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다윈의 라디오
저자: 그렉 베어
지금까지 본 SF중에 제일 어렵고 난해한 소설이었다. 굉장히 전문적인 생물학적 내용을 다루는데 인트론이니 뭐니 하는(너무 단어가 어려워 무슨 음이었는지 기억도 잘 안난다!) 단어가 쭈욱 나와서 읽는데 정말 고역이었다. 네뷸러상 수상이라는 것만 믿고 참으면서 봤지만...
진화론에는 두가지 이론이 대치하고 있다고 한다. 하나는 진화는 점진적이라는 이론, 다른 하나는 진화는 급격하게 이루어진다는 이론이다. 전자와 달리 후자는 굉장한 소설적 영감을 준다. 현대사회에 어느날 갑자기 신인류가 태어난다고 생각해 보자. 처음에는 그저 기형아로 여겨질 것이며 사회에서 온갖 박해와 천대를 받고 생존 자체가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하나의 종으로 성립하고 기존 인류보다 우월함을 인정받고 입지를 넓혀간다면...(그러고 보니 기시 유스케의 제노사이드가 이런 내용이었다.)..사실 이런 내용은 SF에나 나올 상상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급진적 진화이론도 나름 학계에서 탄탄한 모양이다. 그 말은 지금 당장이라도 어딘가에 신인류가 태어났을 수도 있다는 얘기니 참 상상력을 자극한다.
알프스 산맥의 동굴 속에서 네안데르탈인 부부와 그들의 기형아 아이(현대인류와 같은)의 미라가 발견된다. 이는 수십년 동안 유행했지만 국가들의 통제 속에 숨겨져 왔던 헤롯 바이러스와 그로 인해 유발되는 유산과 기형아 출산으로 시작되는 새로운 인류의 출현에 대한 완벽한 은유다.
네안데르탈인 부부가 사람이 살 수 없는 외진 산의 얼음 동굴 속에서 쓸쓸히 죽어간 것은, 앞으로 신인류와 인류 사이에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강하게 암시 해준다.
소설 내용은 그야말로 하드한데, 어떻게 이런 진화가 이루어지는지 과학논문처럼 상세히 설명해준다. 봐도 뭔말인지 몰라 힘들었다. 그래도 대충 흥미롭게 알아들은 것을 꼽자면, 무엇보다 우리의 유전자 속에 외부에서 유입된 군식구들(바이러스)이 기생충처럼 자리잡았고, 이제 우리의 일부처럼 그 안에 있다는 점이었다. ‘나’의 경계를 나눌 때 이들 바이러스가 ‘나’일지 아닐지 상상하면 재밌지 않은가..
결론 내자면, 정말 재미없고 지루해도 참으면서 봤고, 뭔가 지적 허영심을 채워주는 것 같긴하다는 거다 ㅡㅡ;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공부족으로 이 책의 재미를 이해하기 힘들다! 그래도 이과나와 생물학 수업을 들으셔서 배경지식 좀 있으신 분들은 정말 ‘과학소설’로써 재밌게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든다. 무엇보다 네뷸러 상 수상이라는데 뻥을 쳐도 좀 그럴듯한 뻥을 치지 않았겠는가.
그렉 베어는 단편을 제외하고 ‘신의 용광로’라는 책을 본 기억이 나는데, 이 책도 정말 안읽혔다. 그렉 베어는 나와 맞지 않은 너무 하드한 작가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검색해보니 이 작가가 헤일로 책을 집필했단다; 다른 헤일로 책은 좀 너무 가벼운 느낌이라 별로였던 느낌이 드는데, 너무 하드한 작가가 쓴 스페이스오페라가 어떨지 상상해보니 꽤 재밌을거 같다. 그거나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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