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강동호
작품명 : 제국의 꿈
출판사 : 로크미디어
미리 말해두지만 저는 이 소설을 나름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대체역사소설은 필연적으로 역사적인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독자들은 소설에 등장하는 역사속 인물들이 행동하는 것을 보면서 즐거워하고 또는 대리만족을 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대체역사소설 역시 '소설'임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소설에는 주인공이 있습니다. 즉, 주인공이 이야기를 끌고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대체)역사소설에서 주인공이 힘을 잃으면 독자는 소설을 읽는 것인지 (대체)역사책을 읽는 것인지 혼동하게 되고 흥미를 잃게 될 것입니다.
제국의 꿈은 주인공 강찬이 중심인 소설입니다. 미래에서 온 강찬이 발전된 기술을 이용해 식민지상태의 조선을 독립시키고 2차대전의 혼란속에서 만주와 연해주를 차지하는 스토리입니다.
저는 스토리 자체에 불만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 8권에서 강찬의 등장씬이 이전 권보다 급감했다는 것이 우려됩니다. 8권은 전체적으로 일본 본토에서의 전쟁이 주된 내용입니다. 마치 데프콘같은 가상 전쟁소설을 보는 것처럼 전쟁씬의 묘사가 세밀합니다. 8권 전체가 몇시에 어디에 상륙해서 어디를 공격하고 등등의 디테일한 묘사가 주를 이룹니다.
이게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주인공 강찬이 점점 주변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강찬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스토리가 좋아서 8권까지 보았습니다. 그런데 소설은 점점 김좌진, 신순성, 김두한 등의 인물이 등장하는 전쟁묘사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이는 '제국의 꿈'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스토리의 스케일이 점점 커지면서 역사적 인물들의 비중이 높아지고 주인공은 작아지는 것은 대체역사소설이라는 장르의 한계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를 잘 극복하면 수작이 되는 것이겠지요.
제가 대체역사소설을 많이 읽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읽었던 소설 중에는 '한의 제국'이 단연 돋보였습니다. 이야기의 개연성을 떠나 주인공 대한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시작되서 끝나는 '소설'이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광휘의 제국'은 마지막 권에서 주인공 선조가 단 한페이지 등장합니다. 마지막권 내내 조선군과 일본의 전쟁이야기가 매우 디테일하게 묘사되는데 저는 이게 소설인지 (대체)역사책인지 구분이 안가서 정말 실망했던 적이 있습니다.
물론 현재 제국의 꿈의 스토리상 대통령인 강찬이 등장하는 씬이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이 야전에서 총들고 싸울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다음권도 8권처럼 주구장창 디테일한 전투장면만 묘사되면서 '강찬은 전황을 초조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식으로 서술하면 문제가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독자들은(최소한 저는) 주인공이 중심이 되어 이끌어가는 소설을 바라니까요. 아니 툭까놓고 말해 소설에서 주인공을 좀 더 만나고 싶으니까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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