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테드 창, 역자 김상훈(강수백)
작품명 : 당신 인생의 이야기(원제 Stories of Your Life and Others)
출판사 : 행복한책읽기
장르문학의 전달자 암호명 강수백과 '당신 인생의 이야기'
<타인이 적어 놓은 감평의 무단 해석과 저의 주관적인 의견이 들어가 있습니다.>
나는 문학에 관해서는 꽤나 심각할 정도로 한 장르에 편중해 읽는다. 그것은 누군가가 나에게 다른 어떤 문학을 강요를 해도, 커다란 주걱으로 크게 퍼 내 입에 들이밀어도. 내 기분이 내키지 않으면 입과 코를 꽉 틀어막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삐딱하고 고약한 성격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스루패스로 다른 이에게 책임을 전가시킬 수도 없다. 그렇기에, SF이란 장르가 가진 문제에서 만큼은 굉장히 고심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내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뒷걸음질 치는 장르중 하나이기 때문이고, 동시에 내가 파고들어 마음속 깊이 열광하길 원하는 장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 같은 이들이 있든지 말든지 변방의 장르문학계의 전도자 역할을 하고 있는 이는 존재한다. 그 이름은 바로 아닌 김상훈 동시에 강수백이란 필명도 쓰는 이였다. 오랫동안 국내에 SF장르문학을 번역과 평론을 해오면서 단순한 번역자의 이름만으로도 작품성과 번역의 퀄리티는 무조건 신뢰해도 무방할 정도로, 그의 이름이 가지는 무게는 무시하지 못한다.
그의 가장 중요한 업적중 하나가, 다름 아닌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번역했다는 점이다. -물론 그가 번역한 것 중 무시해도 될 만한 것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만큼 당신 인생의 이야기가 국내에 번역되었다는데 굉장히 나 큰 의의가 있기 때문이다.
이 중단편선집은 2002년에 출판되어 2004년에 국내에 번역되었다. 그것만으로도 놀랄 노자라고 할 수 있는 하나의 사건과도 같다. SF문학, 그것도 신인, 그것도 중단편집이 단 2 년 만에 국내에 번역된 것이다. (물론 그만큼의 평가를 받았기는 하지만, 이렇게나 발 빠르게 번역하는 것은 굉장히 의례적인 일이다.)
어찌 됐든 내가 SF문학을 남에게 권하는 일은 그리 없을 것이다. 권해봤자 '수건이나 목에 두르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얼간이 히치하이커' 얘기나 '100년도 지난 완벽주의자 공상의 늙은 작가' 혹은 '우주의 전파나 듣고 소비적인 우주선 만들기에 온 세계의 힘을 쏟는 페미니스트의 이야기' 정도. 하여간 그런 얘기는 넘어가도록 하자. SF는 골치 아프다.
칼 세이건의 콘텍트 이후로 나는 SF의 문학 읽기를 그만두었다. 그것은 흥미가 동하지 않다는 무척이나 단순하고도 이해하기 쉬운 결론 때문이다. - 좋아하던 어슐라 르귄의 작품 중 SF는 빠트리고 보는 본인이다.- 그 결과 무척이나 안타깝게도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가 단지 방안의 전시용이 될 뿐인 용납하기 힘든 비극적인 결말로 치닫고 말았다.
내가 보지 않았기 때문에 추천하기가 꺼려지고, 권하지 않기에는 그 책 하나가 가진 무게는 너무도 크다. SF라는 것을 나는 보지 않는다. 그것은 중학교 시절 차지했던 콘택트라는 단 하나의 영화 때문이다. 이후에 읽었던 문학까지 포함해서 콘택트는 내 사춘기 시절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그것이 어떻게 평가를 받던지 상관이 없이 나에게 있어 최고의 SF로 각인되어 있다. 그리고 그 이후의 모든 SF는 어쩐지 시들시들해졌다. 하얗게 모두 불태워버린 허리케인 조와도 같은 것이다.
얼마 전 누군가가 책을 추천해 달라고 했을 때 테드 창의 소설을 무척이나 소심히 넣고 말았다. 사실 나도 훑어보기만 할 뿐 읽어보지도 못한 책이다. 그럼에도 그 책을 넣은 것은 이 책안에 들어있는 중 단편들로 세계의 장르문학상이란 문학상은 모두 휩쓸었다는 것과 함부로 의견을 말하기 꺼려하는 작가들까지의 찬사와 더불어 -개인적으로 나는 평론이 극과 극으로 나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번역자인 김상훈의 이름 세 글자 때문이었다.
중세판타지 소설에서 오크를 도깨비로 적는 것과 영문식 이름을 새매나 들콩으로 번역하는 비범한 짓을 해서는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장르 문학 안에서도 번역자가 차지하는 부분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다. 원작가가 독자에게 서술하고 전달하고자 했던, 그 느낌을 최대한 살려서 재창조해야 하는 것이 바로 번역이다. 그렇기에 작가만큼이나 번역자는 문학적 감수성과 철저한 완벽주의자가 되어야 하는 고통을 담당하고 있다. 소설의 뒤 페이지에 있는 그의 해설만 봐도 자신이 번역한 문학에 얼마나 열정을 쏟아 탐구하며 적었는지는 충분히 알 수 있다.
오랫동안 도자기를 굽고 있는 장인이 일생일대의 명작을 만들기 위해 혼신 한 결과물과 역자와 평론가로 지내온 그가 쏟아낸 번역의 결과물인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와 같다고 봐도 무방하다면 과분한 표현인가? 어찌 됐든 역자인 김상훈이 아닌 테드 창에 대한 나의 평가는 그 단편들을 모두 읽고 난 후가 될 것이다. 하지만 김상훈과 필명 강수백에 대한 평가는 언제나 최고의 번역가로 남아 있을 것이다.
김상훈이 번역한 문학과 참여한 서적들(인터넷 서점 알라딘 검색 기준)
<작품명 - 작가명>
매혹 - 크리스토퍼 프리스트
신들의 사회 - 로저 젤라즈니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로저 젤라즈니
비쉬 연대기 - 로저 젤라즈니
마술사가 너무 많다 - 렌달 개릿
비잔티움의 첩자 - 해리 터들도브
말벌 공장 - 이언 뱅크스
당신 인생의 이야기 - 테드 창
쿼런틴 - 그렉 이건
잃어버린 세계 - 아서 코난 도일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 로저 젤라즈니
미사고의 숲 - 로버트 홀드스톡
엠버 연대기 - 로저 젤라즈니
신들의 사회 - 로저 젤라즈
밑으로는 강수백이란 필명
영원한 전쟁 - 조 홀드먼
바디 스내처 - 잭 피니
셰르부르의 저주 - 랜달 개릿
스타쉽 트루퍼스 - 로버트 하인라인
드래곤과 조지 - 고든 R. 딕슨
영원한 전쟁 - 조 홀드먼
솔라리스 - 스타니스와프 렘
파괴된 사나이 - 알프레드 베스터
타임 패트롤 - 폴 앤더슨
다아시 경의 모험 - 랜달 캐릿
내 이름은 콘라드 - 로저 젤라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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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와 켄지에 대해 쓰려다가 정게란에 말벌 공장을 샀다는 게시글에, 역자인 김상훈님이 생각나 한번 적어 봅니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빨리 읽어야겠습니다. 읽지도 않은데 평가를 한다는 것은 굉장히 오만한 짓 중 하나이죠. 그래도 그 이름이 가진 무게와 평가가 이미 나와 있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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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읽는 것은 지금 읽고 있는 것 다 읽은 후에, 그 다음 것 읽은 후에, 후에.(여전히 SF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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