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우각
작품명 : 파멸왕
출판사 :
메탈 기어 솔리드 라는 게임 시리즈가 있다.
일본에서 만든 게임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수많은 매니아들을 양산해낸 게임이다.
거기의 주인공은 아저씨다. 수염도 덥수룩하게 나고 머리는 아무렇게 풀어헤친 채 진득한 아저씨 목소리를 낸다.
메탈 기어 솔리드 2 라는 게임이 나왔다.
그때당시 플레이스테이션2 초기의 그래픽이라곤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게임성과 그래픽을 자랑한 게임이다. 팔리기도 많이 팔렸다.
그런데 그걸 만든 감독은 욕을 오지라게 먹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주인공이 바꼈기 때문이다.
옛날 팩으로 꼽던 게임기 시절부터 10년 넘게 차지해온 아저씨 주인공은 방관자가 되었고, 은발의 일본어 닉네임을 가진 닌자 비스무리한 꽃미남이 주인공이 되었다.
게임 감독은 그래도 설마 여자들한텐 인기 좋겠지... 라고 희망을 가졌지만 오히려 여자들의 반발이 더 심했다. 꽃미남을 좋아하는 게이머는 젊고, 야리야리한 꽃미남을 좋아하는 특수한 남자 게이머들만이 좋아할 뿐이었다.(게이들이란 얘기가 아니다. 심지어 게이들이 뽑은 투표에서도 원래 주인공인 아저씨가 압도적으로 인기가 많았다.)
결국 그 꽃미남 닌자 검객은 3편에선 개그 케릭터로 등장하고, 4편에선 나름 날라다니는 사이보그 닌자 조연으로 등장하게 된다.
파멸왕이 딱 그꼴이다.
우각은 그 전부터 그랬지만 특히 십전제라는 작품으로 몰살 우각이라는 닉네임을 확실히 얻어냈다. 그만큼 우각에겐 십전제 라는 소설이 굉장히 중요한 위치를 가진다.
그 십전제의 주인공 천우진에 대한 느낌을 표현하자면
'중2병 걸린 암왕무적 아운.' 이다.
난 아직도
"크흐흐흐흐.. 흑화 된다능..."
간접적으로 외치고 있는 천우진이 기억이 남는다. 그래서 오그라든다고 책을 집어 던진 사람들도 더러 있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아운과 같으면서도 더 비장함을 풍기는 천우진이란 케릭터에게 마구 빠져들었다.
그리고 다음작인 파멸왕은 그로부터 십여년이 지난 이후의 이야기다. 물론 파멸왕의 주인공은 여리여리한 꽃미남 주인공이 아니다.
비쥬얼서부터 파멸왕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강자다. 사실 난 일본 만화의 아카드라 불리는 드라큘라의 짭퉁 같은 천우진보단 파멸왕이란 케릭터가 더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사람들의 반응은 아니다. 파멸왕이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거침없이 행보해도 그것은 이미 과거에 천우진이 보여줬던 모습인 것이다.
아무리 매력적인 케릭터가 조연으로 나와도, 조연은 조연일뿐 대부분 주인공을 좋아한다. 단순히 주인공이라는 버프 때문에 그런 것이다.
그와 동시에 사람들은 오리지날을 좋아한다. 2편 주인공보다 1편 주인공을 더 좋아하는 것이다.
결국 천우진이 나올 가능성이 팽배한 파멸왕의 배경상 사람들은 천우진을 더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나름 매력적인 케릭터인 멸제는 조연으로 밀려난 채 말이다.
이유는 앞에 말했듯 천우진이 중2병 걸린 성격이라면 멸제는 진짜 눈에 뵈이는게 없는 성격이라는 것 외엔 둘의 차이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우각은 큰 실수를 한 것이다.
파멸왕의 주인공에겐 다른 성정, 다른 느낌, 다른 행보를 그려줘야 했다. 그래야 천우진과 같은 노선을 그리지 않고 정 반대의 노선을 갈 수 있다. 같은 노선이라면 이미 먼저 출발한 천우진을 이길 수 없는 것이다.
독자들의 마음을 반영해서인지 원래인지는 모르겠으나 8권 말, 천우진이 강호를 나올 수도 있다는(혹은 어미를 찾아가는) 말미까지 주고 말았다.
천우진은 절대 나와서는 안 된다. 나오는 순간 멸제의 존재가치는 완전히 없어지게 된다. 천마고 뭐고 존재 가치가 없어지는 거다.
천우진이 강호에 나와서도 멸제의 존재가 인정이 되려면 멸제의 손으로 천우진이 쓰러지는 것을 그려내야 할 것이다.
그럼 기존의 팬은 욕을 하면서 작가에게 항의할 것이지만 결국 대부분의 팬들은
'역시 멸제가 주인공이었어...'
하면서 멸제의 편으로 돌아 설 것이다.
파멸왕이 재미 있든, 없든 몇몇 사람들은 실패한 소설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인공이 주인공 역할을 하지 못하고 휘둘리고 있는데 무엇이 성공이겠는가.
우각이란 작가가 좋은 선택을 하길 바라면서 이만 글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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