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신화의땅 한마루편을 상당히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작품의 완성도가 높고, 많은걸 느끼게 해주는 아주 좋은 작품입니다.
그런데 무협소설이라는게 한마루와 같은 성격의 역할도 있지만
주요 소비층은 무술에 대한 비중을 높게 가져갑니다.
심지어 무공을 익히는 과정만 몇권을 차지해도 잘 쓰기만 하면
인기를 끌기도 합니다.
댓글로 남기고 싶었는데 이렇게 따로 남기는것은
실례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김용 작품 중에 보면 ‘녹정기’가 마지막 작품인데,
주인공 위소보는 천하제일의 절대고수를 사부로 두고서도
놀기 좋아 하는 특이한 성격 때문에 무공은 신경도 안씁니다.
그러나 그는 임기응변과 뛰어난 판단력과 말솜씨로
대국의흐름마저 뒤바꾸는 역할까지 해내는 대단한 사람입니다.
즉, 주인공의 무위는 매우 긴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비중 자체가 거의 없죠.
마지막 권까지 가면서 혹시나 싶지만 역시나입니다.
하지만 꼭 신기묘묘한 보법을 알고 있어서 적을 당황케하고,
언변이 뛰어나 상황을 극적으로 뒤집어 버리는건 예사입니다.
또다른 작품으로 사조영웅전에서 곽정은 홍칠공을 만나
그간 답답했던 모습에서 벗어나기도 하죠.
요는 다른 작품에선 떡밥이 많아 오히려 수습이 안되어 문제인데,
한마루편은 떡밥이 너무 없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고불간에게 받은 비도의 수법이 나날이 할전하고는 있지만
일반적인 무협의 주인공 치고는 답답해 정도입니다.
즉, 완결될때까지 특별한 기연이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그럴것 같다는
떡밥 정도는 있어야 글을 보는 동기부여가 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변수로서의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라는 것만으로도
보는 재미는 있다 이것이죠.
천룡팔부에 보면 단예의 육맥신검은 김용 작품 전체를 통틀어도 무공 자체로는 가장 강력한 위력을 갖습니다. 최고의 지공인 일양지를 기본베이스로 깔고 들어가니까요. 무위로는 무명의 신승이 예측불허로 나오지만 무공 자체로는 단예가 익힌 북명신공과 육맥신검 이 가장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단예가 가장강하다는 소린 아닙니다, 별개죠.) 그런데 천룡팔부에선 단예가 이 육맥신검을 완성하지만 사실 완성하지 못해도 큰 상관은 없습니다. 단예의 무공이 대국을 바꾸는건 아니었거든요. 불완전한 육맥신검으로 충분히 변수가 될 수 있기에 의미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마루가 중간에 고불간을 다시 한번 쓰치듯 만나 어떤 기법을 전수 받았는데, 뜻대로 조절은 안되지만 그것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던지 다루치에게 전해 받은 하늘의 말이 다루치도 예상하지 못한 어떤 효능이 있다던지 하는 식의 예측불허의 무엇이 있어야 무협소설로서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신령스러운 거울을 운반 중에 있는데, 그로부터든지 아니면 다른 무엇으로든 무공이 강해져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거 같다는 기대감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말이 길었지만 결국 떡밥이죠. 보게 만드는. 혹시 그럴지도 모른다는. 되도 좋고 아니어도 좋지만, 떡밥이 있고 없고는 차이가 있는 그런 것 말입니다.
한마루가 십에 하나 정도는 예측못한 비도술로 상황을 역전시킨다더닞 하는 그런 장면이 있다면 더욱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글로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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