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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29 스톤부르크
작성
11.02.06 15:15
조회
1,982

작가명 : 이루마 히토마

작품명 : 거짓말쟁이 미군과 고장난 마짱 3권 - 죽음의 주춧돌은 삶

출판사 : 학산문화사 EX 노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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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타인의 계절.

거리에는 여러 건의 동물 살해사건이 발생했다.

마유가 다이어트란 빌미로 몸을 날붙이로 도려내려는 행위를 저지한 그 날. 나는 밤길에서 죽은 여동생(아마도)과 마주친다.

그리고, 그 여동생인 듯한 인물과 조우한 다음 날.

나는 학교의 조례 때 알게 된다. 무자각적인 악의의 전염에 대해.

3개월간의 짧은 평온에 대한 최대급의 반항을 표명한 참살 사체 사건. 살인마을로서의, 최악의 마을 잔치가 또 다시 시작된 것 같다.

아─. 이 사건의 중심에 선 주인공은 내 여동생(잠정)이겠지, 필시.

... 단골 대사가 나올 기회는, 만약 있다면 일찌감치 나오게 해주세요.

-------------------------

망가질대로 망가져버린(고장나버린) 인간들의 망가진 사랑 이야기. 피와 농담이 만발하는 블랙코미디 사이코 드라마. '거짓말쟁이 미 군과 고장난 마짱' 그 세번째. 출판일은 2009년 2월 7일.

작 중 배경이 발랜타인 데이인 만큼,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이전권들에서는 화자인 미군의 정신나간 듯한 입담과 순수하게 미쳐버린 마짱의 기괴한 행동들, 그리고 심리극과 반전으로 이루어진 작품 구조에 빠져서 읽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마짱과 미군 사이의 감정선이 꽤나 중요한 요소로 다뤄집니다.

물론 화자의 입담도 그대로고, 마짱의 기괴한 행동(서로의 새끼손가락을 바늘로 관통해서 실을 매달아 피로 물든 진짜 '붉은 실'을 연결한다던가)도 그대로고, 반전 추리극과 일그러진 심리극도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사건도 애정극이고, 다른 여자애들이 등장하면서 마유의 질투심이 더욱 부각되고, '녀동생'의 습격에 의한 마지막 장면도 그렇고...

무엇보다 각 장 도입부에 등장하는 짤막한 구절.

1권과 2권에서는 작품의 숨겨진 반전을 암시하고, 그것을 충격적으로 나타내는 역할을 했습니다만, 3권에서는 그 역할이 다릅니다. 사건에 얽혀 있던 것으로 생각했던 그 구절들이 마지막에 와서, 전혀 다른 것

"미소노 마유"라는 히로인을 표현하니까요.

어찌보면 이건 반전일지도 모르겠네요. 철저하게 미군이라는 화자 입장에서 전개해왔기 때문에, 마짱을 지키는 미군이라는 입장만을 보아왔기 때문에, 마유의 이상행동을 그저 '자기 자신'마저 상실해버린 순수한 이상행동으로 여겨왔기 때문에,

마유에게 제대로 된 '마음'이, 설령 고장나버린 상태지만 남아있다는 걸 표현하는 그 장면에서, 갑자기 가슴이 욱- 해버립니다.

단 둘 만의 세계. 라고 미군은 표현합니다. 마유의 안에는 미군과 마유 자신. 이 둘 밖에 없다고.

그렇다면 그 '미군'조차 없이 고장난채로 살아온 십년의 세월은, 마유에게 어떤 것이었을까.

그것을 상상하기 시작한 순간, 마유의 이상행동이, 과격한 질투가, 그모든것이 다른 색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아, 역시 이 책은 질척질척 끈적끈적하고, 이제 어찌할 수도 없게 되어버린 폐품의 맛이 납니다. 이게 진짜 사람을 끌어잡고 놓아주질 않아요. 뇌에 엉겨붙은 껌 마냥 찐득하게 눌러붙는 그 감정을 뭐라 형용해야 할까.

신 캐릭터들이 이리저리 등장하는데, 학우들 외에 이번 권의 중심인물이라 할 수 있는 '녀동생'양. 들고양이와 들개 등 온갖것을 두들겨 죽여 먹는 기형적인 식습관과, 역시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이란 것을 증명해 주는 듯한 후반의 피비린내 장면. 아아, 어린애라고 예외 없구나 역시. 정말이지 올바르게 미쳐있는 세계야.

작품의 '색'이 달라졌다는 건 단순히 감정 외에의 것도 있습니다. 다른 중2적인 사이코물과의 차이점으로 마유와 미군이 이런 지경이 된 '확실한 원인'이 현실적으로 존재한다는 점이 있었는데, 이번 3권에서 이 부분이 조금 희미해지거든요. 좀 더 '다른 요인'이 여기에 섞여 들어가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번 '사건' 자체가 그런 '현실적인 광기' 보다는 중2적인 '픽션의 광기'에 더 가까운 형질을 띠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앞의 권들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 들더군요. 생각해보면 교고쿠 나츠히코의 '철서의 우리'를 읽었을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었는데...

대강 이야기를 들어보니 앞으로는 이런 '픽션'적인 요소가 더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주인공의 심리나 행태가 점점 일반심리에서 멀어져간다는 거겠지요. 그래도 입담은 잃지 않을테니 읽는 맛은 있길 바랍니다.

일본에는 이미 완결이 났다는데, 학산은 계속 연중 상태였다가 이번 달에 다시 신간을 낸다네요. 계약상의 난항을 겪었다는데, 아무런 문제도 없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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