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이상혁
작품명 : 눈의 나라 얼음의 꽃
출판사 : 청어람
이상혁님을 처음 접한 건 '천사를 위한 노래'라는 작품을 읽고서였습니다. 당시 찐한 감동을 느끼진 않았지만 '판타지다!' 하는 짧은 감상을 느꼈습니다. 그 작품은 여타에서 볼 수 있는 먼치킨적인 요소가 있지만 정말 판타지적인 느낌이 강했습니다. 요즘의 애니메이션틱한 느낌의 판타지들과는 달리요.
그리고 접한 게 이번에 읽은 '눈의 나라 얼음의 꽃'이라는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손 대기 전에 망설이기도 했고 빨리 읽고 싶은 욕구에도 휩싸였었습니다. 망설였던 이유는 비극적인 요소가 강할 것이라는 예감 때문이었고, 빨리 읽고 싶었던 이유는 이상혁이라는 이름 하나 때문이었습니다. (덧붙이자면 제목과 글의 풍경이 마음에 들기도 했음) 결국에는 5권 완결이 나고 바로 읽어보았습니다.
도열자.
처음 듣는 단어였습니다. 집안의 몰락을 통해 스타트를 하던 여타 소설들에서도 전혀 보지 못한 단어였지요. '도대체 무슨 단어지?' 하며 1권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도열자라는 단어와 눈으로 뒤덮인 소설 속 풍경과의 매치에 감탄했습니다. 도열자는 열을 훔치는 자입니다. 범죄자지요. 눈으로 뒤덮여 너무 아름답지만 너무 참혹한 나라 르에페에서는 도열자가 최고 범죄자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르에페에서 주인공 오실룬의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은 도열자 집안으로 낙인 찍혀 아예 몰락해버리고 맙니다. 그 낙인을 찍은 가문이 바로 오실룬의 첫사랑 오셀루나의 가문이지요.
이야기는 아예 증오를 품고 시작합니다. 오실룬이라는 주인공 입장에서는 도저히 나라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런 오실룬은 나라를 향해 복수의 손길을 건넵니다. 친절한 미소를 머금은채.
-<비평 시작>
개인적으로 이 소설을 읽고 가장 아쉬웠던 건 너무 주인공이 만능으로 표현되는 느낌이 강했던 점입니다. 사기를 치는 데 있어서 딱히 치밀한 구조를 이룬 것도 아니라서 주인공이 만능이라는 데에 깊은 공감이 안 갔습니다. 여타 캐릭터들이 오히려 멍청한 느낌이 들었다는 게 솔직한 제 입장입니다.
게다가 주인공의 나라를 말아먹을 정도의 굉장한 능력이 너무 사람 속이는 미소에만 편중되어있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소설 내에서도 어떻게 사기칠지 머리 굴리는 내용보다 어떻게 표정 관리를 할지 머리 굴리는 내용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대부분이 오셀루나 앞에서 심적 부담감을 크게 안았을 때에 나온 것이지만요.
몇 권이더라, 1권인가 2권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셀루나와 오실룬 단 둘이서 얼음동굴 같은 데에 갇히게 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 장면에서 저는 뜬금없음을 느꼈습니다. 오실룬이 오셀루나를 향해 내적 갈등을 크게 하는 것을 어디서나 볼 수 있는데 갑자기 오셀루나를 향해 이용가치 수단으로만 보는 시선을 날리더군요. 분명 몇 장 전만 해도 오셀루나를 구하기 위해서 뛰어들었고 오셀루나를 보고 어렸을 당시로 돌아가는 장면도 있었건만 갑자기 부담감을 다 떨쳐버린 듯한 장면에 좀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 점이 가장 아쉬운 부분으로 기억에 남는군요.
크게 몰입할만한 사건이라든가 대단한 사기장면이 없어서 또 아쉬웠습니다. 아주 위쪽에서 말씀드렸다시피 딱히 주인공의 능력을 크게 입증할만한 사기장면이 없었고요. 크게 판을 벌인 후 위기, 절정 부분에서도 딱히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좀 나중 장면을 훑고 그래서일수도 있습니다) 그 점이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엔딩이 크게 공백인 점도 좀 아쉬웠습니다. 엔딩부분에서 내용이 거의 없습니다. 딱히 트루엔딩은 아닙니다. 해피엔딩으로 끝맺음 짓지요. 하지만 여타 인물들에 관해서는 너무 관대한 트루엔딩의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틀을 안 짜주고 상상력만 요구하는 것 같았습니다. 조금은 여타 인물들 이야기를 맺어주었으면 했는데 아쉽네요.
*아쉬웠던 부분들만 나열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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