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가우리
작품명 : 강철의 열제
출판사 : 파피루스
말 많고 탈 많았던 강철의 열제가 21권을 끝으로 드디어 완결이 났군요. 사실 따지고보면, 제가 고등학생때 읽던 것이, 군대를 전역하고 나서도 1년이 지난 후에나 완결이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긴 시간동안 기다렸다는 것이나 진배 없겠죠.
쓰는 작가도, 기다리던 독자들도. 모두가 기대하던 작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강철의 열제는 21권을 끝으로 완결을 내지만, 가슴속엔 고구려의 영웅들이 하이엔 대륙을 질주하는 모습은 영원히 뇌리에 남을 것 같습니다.
을지부루와 우루의 만담.
카리스마와 강력한 힘을 가졌지만, 뭔가 어설픈 열제 고진천.
전형적인 참모가지만, 까탈스러웠던 연휘가람.
구라쟁이 계웅삼.
불륜남 몽류화.
자유기사였지만, 해적으로 전락한 제라르.
같은 이름 다른 성격 장보고.
고구려 왕족의 마지막 핏줄 황후 을지.
삼두표, 철벽의 하일론, 대법사 리셀. 등등-
한 작품을 읽으며 그냥 스쳐지나치듯 잊어버린 인물들이 아닌, 영원히 머리에 각인될 만한 매력적인 인물들.
개문산성에서 을지부루의 도끼가 꺾이던 날.
고등학생이었던 저조차도 마음이 심난했던 그 소설이.
마침내 완결이라는 제목으로 제 앞에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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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쉽습니다.
을지부루의 희생은 가끔 추억할 때 가슴이 미어지는 법. 너무 자주 우려먹으면 도대체 뭐하자는 건지 싶습니다. 중요한 순간순간마다 을지부루의 환영이 저를 괴롭히는 듯했습니다.
글의 전개나 묘사 등도 사실 아쉬웠습니다.
샤우 환 밀리오르가 이끄는 신성제국과, 4대동맹국을 위시한 대 가우리의 마지막 전투는, 작가의 필력 탓인지, 그동안 전쟁 판타지를 너무 많이 봤던 탓인지 별다른 감흥을 주진 못했습니다.
마법사들의 마법공격도 그저 그랬고, 기사들과의 육탄전도 그저 그랬습니다. 신성제국의 마스터들을 하나하나 깨뜨려 가는 장면에서조차 그런 비장미라던가, 애탄이라던가 그런 모습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저, 을지우루가 마지막 루키아 후작과의 결투에서 독백처럼 했던 말 한 마디가 가슴에 와닿았을 뿐이었습니다.
'고조 되끼는 한방이야!'
몽류화, 삼두표, 부여기율의 활략상도, 묵갑귀마대의 카리스마도. 그저 그런 빛바란 사진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고. 묵갑기마대가 단 사천기로 적진의 보병들을 깔아뭉개며 직진하는 통쾌한 모습을 보여주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만족합니다.
고진천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과 그 주변 인물들의 만담으로 인기를 끌었던 소설이니만큼 신성제국의 황제와의 마지막 면담은 정말이지 가슴이 뻥 뚫렸습니다.
"할 말은?"
.."유언 치고 세번은 많이 들어준거지"
강철의 열제는 끝났습니다.
고진천과 계웅삼장군의 실종을 끝으로 끝났습니다.
을지와의 러브스토리는 정말이지, 기대하기 힘들겠군요. 앞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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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작(後作)을 염두해 두신 탓인지 고진천과 계웅삼은 하이엔대륙에서 사라졌지만, 그동안 강철의 열제를 봤던 모든이의 마음 속에는 강철의 열제 고진천의 모습이 남겨질 것입니다.
끝으로, 이 대사 쓰고 갑니다.
"왕이란 지옥으로 들어가는 자에게 마지막으로 주는 찬란한 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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