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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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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42 요개
작성
13.08.28 15:05
조회
3,685

제목 : 최후의 봉인

작가 : 강훈

출판사 : 문피아 내 연재


0. 시작하기에 앞서


프롤로그와 그 이야기 속의 설정. 그리고 소개글을 보고 저는 꽤 큰 기대를 품었습니다. 인류의 자유의지를 통제하는 초월적 존재라는 설정이 마음에 들었고, 여타의 황당무계한 소설에서 탈피한 현실적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점점 기대는 식어갔습니다. 신선한 설정은 설정에 머무를 뿐 별로 이야기에 중요한 요소를 차지하지도 않았으며, 숭고한 의지를 계승한 주인공은 힘을 얻자 흔한 현판소 주인공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러한 감상을 바탕으로 지금부터 작가분이 중점적으로 비평해달라고 하신 부분을 중심으로 비평을 시작하겠습니다.


1. 이야기의 전개와 주제에 대하여.


작품 내 소개글을 본 저는 실제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이 어떻게 결합지 궁금했습니다. 작중 초월적 존재(이하 초인)는 인류의 사고와 의사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초인이 여차여차하여 힘이 약해지면 그만큼 인류의 사고가 깨어나서 변혁이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 혁명이나 흑인에 대한 인권을 인정한 것까지 그 범위는 참으로 다양하지요. 그리고 심지어 우리나라의 독립이나 6.25전쟁 등도 초인들이 초래한 결과라고 나옵니다.

저는 이런 단순한 전개가 불편했습니다. 인류의 자유의지가 깨어났다는 등의 설정으로 단편적인 역사적 사건이 발생했다고 다루는 것이 말이죠. 이런 설정은 인류를 너무 수동적으로만 보고 있습니다. 인류의 번혁을 가져온 영감이나 혁명은 갑작스럽기는 하지만 분명 그 연원과 인과가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십자군 전쟁만 해도 거미줄처럼 엮여 여러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십자군의 원정을 통해 동방과의 교류 발생했고, 이는 르네상스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문화활동을 후원할 부가 갖추어지고 동방에 남아있던 고대 그리스의 정신문화가 다시 유입되면서 합리주의 사고가 부각됩니다. 이 시기부터 과학은 급격히 발전하지요. 그리고 동방과의 무역을 위해 대항해시대가 시작되고 신대륙이 발견되고.....

이렇게 역사는 유기적이고 점진적이어서, 단순히 한가지 사건만으로 새로운 시대가 오지는 않습니다. 단순히 인류의 사고가 깨어났으니 이러이러하게 되었다고 단순하게 언급된 건 이 소설의 깊이를 떨어트리고 있습니다. 정말로 역사와 초인이라는 설정을 엮으려 했다면 이러한 복잡한 이야기가 먼저 나왔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 언급된 역사적 변화와 흐름은 너무 간략하고 싸구려 음모론 같아서 전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저는 비평을 할 떄 주제를 요구합니다. 그런데 이 글은 소개글에서부터 주제를 명시하고 있어서 꽤 긍정적으로 보았습니다. 인류의 자유의지! 과연 이 주제를 어떻게 글에 녹여낼지 궁금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건 없었습니다. 인류의 자유의지는 주인공이나 글 안에서 피상적으로 주장하는 주제에 불과했습니다.

만약 이 글이 인류의 자유의지에 대해 논하려 했다면,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실제 역사와 초인들의 억압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써야 했고, 또한 글의 주된 시점인 현재에서도 초인들이 어떻게 현대 인류의 의지를 억압하고 있는지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물어본 건 글의 주제이지, 주인공이 받은 퀘스트 이름이 아닙니다.


2. 이야기 구성에 억지는 없는가?


주인공은 역경을 딛고 초인들과 대적하는 위치에 있는 사부를 만납니다. 그리고 그 사부에게 구원받고 힘을 얻어 사부의 유지를 잇습니다. 그 유지란 초인들과 대적하는 것인데, 대체 어떻게 평범한 삶을 영위하던 주인공이 그런 막대한 과업을 물려받을 각오를 다졌는지는 전혀 나타나지 않습니다. 목숨을 걸고 할 일인데도 한 점 거리낌이 없습니다. 정확히는 묘사 자체가 없어서 엄청난 쿨가이로만 보였죠.

힘을 얻고 왕따를 구하고 조폭을 때려잡고 킹왕짱 인재로 거듭나는 전개는 식상하지만 쓰기에 따라 충분히 좋은 전개가 될수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작중 주인공은 여타의 현대판타지 주인공의 길을 답습하고 있었습니다. 왕따를 구해주기 위해 불량아를 때려잡는 부분이나 여타 주인공다운(?) 장면을 보면 원래 원래 착한 심성을 가졌다는 사실이 전혀 드러나지 않습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있다는데 그런 건 별로 없어 보입니다.

이 외에도 흔한 현판소가 가진 저차원적 논리가 산재해 있으며 이는 이야기 자체에 억지성을 가중하고 있습니다. 댓글을 통해 지적해드린 몇 가지를 언급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주인공을 눈에 띄게 엄청난 속도로 달리면 안 된다. 왜냐면 위성이 주인공을 포착해서 펜타곤이나 정보기관이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지랑이로 몸을 숨기고 적당히 달린다.

   => 위성은 만능이 아니고 CIA도 사람입니다. 그리고 아지랑이 같은 걸 두르면 오히려 더 눈에 띕니다. 또한 위성보다는 블랙박스나 CCTV를 주의해야겠지요.


(2) 초인들과 대적하기에는 힘이 모자라다. 한편 주인공은 자기 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능력을 펑펑 쓴다.

  => 이 때 주인공의 신분은 군인입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자신을 숨겨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요. 하지만 자중하려는 분위기는 전혀 없었습니다. 오히려 자기 일을 해결하는데 힘을 남발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주인공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납득할 부분일까요?


3. 문체, 혹은 필력에 관하여.


지금까지 언급한 문제의 대부분은 이 항목으로 귀결됩니다. 글에 묘사가 메말라 있습니다.감성이 넘치는 파스텔 풍의 묘사를 말하는 게 아니라, 인물의 심리나 상황을 세부적으로 설명하는 묘사가 부족합니다. 단지 설정이나 상황을 설명해주는 산문만 있을 뿐이었죠. 충분히 인물간의 대화로 표현할 수 있는 일도 모두 설명조로 일관되어 있으며 심지어 인물간의 대화도 문어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현실감도 전혀 없고 시대상도 맞지 않는 대화가 많았습니다.

이 글은 전지적 작가 시점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물의 내적, 외적 갈등은 별로 없었고 순간적인 감정변화가 몇 번 언급되는 데 그칩니다. 만약 인물이 좀 더 입체적으로 드러나고  사건의 전개가 다각적으로 이루어졌다면. 그리하여 글 자체에 현실성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면 분명 뛰어난 작품이 나왔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소재는 좋으나 문체. 혹은 필력이 부족하여 소재는 죽고 글은 자가당착에 빠졌습니다.

(완성 후 추가 : 시점이 너무 자주 바뀌는 것도 문제입니다. 과거 일을 자세히 서술하겠다고 하셨지만 설명만 이어지는터라 별로 몰입도 되지 않고 오히려 본편을 읽는 데 방해가 되었습니다.)


4. 마치며


듣기로는 전체 내용 중 몇 개의 에피소드를 생략했다 알고 있습니다. 그 에피소드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그걸 먼저 언급해 주셨다면 이런 혹평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작가분은 독자와의 피드백도 활발하시고 글을 수정할 의욕이 있기에 이 글과 차후에 쓰실지도 모르는 글이 더 발전하리라는 것은 확신합니다.

그럼 이상으로 비평을 마무리하겠습니다.


Comment ' 8

  • 작성자
    Lv.59 강훈(姜勳)
    작성일
    13.08.28 15:25
    No. 1

    보잘 것 없는 글을 읽어 주시고 비판해 주신 것 먼저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정진하고 또 정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여기서 밝히고 싶은 부분은 글 중에서 나오는 초인은 단순한 하나의 인간이 아니라 인류의 자유의지를 제약하여 역사의 발전을 저해한 여러요소를 하나로 묶는 무언지 정의하기 어려운 상위요소를 초인으로 의인화한 것이었습니다.
    그런 사실이 제 글에서 충분히 소화되지 못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인류역사 발전의 다양성을 부인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차피 인류에게 자유의지가 주어졌다는 것을 전제로 쓴 글이니까요.
    아직 나오지는 않았지만 주인공이 자기의 사명을 깨닫는 순간 초인들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력을 깨닫게 됩니다.
    이상은 제 변명이었습니다.
    아무 상관 없는 남의 글을 끝까지 읽어 주시고 이렇게 비평해 주셔서 감사드리고 제가 글을 완성하고 이북에 올릴때 다시 한 번 더 비평을 요청해도 되겠습니까?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2 요개
    작성일
    13.08.28 19:22
    No. 2

    이거 영 엄두가 안나서 모르겠네요. .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조원종
    작성일
    13.08.28 17:54
    No. 3

    좋은 비평글이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3 슈크림빵이
    작성일
    13.08.28 18:53
    No. 4

    오랫만에 좋은 비평과 작가님 답글이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2 朴어진
    작성일
    13.08.28 19:02
    No. 5

    다 떠나서 비평을 이렇게 멋지게 쓰신 게 너무 부럽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藍淚人
    작성일
    13.08.28 23:08
    No. 6

    정성이 가득한 비평이네요. 저 같은 졸개는 이런 비평을 받을 엄두도 안납니다. 허헣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9 에크나트
    작성일
    13.08.30 04:37
    No. 7

    비평게시판을 참 자주 드나드는데 작가님들이 비평을 받으시면 자주볼수있는 문장이 '아직 중요 무엇이 안나왔다'입니다.
    ...그런건 정말이지 하나도 중요하지 않는데...
    그 전까지 독자를 어떻게 끌고갈지가 문제지 "나중에 어떤게 나온다! 그게 진짜 하고싶은 말이다!"...아~~무 쓸모 없는, 안하느니만 못한 말이죠 일종에 스포 비슷거니깐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2 환산
    작성일
    13.08.31 21:43
    No. 8

    와... 기네요.. ㅎㅎ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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