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아닌 장르소설의 특성상 금전의 단위는 다를 수 밖에 없으므로, 주인공이나 다른 등장인물들이 소유하고 있거나 소비하는 금전의 가치를 알기 위해서는 현실과의 비교기준을 제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많은 소설들은 그 비교기준으로서 4인가족의 1개월 생계비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체 소설속 4인가족의 1개월 생활비는 얼마일까요?
판타지 세계에서는 대부분 움막에 거적 떼기라도 자기 집에 살고 있으니 집세 낼 일 없고, 전기세, 수도세 같은 것도 없는데다 어디 멀리 갈 일도 없어서 교통비도 안 드니, 밥 한 그릇 간장 한 종지 정도의 생활을 한다고 생각하면, 쌀 20킬로에 5만원이라고 했을 때 4인 가족이 한 달은 먹을 테니, 그럼 5~10만원이면 4인 가족이 한 달을 먹고 사는 금액인가요? 아니면 별도로 소모되는 비용을 감안하여 2~30만원이면 한 달을 살 수 있을까요. 그것도 아니라면 정부에서 4인 가족 최저생계비로 책정한 126만5848원이라고 이해하면 되는 것인가요? 그런데 126만5848원으로 현 시대에서 4인 가족이 인간적인(현시대의 기준으로) 생활을 하며 살 수 있나요? 한국노총의 기준에 의하면 4인 가족 표준생계비가 448만원이라고 하는 데 그럼 한국노총 기준을 따라야 하나요?
독자에게 이해를 시키기 위해 쓰는 표현인데 왜 독자를 더욱 모호하게 만드는 거죠.
4인 가족이 한 달을 먹고 살 금액이란 그 시대와 환경적 요인에 따라서 매우 다를 수 있는 것이며, 같은 환경이라고 해도 여유롭게 살 수 있는 금액과, 빠듯하게 살 수 있는 금액, 겨우 겨우 죽지 않을 정도의 금액이 다를 수 있는데다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 그 금액기준이 달라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현 무협이나 판타지는 언제부터인가 4인가족의 한달생활비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물가를 전달해주려고 한다는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 그 4인가족의 한 달 생활비가 얼마 얼마라는 것이 1인칭의 시점에서 설명될 때입니다. 우리가 외국에 나갔을 때 그 나라의 돈 가치를 4인가족의 한 달 생활비로 계산해서 설명해주나요? 일반적으로 생필품가격을 통해서 돈의 가치를 판단해서 타인에게 설명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그 나라 사람들이 한달 생활비로 얼마를 쓰는 지는 개인적 호기심의 문제에 불과할 것입니다. 차라리 쌀이나 밀가루 한 가마니(?)에 얼마라고 설명하는 것이 독자들도 이해하기 쉽고, 문맥에도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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