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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42 요개
작성
13.08.10 01:12
조회
4,423

제목 : 언데드[UNDEAD]

작가 : 야데

출판사 : 문피아 내 연재


본 비평은 약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시작하기에 앞서


저는 비평을 해 드리기 전에 우선 주제를 묻습니다. 이 글은 대체 무슨 내용인지 한마디로 나타낼 수 있어야 흔들림 없는 좋은 글이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비평하게 될 언데드의 주제는 산 자와 죽은 자(언데드)의 대비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작가분께서 보내주신 쪽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평생을 살아왔다 해도 마지막 부호가 물음표라면 그 삶은 무슨 가치가 있을까?
짧게 불태우고 금방 사그라져도 그 끝 마침표가 확실하다면 그 죽음은 삶보다 못할까?

생을 상징하는 인간들은 권력과 욕망에 취해있고 자신의 이득을 위해 삶을 사용합니다.
사를 상징하는 언데드들은 이미 죽은 생명이지만 대의를 위해 자신들의 남은 시간을 사용합니다.


원래는 짧게 정리해서 설명했어야 하지만 그 정리가 뒤죽박죽이어서 아예 본문을 밝혀 둡니다. 대략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지는 위 문단을 통해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상과 같은 주제를 바탕으로, 지금부터 본격적인 비평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2. 글의 외형적 측면에서


 전체적으로 문단이 대단히 큽니다. 행을 나뉘지 않고 장황하게 문단이 구성되어 있어 모니터상으로 글을 읽기 어려운 분들은 눈이 아플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작가분 스스로가 인지하고 계시기 때문에 차후 개선되라라 봅니다.

 현재 언데드는 2부가 연재되고 있습니다. 그 중 1부에서는 종종 가벼운 문체가 보입니다. 언데드라는 소설의 주제나 전체적인 분위기가 묵직하고 진지한 반면, 이러한 문체가 보이는 건 개인적으로 굉장이 보기 싫었습니다.

그 문체란 이른바 장황하고 구차한 설명이 덧붙은 익살스러운 문체입니다. 예를 들어 사람의 목이 날아가는 끔찍한 상황을 이런 식으로 서술했습니다.


루즈라벤 소속 제 1기사단장 벨루카는 방금 전까지 붙어있던 자신의 오른팔이 날아가는 것에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일전에는 그런 일을 겪어본 적이 없엇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상대방은 그에게 그런 고민거리를 안겨줄 생각이 없었던 듯 했고, 두 번째 일격으로 벨루카는 자신의 몸을 다른 각도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당장 생각난 부분이 저것이고 이 외에도 1부 초중반부에는 진지함이 결여된 채 서술된 부분이 꽤 있었습니다. 저는 이런 서술를 보고 비뢰도가 떠올랐습니다. 비뢰도의 주인공 비류연이 내뱉은 쓸데없는 미사여구와 장황한 설명이나 글 고유의 문체가요.

비뢰도 같은 경우 기본적으로 코믹한 서술이나 분위기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이러한 문체가 독특한 개성이 될 수 있다 보지만 언데드는 그런 글이 아니기 때문에 상당히 거슬렸습니다.


3. 글 내부의 문제점.


 초반부터 등장인물이 굉장히 많습니다. 소위 언데드라는 글이 이능력 배틀이라는 것을 지향하기 때문인지 어떤지는 몰라도 이 역시 큰 단점이었습니다. 마치 전화번호부를 보는 것처럼 내용에 비해 등장인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작가분께서 설정을 그림과 함께 서재에 올려 두셨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어느정도 인물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작품에서 벌어진 일은 작품 안에서 설명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기에 등장인물이 한순간에 많이 등장한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또한 이능력 배틀 역시 제가 볼때는 좋은 방향 같지는 않았습니다. 이능력 배틀의 묘미는 우선 미궁에 싸여 있던 능력이 드러나며 주는 카타르시스를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 독자와 작중인물 모두가 알고 있는 능력을 통해 어떻게 긴박한 상황을 풀어내고 승패를 결정하느냐가 첫번째 묘미보다 중요한 관건입니다. ‘죠죠의 기묘한 모험’이라는 만화는 이런 점에서 대단히 탁월한 전개를 보여준 바 있지요.

언데드에는 정말 수많은 등장인물이 나오고 그만큼이나 특이한 능력이 다수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입니다. 아직 내용이 길게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일지는 몰라도 대부분의 특이한 능력이 단 한번 위기를 극적으로 해소한 다음에는 전혀 활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주연급 인물의 능력이 모두가 예상하던 게 아니라는 것만 조금 두드러질 뿐, 이러한 능력을 이용한 머리싸움이나 논리싸움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건 2부에서 전쟁부분이 드러난 다음에도 마찬가지였고요.


다시 1부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상술하였듯이 1부의 주된 내용은 추격전입니다. 다양하고 특이한 능력으로 도망치는 쪽이 예상을 뛰어넘은 능력 사용으로 일방적으로 추격하는 쪽을 농락할 뿐 그 외의 긴박함은 전혀 없었습니다.

이는  ‘갑툭튀 능력’ 뿐만의 문제는 아니고 애초에 추격전 자체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는 추격하는 쪽이 좀 무능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격하는 쪽은 국가이며 도망치는 쪽은 소수의 인원들입니다. 당연히 정보력이나 운용인원 면에서도 추격하는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하지요. 하지만 언데드에서는 도망치는 쪽은 시종일관 여유롭기만 합니다. 여차하면 능력으로 벗어나면 그만이니까요.

연재분을 읽고 저는 추격하는 쪽이 멍청했다 생각했습니다. 특이한 능력을 무력화 할 수 있는 조커를 동원하는 대신 단순히 힘으로 누르려 들지를 않나, 실패를 전제하지도 않고 그때그때 돌려막듯 일을 처리하는 것도 그랬고요.


4. 왜 언데드인가?


주제는 열심히 사는 죽은 자와 탐욕만 부리는 산 자의 대립입니다. 즉, 죽은 자는 산 자에 비해서 뭔가 패널티가 있어야겠지요. 어떤 점으로든 좋지 못한 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숭고한 의지를 불태울 때 진정 주제가 부각될 것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주제를 듣고 본문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게 무슨 언데드인가?”


이 소설에서 언데드는 조금 독특합니다. 여타 판타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언데드가 아니라 산 사람을 대량으로 희생하는 과정을 거쳐 인위적으로 탄생하는 존재이며, 또한 외견상 사람과는 별다를 것이 없으며 특이한 능력까지 가졌습니다. 그런데 대체 왜 이런 존재를 만들어낸 건가요?

언데드에서 그려내려는 주제는 ‘똑똑하지만 비천한 사람과 멍청하지만 고귀한 사람’이라는 고전적 클리셰를 닮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볼 때 언데드에게는 전혀 아쉬울 게 없어 보입니다.

설정상 죽었다가 부활했다고는 했지만 그에 대해 어떠한 패널티도 없습니다. 외견이 흉측한 것도 아니고 언데드라는 존재를 아는 자가 없기에 박해받는 부분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죽었다 살아간 자신에 대한 인물 스스로의 고뇌도 없습니다. 그냥 죽었다 살아났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으며, 언데드라 불리는 초능력자. 이들은 과연 죽었지만 고귀한 숙명을 추구하는 이들이 될 수 있을까요? 

물론 아직 설정이 완벽히 공개된 게 아니기 때문에 속단이라 볼 수도 있지만 1권이 넘는 동안 이런 근본적인 설정이 공개되지 않았다면 그건 정말로 큰 문제입니다.

아울러 이들은 추격전이나 기타 어떤 장면에서도 어려움을 겪지 못했습니다. 단순히 설정상으로 ‘이들은 언데드다. 따라서 괴로운 처지에 있다.’ 라 한다면 전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설정을 뒷받침하는 에피소드가 있어야 비로소 그 설정이 인정받게 될 테지요.

하지만 지금까지 연재된 분량을 본다면 이들에게 죽었다 살아났다는 설정이 붙은 게 오히려 사족이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엑스맨’은 굳이 죽었다 살아나지 않아도 탄압받면서 지구를 구해낸 바 있지요.

이런 상황에서 산 자와 죽은 자라는 설정이 정녕 주제를 잘 드러내줄 수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현 시점에서는 아니라고 봅니다.


5. 마무리


여러모로 혹평이 많았습니다. 언데드는 분명 설정이 치밀하고 복선을 맥거핀으로 만들지 않을만큼 작가분께서 신경을 쓰시는, 괜찮은 글입니다. 하지만 그 설정이 과연 주제를 위해 잘 쓰여졌는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면 저는 좋은 점수를 주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작가의 역량으로 충분히 긴장감을 조성할 수 있는 부분을 두루뭉실하게 흘려버리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그렇습니다. 앞서 서술한 추격전 같은 경우가 그렇지요. 물론 이건 추격전이 중요한 소설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볼 때 얼마든지 이는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이기에 굳이 비평해 보았습니다.

이상으로 혹평 가득한 비평 마치겠습니다.


Comment ' 5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3.08.10 13:09
    No. 1

    문체의 예로 든 부분은 그다지 가볍다든지 익살스럽다는 느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급작스럽고 당황스런 죽음, 혹은 (압도적인 적 앞에서의) 손 쓸 수 허망한 죽음을 그리는 데 종종 사용되는 방식 아닌가요?(물론 진지한 글들에서)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2 요개
    작성일
    13.08.10 14:49
    No. 2

    그런가요? 저는 저런 식으로 쓴 장면이 적의 강함이나 당사자의 무력함을 나타내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음. . . 좀 더 찾아본다음 다른 예시를 들 것 그랬군요. 익살이라기보다는 다른걸지도 모르겟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4 Dainz
    작성일
    13.08.11 13:26
    No. 3

    예로 든 문장은 문제가 있어보입니다.
    불필요한 수식어, 미사여구가 많고 국적불명의 표현법도 보입니다.
    읽으면서 가독성이 떨어지고 편한 마음이 들진 않아요.
    대가들의 작품에선 보기힘든 표현방식으로, 개선이 필요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SimpleLi..
    작성일
    13.08.10 15:25
    No. 4

    예시문만 보면 아마 요개님이 거슬렸던 것은 주체를 주체로 남기지 않고 제3의 객체처럼 서술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칠 정도로 담담하네요. 문제가 될 것도 없고 의도해서 쓴 것 같지만 정보를 전달하는 느낌이지 심각한 느낌은 많이 떨어집니다. 담담한 인물이거나 감각에 대한 인지 능력이 떨어지거나 혹 상황이 너무 갑작스러우면 저런 묘사가 가능할 것 같은데 전후 내용을 모르겠으니 더 보태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바로 바로 읽히는 문장은 아니네요. 이런 문체는 번역 문학에서 많이 봤던 것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야데
    작성일
    13.08.19 18:04
    No. 5

    인터넷이 없어서 이제야 댓글 답니다.. 비평 달아주셨는데 답이 너무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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