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화선무적
작품명 : 문우영
출판사 : 드림북스
감상문을 쓸때 장점과 단점을 살피고 장점이 단점을 누를때엔 단점은 거의 말하지 않고 장점만을 말하게 된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인 단점이 장점보다 많을때는 단점만을 말한다.
그럼 화선무적은 어떤 경우일까. 반반이다. 그러나 단점을 더 말하겠다.
첫째, 호흡조절이 없다.
긴장과 이완의 큰 줄기의 조절을 한 흔적이 많지 않다. 강 약 조절이 없다. 각 챕터당 충격적 반전이든 아니면 주인공의 기발한 활약이든 어떤 형태로든 긴장과 흥미를 놓치지 않는 흐름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게 보이지 않는다. 단, 적재 적소에 필요한 장치와 스토리가 이어지는 것을 보니 작가의 기본은 튼튼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드라마에서 발성빛 발음 등 여러면에서 부족함 없는 연기를 보여주지만 정작 중요한 감정선을 건드리지 못하는 배우처럼 어느순간 강하게 몰입시키는 부분이 약하다. 그렇다고 전체적으로 부실한가 하면 그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안정감 있는 전개가 있다. 60km로 달리다가 한순간 몰입이 될때는 120km도 달리고 해야 하는데, 이 작품은 8~90키로에서 계속 머물고 있다. 하긴 늘 80키로도 달릴줄 모르는 흔한 작품들보다는 낫지만 아쉬운건 아쉽다고나 말할 수 밖에...
둘째, 케릭터의 매력 부족
주인공과 주변인물은 밀접한 보완관계에 있다. RPG게임에서 탱커가 있으면 딜러가 있듯이 주인공이 무디면 그 무딤을 보완하는 누군가가 꼭 있게 마련이다. 가장 흔히 사용되는 장치가 개방이다. 개방장로 한명 쯤 등장하는건 흔하니 대략 어떤걸 말하는지 벌써 짐작을 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조금 구체적으로 다뤄보자. 6권에서 정체가 들통난 장시에게 마도의 인물들이 몰려든다. 사람이 모이다 보면 그들이 모두 무공으로만 먹고 사는게 아니기에 머리 좋은 누군가가 제 특성을 발휘 하려고 하기 마련이다. 그럼 그런 누군가가 나서 천의문의 음모에 대응하고, 또 그 대응을 천의문의 재 반박하는 식의 머리싸움이 등장해야 하는데, 이 작품은 머리싸움 무공싸움 안나오는 것 없이 종합선물세트적인 설정-인물-사건이 등장하는데 정작 하나하나 간만 보는식이라 하겠다.
셋째, 설정상의 아쉬움
설정은 두가지로 나뉘어야 한다. 하나는 모든 모순이 될만한 요소를 한번에 잡고 들어가야 할 장치 하나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 현실에는 없는 인공심장이 등장하고 '인현왕후의 남자'는 부적하나로 타임슬립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런 장치 외의 스토리 진행상의 설정들은 허술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굉장히 꼼꼼하고 치밀하다. 시간여행으로 시작된 스토리들이라 거기서 막히면 작품 자체가 존재할 수없으니 그로부터 비롯되는 이야기들은 모두 상상력이 뛰어나고 구성은 치밀하다.
무협에서 필요한 설정 중 이 작품은 그림의 신비를 쫒아 300년의 꿈과 같은 실제 세월을 보내며 절정의 무공을 익히고 돌아오는 걸 택하고 있다.
이 부분은 이 작품의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장치다. 300년의 세월의 깨달음과 25살의 청년사이의 혼란함이 재미의 포인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작품이 80도까지 끓다가 말았다고 하는 결정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
300살을 살면서 나이는 먹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마음은 그대로라 했다. 그리고 굉장한 깨달음을 얻어 자연지기를 사용하는 능력까지 갖춘 사람이 힘조절을 못한다고 한다. 나는 이런 기이한 설정을 어떻게 생각해 낼 수 있는지가 궁금하다.
영웅문을 생각해보면 쉽다. 아마도 무협작가치고 영웅문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테니 작가 역시 읽어보았을 것이나 그리 영향을 받지는 않은 모양이다. 구양봉과 홍칠개는 죽기전 양과 사이에 두고 논검을 하게 되는데 이 부분이 의미심장하다.
무림에 출도한 장시우가 자연지기까 다루고 당대 최고수들을 능가하는 무공까지 지녔다면 오히려 실전대응은 아직 미흡하더라도 무학의 원리는 해박해야 맞다. 그래서 구전검이 노출될까봐 사용하지 못한다면 왠만한 무공은 쉽게 이치를 깨달아 사용할 줄 아는 모습을 보이는게 더 맞는 말이다.
또한 무술에 개성이 없다. 주인공이 상대방의 마음을 흔들어 이점을 얻는 스타일이던가 아니면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해야 하는 절박한 이유가 있다던가 그것도 아니면 지형지물을 잘 이용하던가 기형무기를 사용하던가 하는 식의 무공의 개성이 필요한데 이런점이 쏙 빠졌다.
이부분은 무술을 얻는 과정에 대한 설득력 부분과 맞닿는다. 깨달음의 경지정도로 표현하지 말던가 꼭 대자연의 기를 받아 들여 사용할 정도이고 300년에 걸쳐 깨달을 정도의 엄청난 능력인데도 막상 현실로 오면 바보가 된다. 애초에 구전검의 극의는 단순히 수련만으로는 얻을 수 없게 하던가 했어야 하는데 극의까지 다 수련만으로 익힐 수 있게 해놓고는 단순히 실전경험이 부족하다던가 하는 식으로 치부해 버린다.
내가 생각하는 무공고수란 이렇다. 이론 10시간 공부 하는 것보다 실전에서 1시간이 더 좋다. 그러나 결국 높은 경지에 이르르려면 이론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름뿐인 명문이 아닌 강한 문파는 이론과 실전의 밸런스를 적절히 맞출줄 아는 교육방식을 취한다. 키가 작고 체격이 작은 사람은 사량발천근의 요법을 배울때도 수법의 높이를 맞추기 위해 자기만의 방식으로 습득해 나간다.
무협의 또다른 재미 중 하나인 이 독자적인 무술체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예를 들어 신조협려에서 양과와 소용녀는 둘이 함께 검술을 썼을때 더욱 강하다) 필자의 생각과 다른 설정이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그 설정 자체가 보여야 하는데 아예 그런게 보이질 않는다. 필자가 그리 선호 하지 않는 무공의 수준을 나누는 화경이니 대홍락이니 하는 것들도 그것을 대체할만한 무언가가 있을때 배제할 수 있는 것이지 아예 아무 것도 없는것은 조금 곤란하다.
지적할게 너무나 많기에 이쯤에서 접지만 가장 핵심포인트는 300살과 25살의 차이를 이야기속에서 녹여 낼때에 아직 25살을 살아 보지 못한 세대는 모르겠으나 그 이상을 산 세대라면 공감할 수 없는 심리상태라는게 가장 첫번째 문제고, 두번째는 앞서 말한 부족함을 보완하는 인물들간의 관계도가 아쉽다. 다시 말해 적과 나 사이에 오가는게 있도록 할 인물이 안 보인다는 말이다. 이 작품은 적이 시도하는 온갖 음모를 주인공이 단서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온몸던저 막아내는게 대부분이지 직접 머리를 써서 대응한다던지 아니면 그런 머리를 쓸 줄 아는 주변인물이 대응해준다던지 하는게 거의 보이질 않는다.
독자는 순애보적인 사랑만을 흘러가는 이야기대로 따라 보라는 걸까?
나는 회귀물이나 이 작품처럼 300년을 보내다 현실로 오는 설정을 다룰때 작가들에게 하고픈 말은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나이대까지 무리하게 심리상태를 묘사하려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것은 비켜 표현하면 되는 것으로 비겁한게 아니라 요령이라 할 수 있다. 요즘 상상력으로 가능한게 있고 안되는게 있다는걸 부쩍 깨닫고 있다.
필자가 군림천하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와 이 작품은 많이 배치 된다. 차라리 이기적인 심리묘사로 친절하지 않은게 낫지 친절히 설명하면서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심리묘사는 하지 않음만 못하다. 군림천하의 진산월및 등장인 물의 심리묘사는 너무나 탁월하다. 다른 작가들도 배울점이 많을 것이다.
필자가 높이 평가하는 한백림이 좋은 케이스다. 필자가 보는 한백림은 정통무협이 굉장히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으면서 판타지를 접목하고 있다. 즉 한백림은 많이 알고 그 많이 아는걸 이야기속에 잘 풀어내고 있는 대신 잘 모르는건 다루지 않거나 비켜가는 방식을 취하여 스토리 전개상에서 무협매니아들조차 전혀 어색하거나 이상한 생각을 갖게 할 틈 자체를 만들어 내지 않고 있다.
너무 길어졌다. 다음 감상문은 되도록 짧게 해보겠다. 그럼 더운 여름날 건강 조심하시길 바란다.
p.s 퇴고를 거치지 않은 감상문입니다. 어색한 부분이 있다면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바쁜 와중에 기대되는 문작가님의 발전일 기대하며 써보는 글입니다. 기대가 가지 않으면 이런 감상도 쓰지 않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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