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우상윤
작품명 : 천산칠금생
출판사 :
첫 느낌이 ‘심상치 않은 작품이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끝 모를 우물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무게감으로 다가왔습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천산’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지상과 천상을 이어주는, 그것은 길이다.
하소연 할 길 없는 그들에게 내어주는 길이다.
그 길을 이어줄 자 ‘칠금(七禽)’이 아니면 누가 하랴!
일곱 가지 정으로 살다가,
때로는 그것들로 상처받은 인간들이,
저마다 하나의 사연들을 지니고 찾는 그곳은,
“삐이이이이잇 -!”
소리로써 먼저 맞이해주는 설금(雪禽)이 있다.
순간 저마다 지닌 정(情)은 수그러들고, 인간은 눈물로써 잠시간 정화한다.
일순의 정화는 범접치 못 할 성(聖)을 지니고 있다.
지상에서 짓밟힌 영혼들이, 이루지 못한 것들이, 하늘에다 비장(悲壯)한 울림으로 호소할 때, 천산은 설금을 보내어 어루만져 준다. 창조주가 내려다보면 가엾어서 눈물 흘릴, 그러한 사람들이 나오는 이야기.
이 작품의 시작은 구무협보다 고무협의 향기가 난다.
작가가 갈고 닦은 문장력과 문체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한 문장을 이루는 어휘들이 제자리를 잡고서, 저마다 빈틈없이 무게감 있게 다가온다.
마치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쓴 것 같다.
적절한 구어체와 절제된 언어들이 팽팽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사용한 언어들이 이렇게 꿈틀거리며 와 닿은 작품은 실로 오래간만이다.
또한, 감탄할 만한 것은 소제목들이다.
‘천산칠금생(天山七禽生) - 마음속에 화(火)를 담아두다<藏火於心> - 풍설중중(風雪重重) - 여조삭비(如鳥數飛)’로 이어지는 소제목들은 벌어질 서사의 방향을 제대로 잡고 있다.
노여움을 품은[藏火於心] 소년이 가야할 험난한 여정(風雪)은 힘들고 힙겹다(重重).
소년이 마치 어린 새라면(如鳥), 자기 존재의 참모습이 비상(飛翔)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면 어찌 해야 할 것인가? 자주 나는 연습(數飛)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여린 깃에 피멍이 들도록…….
그렇다고 해서 이 글은 성장소설은 아닌 것 같다. 이미 제목에 드러난 칠금은 일곱 사람들의 캐릭터를 암시하기 때문이다.
얼마 진행되지 않은 작품을 두고 제대로 평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서경덕 선생이 어릴 때, 논두렁에서 어린 새가 하루 종일 날기 위해 연습하는 장면(習-數飛)에 홀렸다고 하지 않았는가? 훗날 대학자가 된 것처럼, 싹수는 일찍 보이는 것일까? 시작이 좋은 예감을 불러왔다.
아직 몇 명 나오지 않은 인물들이지만, 작가가 오랫동안 매만진 흔적을 느낄 수 있으리라. 나는 이런 작가가 좋다. 자기가 길러낸 인물 한 명 한 명을 허술히 하지 않는 사랑. 그것이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이 글로써 시골서생이 추천한 작품은 모두 세 편이 된 셈이다.
직하인(稷下人)의 ‘孤劍還情錄’과 무장의 ‘刀幣風雲錄’, 그리고 우상윤의 ‘천산칠금생(天山七禽生)’.
독자 여러분과 함께 여행하길 바란다.
울울(鬱鬱)한 현실일지라도 마음 한 구석에, 비상의 꿈을 지니고, 그 과정에서 인간의 속정을 서로 나눌 수 있는 분들이라면.
쓰고 보니 뒤죽박죽 글이 되었습니다. 해량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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