사람들은 내가 대여점을 차리려는 줄 알고 반대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제는, 언제부턴가 봇물 쏟아 붓듯이 터져 나오는 신간에 치여서 사다 놓은 책은 그냥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다. 축소판 새옹지마(塞翁之馬)다.

나는 무협에 중독된 것일까? 무협이 나를 중독 시킨 건 아닐까?

만약, '진실로' 중독되어선 안 되는 것에 중독된 것이라면, 그 책임소지를 회피하기 위한 준비를 해 두고 싶어질 것이다. 무협은 중독성이 강한 것이라고.

일상에서 들리는, 예전에 들었었던, 잊을 만 하면 듣곤 하는 무협에 대한 평가들, 인터넷 상에서 도저히 알 수 없는 이름들을 달고 내던지는 딱 오해하기 알맞은 증명할 길 없는 얘기들, 이런 것들을 토대로 충분한 안전선을 확보해 놓을 것이며, 만일 나의 '명예'(이것으로 인해 한번도 득본적이 없는)에 약간의 흠집이라도 생길 것 같으면, 주저 없이 말할지도 모른다. "무협소설은 중독성이 강한, 약간은 저급한 것이다." 라고. 이러한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어쩌면 나의 사고방식에 근본적인 비열함이 베어있는지도 모른다. 그 연장선상에서, '만일 무협소설을 폄하하는 말을 한다면 그것은 상처받지 않기 위함이며, 더불어 내가 온전해야 그것들을 계속 보아줄 수 있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에서 기인함이 분명하다.

이제는 이 비열함이 너무나도 확실해져서 더 이상 생각할 가치조차 없게 만든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자신조차도 별로 믿을만한 놈이 못된다는 걸 조금씩 알아차려 나갈 때, 이때 일어나는 비애감은 오히려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차라리 소설 속의 인물들이 더 진실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 또한 여의치 않은 문제다.

가까운 도서관에 갈 일이 생겼다. 겸사겸사 해서, 고무림의 '천하무식 유아독존 추천글'을 떠올리며, 며칠전 책장들을 둘러보다가 발견했었던 그 위치까지 손쉽게 찾아갔다. 1권만 빼고 5권까지 전부 있었다. 아쉬워도 어쩌겠는가. 1권이 있었던 빈자리에 여기 온 원래의 목적이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가득 채워지는 순간 나는 열람실의 구석진 자리에 책 한 권을 덩그라니 펼쳐놓고 있었다. 마주보고 앉는 개방형 6인용 탁자라서 그런지, 시선이 자기자리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다가 질풍록 5,6권에서 딱 멈췄다. 그것의 주인은 바로 마주보는 사람이 분명할 진데, 그는 자기 앞에 펼쳐 논 책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4권이 틀림없다는 걸 안 봐도 알 수 있다.

검정 가죽잠바에 창백한 빛의 흰 얼굴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런 것을 보고 있을 얼굴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순간 '그런 것'이라는 말이 가지는 이차적 의미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결코 그런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자신이 스스로에게 가지는 오해는 어떻게 풀어야 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책장을 넘기는 그의 손은 결코 열리지 않는 문을, 열 때의 무거움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그런 진중한 기운 속에서, 전에 보았던 '질풍록'의 내용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때 보았던 기억보다 더욱 실감나게.

그의 얼굴은 나의 얼굴이었다. 그리고 서로간에 취미가 한 가지만은 동일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 이상의 무엇을 원하는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먼저 누가 1권을 가져갔다는 데 안도감이 생겼다. 1권을 내가 가지고 올라왔다면 책상 위에 펼쳐야 될지 말아야 될지를 고민했을지도 모른다는 쓸데없는 생각을 또하게 된다.

가끔씩 무협소설을 '시간때우기', '대리만족' 등으로 역할 구분된 문구들을 볼 때마다 엄청난 만족감에 시달린다. 이보다 더 멋진 표현이 또 있을쏘냐! 충분하고 완벽에 가까운 대리만족이야말로 실감하기 어려운 실생활을, 더욱 알차게 실제만족 시켜줄 수 있는 원초적인 에너지를 제공함에 틀림없으며, 시간때우기의 필요성과 정당성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시간때우기의 시간 속에서 대리만족이라는 공간을 창조해내는 것이야말로, 찌그러져 괴상망측하게만 변해 가는 생활의 빈 공간을 마저 채워줄 수 있는 힘든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더욱더 대리만족에 충실해지고 더욱더 시간때우기용으로 사용되어질 때 무협의 현실기여도는 상승일로를 걸을 것이다.

나는 많은 걸 동시에 보지 못한다. 전체적인 사고를 행함에 있어 힘이 부친다는 걸 주관적으로 자주 느낀다. 많은 걸 보기 위해선 부분 부분을 자주 여러 번에 걸쳐 보는 수고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천성이 게으른 나로선 작심할 때뿐이다. 단편적인 것들을 여러 번 모아 내식대로 재구성하는 것이야말로, 전체를 보지 못하는 건 둘째 치고라도 한 단편만 보고 금새 잊어버리는 것보다도 더 큰 문제를 일으키곤 한다.

다른 사람들보다 못 낫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 자신감도 사그라든다. 이런 나 자신의 부족함이 아닌, 자꾸만 부족하게 끔 만들어 버리는 그 무엇의 미비된 부분을 무협소설에서 찾으려고 해왔다. 한 마디로 사고의 조화를 꾀하기 위한 노력의 보조물(補助物)인 셈이다.

너무나 바르게 너무나 고결함을 드러낸 문학에 이어, 너무나 많이 너무나 멀리만 바라보는 예술적 열외자들에 반해, 너무나 작게 그리고 때로는 정확히도 보고자 애쓰는 자들에 대한 문학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너무나 작게 밖에는 볼 수 없는 눈을 가졌기에 흘러가는 시간과 공간을 모두 바라볼 수 없으며, 혹여나 노력과 훈련이 가져다주는 선물에 매혹될 때도 있지만, 그저 잠시 뿐이며 처음보다도 더 작게만 보는 눈의 변화에 당혹감만 더해갈 뿐이다. 그러나,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가끔씩 성실함의 미덕이 되살아나 영원히 맹인이 될 수도 있는 위험을 막아주며, 방탕과 성실함의 반복되는 주기를 단축시켜 방탕은 짧게, 그리고 성실함은 길게 유지되도록 무한의 노력을 경주하는 뛰어난 사람들도 만나게 된다. 이러한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 사람들이 남겨놓은 노력의 흔적 물들을 감지덕지하며 받아먹는 것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나락으로 떨어지기를 주저하지 않는 나의 정신상태를 원래대로 돌려놓기 위해, 무협소설은 바쁘기만 하다. 이러한 되풀이되는 과정 속에서 생겨나는 기운은 상상과 현실의 간격을 조금씩 줄여주고 있다. 내 눈은 너무나 작고 너무나 좁게만 보기에, 사고의 조화를 충분히 일으킬 수 있는 어떤 대상물을 접하게 되면, 그 반탄력으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치미는 전율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혹여나 기대했던 바, 기대에 미치지 못한 대상물에 대한 원한 섞인(?) 즉결처분은 오히려 솔직한 태도로 넘어간다. 그리고, 때때로 '훌륭한 문학작품들(일반적인 대명사)'이 던져주는 폭력성조차도, 도리어 이런 생각들을 견고하게만 해 줄 뿐이다.

훌륭한 문학작품들의 폭력성은 가히 예상 밖이다. 도저히 혼자서는 도달할 수 없는, 한없이 멀기만 한 곳으로 끌어올렸다가 순식간에 바닥으로 냅다 꽂아버리는 그것은, 전혀 말이 없다. 올라간 것도 순전히 나의 의지이며, 거기에 머물고 내려오지 않는 것도 순전히 나만의 책임이라는 듯이. 그것의 목적은 오로지 냅다 꽂는 데만 있다. 그것이 그들의 존재방식이다.

때때로 그것들은 되지도 않는 변명을 지껄이기도 한다. '우리들의 목적은 너에게 삶의 의의를 불어넣어 주기 위함이지 추락의 고통을 주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말짱 헛소리다. 올라가지 않으면 떨어져 내릴 일도 없으며, 이러한 추락이 현실의 희롱임을 모르지는 않을텐데. 그것들은 이 고통이 얼마나 큰지 전혀 모르고 있다. 그것들은 추락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어리석기에 속는 줄 알면서도 너희를 찾는 것이지 조금이라도 현명하다면 두 번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것이다.

이러한 추락은 습관에 의해 충격이 완화될 성질의 것이 아니며, 횟수를 거듭할수록 시간이 많이 흘러갈수록 그 상처는 커져만 간다. 그리고 남겨진 상처의 흔적마저도 보기 좋게 치장할 재주가 없는 것이다. 이제 그 흔적은 생활의 일부를 차지해, 다가오는 순수한 모든 것들을 변질시켜 놓는다. 괴상망측한 상처와 똑같은 모양새로.

어떤 것은 전혀 언어적 이해조차 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다. 내 기분을 비참하게 만드는 이것을 나도 똑같이, 아니 두배로 더 비참하게 되갚아 주기 위해 온 정신을 집중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런 보복심은 종적이 묘연해지고 도저히 알 수 없는 느낌만 남게 된다. 그렇다고 내가 이런 애매스러운 느낌만 믿고 살아갈 바보는 아니다. 그것은 내가 느낄 수 없는 주파수대에 있다.

누구도 나에게 훌륭한 문학작품을 강요할 수 없다는 사실에 사뭇 만족스러워 한다. 그것들을 많이 읽을수록 더욱 고상해 질거라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가진 적도 있지만, 이제는 읽을수록 상상력을 앗아가는 인간성만 길러줄 뿐이다. 뿐만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내 자신의 알 수 없는 깊은 곳에서 강렬하게 그것들을 요구해 올 땐, 상당한 두려움이 치밀어 오른다는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처음엔 속았지만 이제는 이 두려움에 속지 않는다. 생활이 나에게 주는 두려움을 회피하지 않을 용기가 생긴 것이다.

그것들은 너무 높은 곳에 있어서 믿을 수가 없으며, 너무나 환상적이어서 사실로 인정할 수 없다. 그에 반해, 무협소설(무협소설이 아니래도 좋다.)은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오히려 상상 속에서만 맴돈다. (읽어본 훌륭한 문학작품이라곤 열 손가락으로 넉넉히 꼽을 수 있고, 써 본 글이라곤 국민학교때의 만인공통의 일기뿐이며, 좋아하는 그리고 접해본 쟝르문학이라고는 무협소설 한가지뿐인 내가 문학을 논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일지도 모른다. 날아다니는 똥파리의 날개짓보다 의미 없는 것은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하고 싶어 근질거리는 입을 다물 수가 없다. 내 주장을 바꾸고 싶은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내 주장을 뒷바침해줄 근거를 많이 가지고 있지 못하다. 있는 것이라곤 고작 혼자서만 '창조'라고 이름지어 부르는 조그만 창조물이다. 이것은 증명되지도 않을 뿐더러 나에게조차 납득시키기가 쉽지 않다. 그것은 허구한 날 변하기 일쑤며, 자기의 이름조차 가지기를 거부한다. 억지로 증명하기 위해 나의 세계에서 끄집어내는 순간, 이미 그것은 다른 세계에 속하게 되며 예전의 그것이 아닌 것이다. 그 창조물을 구성하는 원소는 다른 세계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계를 만들고 다듬어나가는 나를, 기존의 훌륭한 문학작품들은 아주 싫어한다. 그렇다고 좋아해 주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자기들의 고상함에 상처를 입으면서까지 새로운 종(種)의 탄생을 축하해 주지는 않을 것이기에. 아주 오랫동안 옆에서 같이 지내왔던 종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단언한다. 내 스스로 나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나의 세계를 파괴해 버린다면, 그것들의 그 고상함과 고결함마저도, 잠깐의 시간차도 두지 않고 나의 세계와 함께 추락해버릴 것이다. 내가 살아가는 에너지를 조달하는 데 있어서, 훌륭한 문학작품이 한 몫을 담당하고 있음은 명백한 사실이나 없어도 상관없다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왜냐하면 내가 영위하는 생활 속에서 아주 가끔이긴 하지만, 그러한 고결함이 예고도 없이 튀어나와 펼쳐지곤 하기 때문이며, 필요하다면 훔치는 것도 용이하다. 이것이야말로 보기 드문 행운 아니겠는가!

나는 훌륭한 문학작품의 주인공처럼 그렇게 충만함을 내포한 채로 생활을 하는 사람을 아직 까진 본적이 없다. 내가 너무나 작게 보는 눈을 가졌다는 사실은 앞에서 이미 얘기했다. 그렇다고 큰 눈을 가진 사람을 부러워하지도 않는다. 그 큰 눈에 보이는 거라곤 지긋지긋한 망상뿐이다.

누가 갑자기 이런 의문제기를 할까 싶어 가슴이 조마조마 해진다. "우리가 왕일처럼 살 수 없는 것도 마찬가지잖아요?", 대답이 곤궁할 수밖에 없기에 온 몸이 뒤틀리지만, 문득 철판을 한 번 깔아보고 싶어진다. "너라면 왕일처럼 살 수 있어, 충분히!",

'내 대답에 만족했는지 그는 좋아하는 것 같다.'라고 씁쓸히 결론지어 본다.

고로 나는 무협소설이 너무 높이 올라가는 걸 바라지 않는다. 항상 이렇게 가까이에서 나를 도와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지금 이대로가 최고인 것이다. (지금의 이대로는, 오타가 많아 읽는 데 애로가 있다는 불만, 구무협의 폐단에 대한 지적, 읽고 싶었던 무협이 우리동네 대여점에 들어왔을 때의 즐거움, 통신어체및 저속한 표현에 대한 난무하는 의견대립, 걸작의 비출현에 대한 안타까움, 믿었던 작가의 믿어지지 않는 작품에 대한 배신감, 인기 없는 댓글의 추락에 대한 쓸데없는 자발적 공포심, 눈이 아파 연재물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고통, 게시판을 흐리는 글들에 대해 지나친 자비심을 보이는 댓글들, 말끝의 오해로 인해 빚어진 논쟁들의 당사자가 끝까지 오해라는 걸 알지 못할 때의 안타까움, 고대하던 연재글의 등장에 대한 환희, 집탐에 한 번 등극해 보고자 하는 욕구, 올린 댓글에 대한 맞댓글이 많이 달리지 않기를 바라는 단절감에 대한 희망, 그 희망이 무너졌을 때의 고뇌 등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음은 두말할 이유가 없다.)

무협소설의 변천은 이렇게 계속될 것이다.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오히려 상상 속으로만 머무는 쪽으로! 그리고 언젠가는........

예전, 한 못난 친구가 나에게 이런 얘기를 고백한 적이 있다.

"모모야, 나는 참 이상한 것같애."  "왜"라는 나의 대답에,

"나는 여자에 대해서, 개인적 취향과는 무관하게, 보기만 해도 어떤 흥분을 느껴. 거의 모든 여성에 대해서. 혐오감이 느껴지는 여성까지도 애써 그런 혐오감을 무시하게끔 본능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특히 버스와 같은 밀집지역이나 근시적 공간에서는 더더욱 그래. 게다가 바로 코앞에서 체향까지 접하게 되면, 나의 감각은 모든 통로를 폐쇄시키고 그 공간 안에서만 최고조로 발휘하게 되는 거야. 당연히 시간의 흐름을 못 느끼게 되고, 어떤 때는 목적지를 지나칠 때까지 못 내린 경우도 있었어. 내가 그 감정에 싫증을 느꼈는지 아니면 그 감정이 나를 지겨워하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어느 정도 고조된 감정이 잦아들라치면 폐쇄된 통로가 서서히 열리기 시작하는 거야. 그리고 또다시 그 대상물을 재인식하는 순간, 처음처럼 격렬하지는 않지만 똑같은 과정이 반복되는 거야. 아니, 어쩌면 종류가 다를 수도 있어. 거기까진 잘 모르겠지만. 게다가  그 대상물이 사라지기라도 하면, 그러니까 버스에서 내리거나 체향을 맡을 수 없는 좀 떨어진 자리에 앉는 경우야. 그때는 나는 심한 갈증을 느끼게 돼. 아직 끝나지 않은 과정의 단절이 나를 우울하게 만드는 거야."

"기회가 닿으면 접근해 가지고 한 번 스-윽 해보지 그래?" 라는 나의 짖궂은 말에,

"그거하고는 좀 다른 거같아. 정확히 표현할 순 없지만, 만약에 누가 나에게 이런 제안을 해준다고 가정해 보면 말이야. 그냥 가정일 뿐이니까 딴지는 걸지 말아줘. 그러니까, 나의 감정을 특별한 상태로 만들어 줄 수 있는 그 어떤 대상물을 -지금의 나에겐 여자인 것 같아. 물론 다른 것도 충분히 될 수 있어.-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내가 원하는 모든 방법과 행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해도 좋다는 제안 말이야. 심지어 그러한 행위가 있고난 후, 불현듯 찾아올 수 있는 자괴감, 스스로에 대한 환멸감마저도 안심하고 완전하게 제거해 주겠다는 그런 종류의 제안 말이야.

그럴 경우, 나는 한 가지 약속을 더 요구해 보는 거야. '모든 일이 종결된 뒤에, 그 모든 일의 대상이 되었던 처음의 그 대상물을 내가 또다시 접하게 됐을 때, 최초에 느꼈던 그 고조된 감정이라는 특별한 상태를 다시 똑같이 가질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거야. 당연히 그 제안자는 내 요구를 거절하지. 그것만큼은 자기도 해 줄 수 없다고. 그럼 나도 대답하는 거야. 당신의 제안을 거절한다고. 앞으로는 어떨지 모르지만 지금의 내가 살아가고 있는 생활에서는 그 특별한 감정보다 더 중요한 건 아무것도 없다고. 설사 그 감정이 나에게 아무것도 가져다 주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야. 폼 잡으면서 얘기해 주는 거야."

나는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망설이다가, 약간은 어른 티가 나는 충고 조가 멋있을 것 같아서,

"그래, 대충 무슨 말인지는 알아들을 수 있겠어. 그걸 뭐라고 부르든지 간에 그게 너한테는 매우 소중한 그 뭐란 얘기 아니야? 맞지! 흐흐.. 나도 다 알아 임마! 하지만 내말 잘 들어둬. 이 세상은, 이 세상 누구를 막론하고 그 사람이 가장 원하는 것을, 가장 갖고 싶어하는 것은 주지는 못할망정 도로 빼앗는 게 바로 이 세상이야. 부정적으로 말하고 싶은 맘은 없지만 너무 자신하진 말란 얘기야."

그때 내가 왜 그런 식의 대답을 했는지는 미지수지만, 그 친구의 얘기를 들은 뒤 그의 희망을 앗아갈 수 있는 세상이 바로 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나도 모르게 얘기하고 말았던 것 같다. 지금은 만남이 끊긴지 오래된 친구지만 이제는 그의 얘기를 조금은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때 그자가 왜 그런 제안을 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지만 너무 어려워서 포기했다. 무협소설을 접하면서 느낄 수 있었던 감정을 그 친구의 얘기를 통해서 그려볼 수 있을 것 같다.

무협소설이 이 땅위에 제자리를 찾아 고유한 빛을 발하길 원하는 것은 어느 몽상가들만의 전유물은 아닐 진데, 돈을 더 많이 벌어야만 한다는 생활인의 절박함보다 '더 우선할 수도 있음'을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협소설의 발전을 외치는 소리에 나는 어떠한 동참도 할 생각을 못하고 있다.

집에 벌써 도착했다는 사실을 손에 잡혀있는 책이 소리쳐 외치고 있었다.

나는 광혼록 1권을 펼쳐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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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v.1 거울
    작성일
    03.03.28 22:40
    No. 1

    철학책을 읽는듯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래도 글이 너무 재미있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03.03.29 02:13
    No. 2

    칼바람님은 대단히 부러운 분이셨군요. ^^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아는 사람은 부러움을 받으셔도 마땅하지요.
    대단한 글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뵈었스면 하네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최성식
    작성일
    03.03.29 03:36
    No. 3

    쩝....광혼록에 대해선 아무내용이 없는겁니까....... 제 짧은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수필집하나 쓰시는것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칼바람
    작성일
    03.03.29 04:55
    No. 4

    아고,,, 미안합니다.^^^^
    감상문을 다 쓰는데로 올리겠다는 말을 빼먹었군요...
    말머리글도 감상이 아니라 참고로 바꿔야 할 것 같군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2 b3**
    작성일
    03.03.29 09:38
    No. 5

    칼바람님의 장문, 아주 유쾌하게 그리고 꽤나 눈을 크게 뜨고 읽었습니다
    님의 글을 읽으며 잠깐 추억의 시간속으로 떠나는 경험에 흐뭇한 미소도 짓게되고요
    뒤로 갈수록 제 짧은 식견으로 한 번에 그 뜻을 헤아리기 쉽지않아
    언젠가 두고두고 되새기며 읽어봐야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저... 그리고요 한가지 눈에 확 들어오는 구절이 있더군요
    ...... 집탐에 한 번 등극해 보고자 하는 욕구.. 라는 구절 말입니다
    \'신독님이 보시면 어떡하려구 저런 글을 ..!\'하는 쓰잘대기 없는 생각이
    제 머리에 퍼뜩 떠오르더군요 ㅡ.ㅜ
    아마 신독님이 이 글을 읽으시는 순간 칼바람님을 집탐에 모시기위한
    폭주모드로 돌입하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만 후후
    앞으로 집탐 뿐 아니라 이 곳 고무림 곳곳에서 칼바람님을 뵙기 희망합니다

    좋은글 아무 댓가도 치르지 않고 볼 수 있어 좋고
    또한 그래서 항상 빚을 지고 사는 것 같은 생각을 갖게 만드는 곳
    그리고 이토록 무협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모이는 곳
    더군다나 너무나 정감 넘치기까지 한 분들이 많은 곳 \'고.무.림\'입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 완결쟁선계
    작성일
    03.03.29 09:44
    No. 6

    광혼록하곤 별로 상관 없어 보여도 참 공감도 가고, ㅎㅎ 재밋게 읽었습니다!
    광혼록 1,2부를 다 보셨으면 파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4 낙성추혼1
    작성일
    03.03.29 09:58
    No. 7

    대단한 필력이십니다
    한참 곱씹으며 글을 읽었습니다
    새로운 고수님의 출현이 반갑기만 합니다
    앞으로 자주 뵙게되기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尹虎
    작성일
    03.03.29 11:48
    No. 8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밥 먹고 와서 계속 읽겠습니다.
    연참 부탁...ㅡ.ㅡ;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3 벼락
    작성일
    03.03.29 16:39
    No. 9

    다른 사람의 일기를 읽는 참으로 유쾌한 기분이 듭니다.
    멋지군여...^^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西石橋
    작성일
    03.03.29 16:47
    No. 10

    음....
    이번 행사의 당첨자는 칼바람님?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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