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핵지뢰
작품명 : 라 만차의 전사 1~3권
출판사 : 파피루스 E-Book
최대 연재 사이트 선호작 베스트 1위! 골든 베스트 1위.
롤플레잉게임(RPG)의 설정을 창조한 위대한 기록이 환상문학으로 계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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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5개월만의 감상글 작성이군요. 이야, 뭐 이리 텀이 있었다지...
사실 그동안 책을 별로 안 읽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감상글 작성을 오래 쉬다가 쓰려니까 어색하네요.
이번에 감상글을 쓸 책은 최근 출간된 ‘라 만차의 전사’입니다. 문피아 연재 당시에도 상당히 재밌게 읽었기 때문에 기대하고 있었고 여러모로 화제가 되고 있기에 굳이 감상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사실 제가 감상글이 뜸해진 이유 중에 이 ‘라 만차의 전사’가 끼친 영향도 있습니다.
윳쿠리 크툴루 동영상과 이 라 만차의 전사 같은 매체, 그리고 각종 TRPG 펀딩 등으로 혼이 끌어올라 책보다는 TRPG! 라는 상태가 됬거든요. 지금도 몇가지 플레이/마스터링 중이고.
그런데 제 감상글 작성 양식이 보통 각종 인터넷 서점에서 제공되는 책 표지 그림과, 책 뒷표지에 적혀 있는 소개글을 적어놓는 것인데... 라 만차의 전사는 E-Book이라서인지 적당한 사이즈의 책 표지 이미지도 구하기 힘들고, 딱히 뒷표지 소개글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군요. 그러니 그냥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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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만차의 전사의 스토리는 단순합니다. 30 먹도록 여자와는 인연이 없고 취미는 중세무구 수집+덕질+TRPG인 ‘함철’. 그가 인터넷으로 연락하는 “마스터”와 새로운 캠페인을 준비합니다.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캠페인에서 함철은 에픽 캠페인에서 사용해 왔던 ‘키하노 경’이라는 캐릭터의 환생이라는 설정 하에, 사기급의 능력을 가지는 ‘파라곤’ 템플릿(종족 위에 덧씌우는 특성집합)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다가 잠이 들어 깨어나 보니, 어머나. 이 세상이 d20 모던이 되었어요!
더구나 함철은 자기 캐릭터의 ‘파라곤’ 특성을 그대로 물려받고 거기에 더해 키하노경이 모아온 아이템까지 쓸 수 있는것과 더불어, 이 세상에서 사라진 ‘D&D’에 대한 지식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요!
물론 d20 OGL을 따르는 만큼 저작권 용어는 철저히 검열되어 있습니다. D&D라는 단어도 S&S(소드맨 앤 소서러스)로 바뀌어 있고. 그나저나 SNS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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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분을 읽었습니다만, 완전 추가 집필분은 외전과 3권의 절반 정도의 분량 뿐이라 1권부터 차분히 읽어 갔습니다. 원래 재밌는 책은 두 번 읽어도 재밌거든요.
프롤로그부터 해서 그럭저럭 가필된 부분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연재 당시 받았던 투표로 인해 추가된 모 생물체에 대한 부분이라던가, 차 후의 진행을 위한 내용, 혹은 각종 괴물에 대한 설명 등이 보충된 부분이 보이더군요.
특히 작 중에 괴물들의 삽화와 각종 아이템에 대한 설명 주석이 들어간 부분도 눈에 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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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장르소설을 E-Book으로 본 것이 처음이어서 그런지, 조금 불편한 점도 있었습니다. 우선 포멧이 통일되지 않았다 보니 읽기에 적절한 폰트나 사이즈를 구별하는데에도 약간 시간이 걸렸고, 이러한 조정에 따라 편집이 깨지다 보니 삽화의 위치와 그로 인한 전후 공백 등이 생겨서 페이지 배치가 미묘해지는 경우도 있었고요.
무엇보다 삽화가 들어갔는데 해당 삽화를 확대하거나 하는 기능이 없더라고요. 네이버 E-Book을 사용했고, 혹시나 싶어서 북큐브로도 확인 해 봤는데 마찬가지. 이런 부분은 프로그램의 한계일수도 있겠습니다만,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역시 E-Book이란 것도 대충 대충 만들어서 할 수 있는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했으니까요.
편집 부분에서도 오타는 그렇다치고 ‘주석’을 매기는 부분에 자잘한 실수가 보였습니다. 주석으로 들어가야 할 부분이 본문에 노출된다던가, 명령어가 먹혀있지 않다던가.
명령어 문제인지 탈자가 본문에도 조금 눈에 띄더군요. 캐릭터 시트에도 이런 실수가 있었고....
출간에 오래 걸린 만큼 이런 부분은 좀 더 신경써 줄 수 없었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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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라 만차의 전사’가 주는 즐거움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라 만차의 전사는 TRPG 시스템인 D&D를 기반으로 한 메타게이밍적인 소설이고, 각종 인터넷 상의 개드립이 들어갑니다. 얼핏 보기에는 이러한 요소에 대하여 기반 지식이 없으면 즐기는 것이 무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꽤나 여러 방면에서 호응을 받았거든요.
물론 가벼운 드립 사용에 대한 것이나 D&D 세계관(솔직히 ‘시스템’의 차용이지, ‘세계관’의 차용은 아니라고 봅니다만)을 함부러 다룬다는 것에 대하여 거부감을 나타내는 분도 있지만요.
전 그 이유를 이 소설이 ‘현대 판타지’ 소설이라는 장르를 달고 나온 것에서 봅니다.
일반적으로 유행한 현대 판타지 소설은 배경이 현대이기에 일반적인 판타지 소설에서 나온 것 같은 ‘강력한 몬스터’나 ‘탐험’, ‘화려한 마법전투’ 같은 것을 적어내기 어렵습니다. 단적으로 말해서 ‘모험’을 만들어 줄 환경을 조성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허구한날 조폭, 야쿠자, 마피아가 나와서 얻어터지거나,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사업을 전개하여 재계를 장악하거나 하는 이야기가 반복적으로 나오는 것이겠죠. 현대에서 ‘손 쉬운 적대상대’와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하지만 ‘라 만차의 전사’는 이것을 D&D의 몬스터들을 직접 끌어들임과 함께 현대 세계 자체를 ‘D&D식 모험이 가능한 세계’로 변혁시키는 방법을 썼습니다.
사회적인 혼란은 있을지언정 사회 자체는 유지되고 있기에 현대를 살아가는 장면의 재미도 유지하면서, 적극적인 진행에 있어서는 일반적인 판타지 소설의 모험가로서의 재미를 줍니다.
후반에 가서는 원더러스 아이템 샵, 경찰특공대 등을 통해 일종의 ‘영지물’이 주던 재미도 주고 있죠. 더군다나 이것들은 일반적인 현대 소설들에서 가질 수 있는 ‘편의주의적 전개’에 대한 반감을 ‘D&D’라는 게임적 데이터베이스를 통해서 상쇄하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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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세계는 D&D 룰을 적용받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세계 자체가 D&D 캠페인 세팅이 된 것과는 꽤나 다르죠. 예를 들어서, D&D의 공식 소설들은 캐릭터 시트 같은걸 공개하긴 합니다만, 전개 세부는 그냥 평범한 판타지 세계의 일들입니다. 일일이 수치적인 부분이 적용되는 것도 아니고, 스토리 전개상 있어야 하는 일이라면 일어나고, 아니면 못하는 거죠.
그도 그럴것이, TRPG의 수치적 데이터는 ‘그 세계 내에 일어나는 일을 게임으로 즐길 수 있게끔’ 추출된 데이터지, 그 세계 자체가 그 수치에 지배당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예를 들어서 HP가 무진장 높은 고레벨 전사가 있다고 치더라도, 목이 잘리면 죽습니다. 무기에 붙는 ‘보팔’ 옵션이 이를 표현하죠. 그 외에도 자고 있을때 옴짝달싹 못하게 붙잡아두고 목을 잘라버린다면 역시 목을 자르는데 쓴 대거의 데미지 수치와는 상관 없이 죽습니다.
하지만, 라만차의 전사는 ‘판타지 세계를 TRPG 룰로 해석한’ D&D와는 달리, 거꾸로 ‘현실 세계에 TRPG룰을 끼얹은 세계’라 할 수 있습니다. 공격횟수나, ‘물리적으로는 가능하다고 생각되는데 룰적으로 안되기 때문에’ 실행되지 않는 몇몇 행동들을 보자면 더 그렇습니다.
즉, 이 소설은 D&D에 속한 소설이라기 보다는 TRPG라는 게임 시스템의 패러디에 속한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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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점에서 TRPG 팬 중에서도 평가가 갈리는 부분입니다. D&D 세계관에 대한 모욕이라고 거칠게 반응하시는 분도 있습니다만, 오히려 이러한 ‘게이밍 적인 지식이 실제로 적용된다면’이라는 상상은 어지간한 TRPG 플레이어라면 해 보지 않았을까 하거든요. 예를 들어 GURPS로 자기 자신의 시트를 만들어 본다던지.
저도 위에 적었듯 이 ‘라만차의 전사’때문에 오랜만에 ORPG 세션을 기획해서 플레이 하기도 했고 말이죠.
D&D란 것 자체가 70년대부터 서양권에서 가진 온갖 ‘판타지’로서의 설정이 우겨들어간 물건이다 보니, 흔히들 가진 생각과는 다르게 그렇게 ‘진중’하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개그적인 요소도 얼마든지 있고(거대 우주 햄스터!), 개드립에 가까운 패러디도 심심찮게 일어나는, 그쪽에서는 ‘오래전부터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거든요.
오히려 한국쪽에서 ‘판타지의 원조’로 치켜세워지는 감각이 있지 않나 싶은데... 설정으로 후덜덜한 강력한 악마적 존재나 에픽 몬스터 같은 놈들도 보면서 떨라고 있는게 아니라 데이터로 나와 있는 이상, 거기에 상응하는 세팅을 갖춘 캐릭터라면 모험을 통해 얼마든지 때려잡을 수 있는거고. 실제로 캠페인세팅으로 배치된 각종 ‘강대한 악당’들은 그 캠페인을 진행하는 플레이어들이 직접 때려잡으라고 있는거죠. NPC들이 공식 소설에서 날뛰는 뭐든, 당장 플레이가 이뤄지는 테이블에서는 그다지 상관이 없는 내용입니다. 캠페인세팅에 있는 영웅들과 신들을 죄다 때려잡은 오리지널 악당이 플레이어들에게 때려잡히는 내용도 얼마든지 플레이 해도 됩니다. 그 플레이 내용에 대한 책임은 그것을 진행한 마스터와 플레이어가 가질 뿐이니까요.
물론 게임 세계관 적으로 그러한 캠페인을 진행하기 위하여 어느정도의 파워레벨을 설정하고, 각종 스토리 요소를 집어넣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각종 공식 자료를 참고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왈가왈부 하는게 논란이 될 수 있겠습니다만, 라 만차의 전사는 TRPG 메타게이밍을 재미 요소로 삼는 것이지, D&D를 우롱하거나 모욕하는 시도는 될 수 없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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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과 별개로 인터넷 밈과 각종 드립의 사용은.... 취향을 타는 요소겠죠. 애초에 라만차는 그러한 ‘패러디’를 본격적인 재미요소로 채택한 상태로 글을 써 왔으니, 그러한 것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습니다.
저야 뭐 냐루코도 재밌게 보는 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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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 말미에서는 본격적으로 ‘이세계’의 강대한(?) 존재들이 현실과 나름대로의 접선을 준비하는 모습이 나왔죠. 함철 또한 훈련등을 통하여 착실하게 세계를 준비중이고.
일단 보기에 타라스크 상대할때까지 에픽 레벨에는 도달 못한 듯 싶긴 한데, 앞으로 어디까지 성장할지. 온리 파이터 레벨만으로 어디까지 강해질 수 있을지(...), 변혁된 세계관 요소 등등에 대한 추가적인 묘사 같은것도 기대해 봅니다.
Ps. 삽화는 상황보다는 몬스터의 외관 묘사에 집중했더군요. 일반 판타지 독자층은 주요 캐릭터의 삽화가 상상력을 방해한다고 여기기도 하니, 일종의 타협선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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