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좌백
작품명 : 금전표
출판사 : 기억안남
좌백의 독행표에 이은 표사 시리즈 2탄. 아마 대도오, 생사박, 금강불괴, 야광충으로 이어진 일련의 문제작 다음에 나온 것으로 기억됨. 내용은 표사인 옹유진(아마 맞을 것임)이 중원 제일 부자의 비밀스러운 표행에 참여하여 음모에 휩쓸린다는 내용.
그의 작품 중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문장으로 이루어진 작품. 전투신은 마치 박진감넘치는 전투바둑의 형국을 이창호쯤 되는 이가 심상하게 툭툭 맥락을 짚어내는 듯함.
열기가 오르다, 언뜻 깨달음을 보이다, 휙하고 덮어버리다, 흡싸 진경에 들기전, 코끗이 알싸하면서, 눈가가 가늘어 지면서, 눈 앞의 길들이 휘어지다가 훌쩍 저 너머 것들의 냄새가 훅하고 풍겨 오듯.
미친다는 것(몰입/초월?)과, 극단적인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다는 것(중용?)의 엉김과 틈을 사유하는 시선이 느껴짐. 아마 무협지 주인공 중에서 가장 개성없는, 가장 담담한, 그래서 가장 유례없는 주인공이 되지 않을까 하는 표사 옹유진은 결국 표사로 남음(잘 어울림)
감동은? 없음. 주인공의 분노도, 눈에 들어오는 마음의 커짐(성장)도, 전투의 비장함도, 그 흔한 협의 기개도 없음. 도대체 마음을 움직일 한 줄의 카피도 생각나지 않음.
하지만 마지막 흑점에서의 전투신은 무언가 마음을 움직이는 진동이 있음. 정교한 미장센느 속에서 펼쳐지는 정교한 액션신이 비현실적인 세계를 구축하다, 너무 정확하고 정교해 결국 어떤 '현실감' 유사한 경계를 만들어 내듯이(하이퍼 리얼리즘?).
무협지의 무가 과연 무엇인가 한 번쯤 궁금해 한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함. 결국 무란 힘이 더 세고 눈 밝은 이가 힘이 약하고 성급하기만한 이들을, 마른 나뭇가지 꺽듯 그렇게 툭 하고 꺾어버리는 것? 아 허망하여라, 거기에 무슨 가슴쥐는 이야기가 있을꼬? 그러면 그 숱한 무협의 이야기는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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