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칸 솔론>
지은이:강 무
출판사:영상노트.
솔직히...비평란에 이런 글 쓴다는 게 조금 내키지는 않지만 독자의 입장으로 보면 의외로 이런 식으로 글을 쓰시는 분이 많은 것 같아서 몇자 적어 봅니다.
판타지는 진짜 오랜만에 접해봅니다. 왜냐하면 이름 있는 작가의 작품 외에는 지뢰작이 무협보다 더 많은 게 판타지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해서 입니다.
그래서 주저했습니다. 하지만 무협에서 출판작 중에서 눈에 띄는 완결이 된 작품도 없고(군림천하 이후론 완결 안나면 아예 거들떠도 안봅니다. 암만 유명한 작가 분의 것이라도요.) 선호하는 작가분의 작품도 안 보이길래 손을 댔습니다...
<칸 솔론>...필력은 나무랄데가 없습니다.
문제는 저 위의 제목 그대로...설명문이란 겁니다. 비율로 보아서 한 페이지가 사건이라면 세 페이지 가량은 설명문입니다. 그 설명도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심리라든가 전쟁이론이라든가 경제 이론이라든가...꽤 많은 분야를 다루고 있습니다.
필자는 자신의 박식을 자랑하고 싶었던 걸까요? 하지만 내가 읽고 싶었던 것은 판타지 ‘소설'입니다.
’소설'...이야깁니다.
내가 사람 심리를 알고 싶었다면 심리학 관련 책을 읽으면 될것이고, 전쟁 쪽을 공부하고 싶었다면 <전쟁론>같은 서적을 읽으면 됩니다.경제학도 마찬가지고요. 나는 이야기를 읽고 싶었던 겁니다.
거기다가 주인공에겐 여러 전생의 기억이 있답니다.천마에 마왕에 한국인 이강한에 외계인 과학자까지. 전작을 못봐서 이 이강한이란 사람의 신분은 모르겠는데 뭐 학자나 전문 분야 계통의 직업은 아닌듯 했습니다.
그런데 주인공이 군영을 설치하고 PX를 만들고, 그 군영 주변에 음식점을 만드는데 메뉴에 우동 카레 라면 등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대형 매장도 존재하고요. 왜 굳이 한국인 이강한의 기억에만 의존해서 이런 것들을 만들까요? 뛰어난 문명의 외계인의 기억까지 갖고 있다면 이강한의 기억에 있는 것보다 더 나은 구조로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요?
거기다 외계인 일때 갖고 있던 우주선을 우주에 띄워놓고 있답니다....그런데 왜 전쟁할 때 철갑 전함을 만들고 잠수함을 만들까요? 외계인의 문명이 현재의 한국보다 기술력이 떨어져서 그런걸까요...? 그 우주선에서 지상으로 폭격 한방이면 전쟁 종료일텐데요? 애초에 첨부터 그런 것도 필요 없는 설정입니다. 주인공은 그랜드 마스터인데다 시간과 공간을 장악하는 마왕입니다. 거기다 드래곤 하프입니다. 부하로 3천명의 미소녀 가디언도 있습니다. 대체 왜 전쟁 준비와 물자가 필요한 걸까요? 혼자서 세계를 도륙할 능력도 있는데? 인간 세계의 상업 활성화와 물류 순환을 위해? 애초에 주인공은 사람을 귀찮아 하는 성격이었습니다. 그런데 뜬금없이 인류를 위해? 차라리 대륙의 인간들 다 싹 죽이고 그 위에 인공생명체를 쫙 뿌려서 자기 멋대로 사는게 더 합당한 스토리 아닐까요? 아니 어쩌면 애초에 어떤 때는 살인의 죄책감으로 안타까워 하면서 어떤 때는 칼을 담담하게 상대 뒷덜미에 꽂아 넣어 버리고 개겼다는 이유로 장난스럽게 사지를 다 뜯어내 버리는,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는 성격의 주인공이 보여주는 당연한 패턴일까요?
뭐 이건 요새 먼치킨 양산품들의 일반적인 특징적 설정이라서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앞서 얘기 했듯 이게 소설인지 설명문인지 모를 판타지가 여럿 있습니다.
그 중엔 내가 지금 읽고 있는 것이 소설인지 아님 필자의 설정집인지 헷갈리는 것도 꽤 봤습니다.
근데 개인적으로 최악은 이런 류의, 사회적 현상을 필자 나름대로 짚어내려는 종류입니다.
전문 서적이나 딱딱한 서적을 보다가 머리를 식히기 위해 읽는 겁니다. 그런데 그 머리를 식히기 위해 보는 판타지 소설에서도 전문 서적에서 본 내용이 나오면 기분 어떨까요? 그럴 바엔 차라리 본격적으로 파고 들어서 짚고 넘어가면 모르겠는데 대충 겉만 두루뭉술하게 핥다가 넘어가 버립니다.
그러다보니 이야기 자체는 분산되어 버립니다. 읽는 독자로서는 집중이 어렵다는 말이죠.
제가 하고 싶은 말은...소설이 곧 이야기라면 이야기는 이야기 답게 쓰는 게 낫지 않을까...입니다.
상당한 글솜씨에도 의외로 이런 식으로 글을 써서 출판을 하는 ‘낭비'를 하고 계신 분들이 많은 것 같아 몇자 적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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