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사도연
작품명 : 절대검천
출판사 : 파피루스
대여점에 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이다.
11권의 적당한 권수에 믿을 만한 출판사인 파피루스, 그리고 꽤나 잘 나간다는 사장님의 말씀에 일단 1권만 빌렸다. 읽어본 결과 제법 괜찮았기에 11권까지 쭉 달렸다. 뒷심도 있는 것이 뒤로 갈수록 망가진다거나 하는 느낌은 받지 않았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어서 비평을 쓰고 있다.
절대검천은 서사(스토리) 위주의 소설이다.
줄거리를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주인공 신운비가 점차 성장하며 복수도하고, 덤으로(?) 군림천하까지하는, 어찌보면 참 뻔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재미가 있다.
무협적 재미에 충실한 글이라 할 수 있다. 주인공 신운비가 성장하는 과정도 개연성을 부여하여 제법 실감나게 그려냈고, 주인공 외 조연들의 활약도 적절하다. 다양한 세력간의 전투를 재밌게 표현했으며, 결말 역시 나름 깔끔하다 할 수 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필자의 주관적인 평가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위에서 말했듯이 절대검천은 군림천하와 복수를 중심으로 하는 소설이다. 두 요소 모두 스케일이 크다. 군림천하는 말할 것도 없고, 주인공이 복수하고자 하는 대상은 천하에서 가장 큰 세력을 자랑하는 집단이니 이 역시 장난이 아니다. 때문에 소설은 후반부가 갈수록 스케일이 커진다.
여기서 문제점이 발생했다.
스케일이 커지고, 세력간의 다툼을 위주로 스토리가 진행되다보니 아무래도 후반부로 갈수록 인물들이 묻히기 시작한 것이다. 즉, 작가가 스토리에 공을 기울이다보니 상대적으로 인물들의 표현이 부족한 것이다. 대충 이놈이 누구고 저놈이 누군지 정도는 구분이 됬으나 단지 그 뿐이었다. 평먼적이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조연에 대한 표현은 이렇듯 부족하다. 그렇다면 주인공은 어떨까?
필자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주인공이다.
소설상에서 주인공 신운비는 자신의 가문 북천신가에 원한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형인 신율비에 의해 죽음의 위기를 겪고, 도주하는 과정에서 외조부마저 잃었기 때문이다.
절대검천을 읽으면서 독자들이 주인공에 대해 알 수 있는 부분은 저것이 전부다.
실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형과 동생, 가문과 가문이 버린 둘째 아들.
보다 더 공감되고 실감나는 복수와 갈등을 그려낼 수 있는 소재이다. 주인공의 배경으로 활용하기에 적절하기 그지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절대검천은 이러한 요소를 잘 사용하지 못했다. 주인공의 과거 및 배경에 대해서는 아주 짧고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으며 특히 형과 동생이라는 소재는 전혀 살려내지 못했다. 주인공과의 갈등을 일으키는 핵심적인 집단이나 존재가 바뀌어도 아무런 위화감을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만약 사도연 작가가 조금만 더 신경을 써줬다면, 주인공이 쫓길 당시의 짧은 화상이라던가, 가문의 모습이라던가, 아니면 신율비가 주인공을 내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던가 하면 어땠을까? 즉, 주인공의 배경을 조금만 더 활용했다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절대검천의 가장 큰 줄기 중 하나인 복수가 훨씬 더 살아났으리라고 본다.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음으로 부족한 부분은 다름아닌 로맨스다.
절대검천의 두 히로인인 은설영과 유나연. 그럭저럭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로맨스 진행과정을 보면 절로 뭥미 소리가 나온다. 굳이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그냥 좀 가까워지나 싶더니 별안간 결혼. 이 무슨 초신속 전개란 말인가. 작가의 무성의가 아쉽다. 스토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로맨스를 조금만더 신경써주면 어땟을까? 아쉽기 그지없다.
쓴소리를 좀 많이 했지만, 그래도 절대검천은 재미있는 글이다. 풍부한 무협적 지식을 활용한 다양한 작명이라던가, 절대고수들의 포스를 잘 표현한 부분, 다양한 세력들의 갈등 묘사 등 긍정적인 요소도 많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최종 보스인 북천신가주가 자신의 과거를 담담히 풀어내는 장면. 이 짧은 장면만으로도 최종 보스가 입체적인 인물이 될 수 있었다.
이러한 점을 보면 더욱 아쉽다. 작가가 인물의 배경이나 개성에 조금만 더 신경을 써줬다면, 조연들에 더 공을 기울였다면, 주인공의 배경을 잘 활용했다면, 절대검천은 더욱 재밌는 소설이 되지 않았을까?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끝으로, 사도연 작가 님의 건필을 기원합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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