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평을 하자면 결말을 제외하곤 킬링타임하기 충분한 소설인 듯 합니다. 작가의 법, 경영, 주식 전반에 걸친 지식과 작가의 연륜이 느껴지는 사회생활 경험담, 신문 좀 열심히 읽었구나 하는 사회관련 기사들을 괜찮은 필력으로 자연스럽게 엮어낸 점은 보는 눈을 즐겁게 하더군요. 실제로 소설처럼 100명을 죽였는데 무죄를 받는다던가 하는 일은 없겠지만 나름 매끄럽게 설명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감상란에서 이야기가 넘쳤던 여주인공과 그 일가에 대해서도 논란이 되었던 것을 떠올려보면 생각보단 아예 말이 안되는 건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여주인공의 수중에 돈이 많아진건 주인공의 은덕이긴하지만 돈이 많건 적건, 은혜가 있건 없건 남녀사이는 본래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개연성 있게 펼쳐지지 않습니다. 물론 아무리 사랑이란 개념이 그런 속성을 지녔다한들 인물간 감정의 흐름을 독자가 오해하지 않게 잘 짚어줘야하는데 그런 점에서 좀 실패했다고 보는게 적당할 듯 합니다. 그래도 준다고 받아먹고 취집 생각하는 골빈 악세사리 같은 타 소설의 여주인공들보단 좀 나았던 거 같네요.
그리고 여주인공 일가가 주인공과 트러블이 생기는 건 개연성이 없다고 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갑작스레 졸부가 된 가족들이 돈의 가치에 대해 잘 모르고, 개구리가 올챙이적 생각 못하는 건 오히려 현실적인 부분에 가깝겠지요. 자리가 사람을 만들고 돈이 사람을 잊게 하는게 더 그럴 듯 하달까요? 다만, 여린이 엄마가 주인공을 싫어하는 수준이 아니라 혐오하는 지경까지 이르른 것에 대한 설명은 좀 부족했던 듯 싶네요. 솔직히 책 속 시간으로 따지면 6~7년을 봐온 사이인데 첫인상이 보기 좋지 않았다고 수백억 굴리는 회사대표를 무시하는건 좀...
소설의 에피소드를 위해서 여주인공의 가족과 주인공간에 갈등을 발생시키는 건 드라마에서야 익숙하지만 현대판타지에선 좀 보기 힘든 신선한(?) 광경인지라 욕하는 드라마 보듯 술술 넘어간 면도 부정할 순 없겠습니다.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더러 있었으나 갈등의 소재가 자극적인만큼 시선은 잡았다... 라고 할까요? 실제로 출간 중 문피아 감상란과 비평란에 꽤 많은 글들이 올라왔었지요.
전투관련 부분은 무난해서 별 감흥은 없었지만 미국에서 완전무장하고 마피아와 100:1로 싸우는 부분은 좀 기억에 남네요. 현대판타지에서 독자들이 바라는 초법적인 무력으로 악을 징벌하는 부분의 미덕은 어느 정도 지켰다고 생각합니다. 처벌을 질질 끄는 면이나 적이라고 상정한 인물들에 대해 그런 무력과 재력을 가지고도 위기를 자초하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요. 차라리 강의원이나 조폭대부의 정체를 아예 가리고 이야기 진행하는 건 어땠을까 생각했습니다. 적의 정체는 명확하고 나는 가진 힘이 있는데 바쁘다고 일만하는건 좀....
이런저런 마음에 들지 않는 면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마지막 결말만 빼고요. 결혼하지 않은 것이야 여주인공에 대한 논란도 있었고 정리되지 않은 연애사 때문에 그럴수 있다 치지만 왜 비중도 없다시피한 전처와 가족들한테 그런 설정을 했을까요?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아주 이상한 결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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