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초 류희윤
작품명 : <싸이어>
출판사 : 파피루스
개인적으로는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그 세계관이 얼마나 치밀하게 짜여져 있는지, 대화체가 어떻든지를 떠나서 이야기 자체가 재밌게 흘러가는 책입니다. 개인적으론 한국 판타지 소설 자체에 높은 기대를 하지 않아서(애초에 우리 문화의 것도 아니니) 이야기가 재미있는 책이면 만족하면서 보고 있습니다. <싸이어>는 그런 점에서, 대리만족을 충실히 채워주고 있는 책이죠.
히로인 후보가 너무 많이 등장하면서 이걸 어떻게 해결할지 좀 걱정도 되지만...
어쨌든 비평들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비평을 써주신 분들이 어떠한 자신만의 확고한 이상을 세워두고, 그것과 끊임없이 비교하신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이런데, 이건 이렇고, 이렇고, 이래서 읽을 가치가 없어’ 라고 못박으시더군요.
10대에 오러마스터가 되는게 너무 이상하다구요? 현실세계에서도 마크 주커버그는 20대 초반의 나이에 페이스북을 세우고, 여기 있는 모든 분들의 재산을 합한 것보다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어디 양판소에 나오는 주인공이 아니라 분명하게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인물입니다. 능력과 외모가 비례하고 있다고요? ‘빈지노’라는 가수, 서울대 출신에 래핑도 준수하며 외모도 잘생겼고 집안도 좋답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끼리끼리 어울리는 경향이 강하죠. 능력과 외모가 절대 비례하진 않지만, 그런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 분명히 존재하며, 더 각광받는 게 현실이죠. 그리고 몇몇 분들은 맞는 철자법도 흠집을 내고, 책이 재미없어서 편집자가 재미없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러면서도 자신의 댓글에는 민감하게 반응하시니... 삼천포로 조금 빠졌지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렇습니다. <싸이어>와 같은 유형의 한국형 판타지 소설은 대리만족과 함께 그 ‘우연’의 부분을 소수의 인물에 집중시킬 뿐입니다. 주인공에 애착을 두는 작가가 씁쓸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말도 안되는 점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어쩌면 작가가 <더 로그> 처럼 주인공이 뺑이치거나 처럼 비극으로 덧칠하기 싫었을 수 있겠네요.
문체에 대해서 이야기 하겠습니다. 솔직히 이 작품의 문체가 다른 작품에 비해서 감정적으로 과장되게 표현하는 점이 있습니다. 그 문체만으로 비판을 하자면 세기의 명작으로 읽히는 일리아드와 오디세이, 20세기 피터 셰퍼의 희곡들과 근현대에 이르르는 많은 희곡들은 손발 퇴갤 종결자들일 것입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싸이어>가 그 연장선에 있는 명작이라는 건 절대로 아닙니다)
결국 하고 싶은 말은, 명색이 ‘비평’을 한다는 분들이, 이 책이 무엇을 담고 있는지 이해하려하기 보다는, 이 책에 빗대어 볼 수 있는 사회현상을 바라보기 보다는 ‘내 취향은 이렇고, 이건 이러니까’라는 수준에서 그친다는 겁니다. 이렇게 애초에 비평에 들어가는 시점부터 ‘이 책은 생각 없이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점을 전제하시면서도, 비교하는 대상은 또 엄격하다는 거죠. 물론 누구나 책에 대해서 비평할 권리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로 인해서 ‘이 책이 취향에 분명히 맞을 잠재적인 독자’들을 밀어내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습니다. 비유하자면, 야구를 재미있게 보는 사람들이 축구를 보면서 ‘저건 볼 가치가 없어’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죠. 어쨌든 타겟 고객이 다르고, 전술도 다름에도 스포츠라는 카테고리는 같다는 이유에서요. 참고로 저도, 주변에 야구를 보는 사람들이 많아서 축구를 뒤늦게 접하고 있습니다. 젠장, 이 재밌는 걸 왜 그리 무시했던지 때려주고 싶더군요.
책은 더 이상 보편적인 진리를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특히 장르시장의 책은 철저히 상품으로서 기능합니다. 그래서 이영도 작가님의 작품과 <싸이어>의 타겟 독자는 일부의 교집합을 갖고 있을 뿐 서로 다른 독자층을 타겟하고 있는 거겠죠. 이 책을 읽고 있는 여러분이 그 타겟 독자층에 해당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먼저 충분히 인지하셔야, 흔히 ‘내상’이라는 것에서부터 자유로울 것입니다. 또한 여러분이 읽고 있는 책은 J.R.R 톨킨의, 자신의 일생을 바친 작품도 아니고, J.R.R 마틴의 현실의 냉혹함을 절묘하게 녹여낸 작품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읽고 있는 것들은 <싸이어>이며, 종이 위에 가공된 이야기가 덜 현실적이라고 해서, 그것을 읽는 독자들을 신기하다는 것처럼 쓰는 것도 모순이라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분명히 ‘이 책은 이러이러해서 나와는 별로였다’라고 말씀하실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를 향해서‘비평이라는 이름의 비추’는 적절하지 않으며, 또한 그것조차 비평이라고 하긴 힘들다는 점입니다. 논란을 감수하고 썼습니다. 비판은 겸허히 수용하겠습니다.
P.S.1 중간중간, 다른 분의 의견을 가져오면서 비판을 했습니다. 그점에 대해 불편하신 당사자 분들에게 사과를 드립니다.
P.S.2 개인적으로 저 같은 사람이 <싸이어>를 재밌게 읽고 있는 점은 ‘젊음’과 ‘변화’의 키워드 때문입니다. 한국의 현실은 점점 젊은이들의 신분상승을 억제하고, 창업지원이라는 달콤한 마약을 투여하는 한편, 김난도 같은 사람들을 앞세워 ‘아파도 참아, 다 그렇게 사는 거니까, 딱히 뭘 하려고 하진 말고’라는 메시지를 앞세웁니다. 그런 현실에서 <싸이어>의 젊은 인재들이 몰락한 왕국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점이 정말 좋았습니다. 많은 분의 생각처럼 이 책은 생각 없이 읽기 좋은 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 이 몰락해 갔던 왕국을 이야기하는 이 책에서 한국 사회를 투영할 수 있었고, 젊은 인재들을 통해서 자신을 이입해볼 수 있었습니다.
Comment '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