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랩소디오브레인
작가 : 운룡
출판 : 로크미디어
3권에서 GM엔터테인먼트의 3팀장인 서옥주는 이민호의 곡을 표절해서 아이돌그룹 헬리오스의 노래로 만들고 MV까지 찍습니다. 당연히 이민호와 계약한 J&J측에서는 이 사실을 GM엔터테인먼트에 내용증명으로 알립니다.
이제 남은 건 표절행위에 대해서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하고, 민사상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만 하면 되는 겁니다. 그런데 GM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차규진은 “서옥진 개인의 짓으로 몰아가면 GM엔터테인먼트는 J&J의 손해배상 소송 대상에서 제외되고, 헬리오스의 표절건도 아무 문제 없이 넘어갈 수 있다. 또 이번에 들어간 비용은 서옥주에게서 받아내면 일체의 손실이 없다.”라면서 도마뱀 꼬리 자르기를 시전합니다.
그리고 냉큼 J&J에 다음과 같이 연락합니다. “귀측이 소송을 걸 대상은 어제 퇴사 조치된 서옥주 3팀장입니다. 이번 일은 저희 GM엔터테인먼트와는 무관한 일입니다. 저희 사장님 이하 GM의 임직원들은 그와 같은 일을 몰랐습니다. GM엔터테인먼크에 소송을 제기하고자 한다면 사장님 이하 저희 GM의 임직원들이 그 일을 알고 있었음을 증명해야 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무고에 준한 맞고소로 대응할 것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헬리오스의 신곡은 모두 취소하고 인터넷에 올라간 티져 영상도 오늘부로 내릴 것입니다. 각 일간지와 다수의 매체에 공식 사과문도 게재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저희 GM을 상대로 소송을 하시고자 한다면 도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맞고소하여 얼굴을 붉히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J&J기획의 대표 김재수는 방법이 없다면서 포기합니다. 이 부분을 보고 든 생각은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법은 변호사에게" 전문가에게 의견을 묻지 않고 ‘아, 이거 안되겠다.’는 건 좀 심합니다. 왜냐면 GM엔터테인먼트측의 주장은 법적으로 틀리기 때문입니다.
1. GM엔터테인먼트를 민사소송의 상대방으로 할 수 있는가?
현행 민법에서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756조 (사용자의 배상책임) ①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삼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사용자가 피용자의 선임 및 그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한 때 또는 상당한 주의를 하여도 손해가 있을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사용자에 가름하여 그 사무를 감독하는 자도 전항의 책임이 있다. ③전2항의 경우에 사용자 또는 감독자는 피용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서옥진은 피용자입니다. 따라서 사용자인 GM엔터테인먼트에 대해서 민법 756조에 기한 사용자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피용자의 선임 및 그 사무감독에 대해 상당한 주의를 하였는지에 대한 입증책임은 사용자에게 있습니다. 피용자의 불법행위를 알았느냐, 몰랐느냐의 문제가 아니란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GM엔터테인먼트는 서옥진이 그런 행위(표절)을 저지르지 않도록 선임,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다는 점을 입증해서 면책될 가능성이 있는데, 우리 판례는 면책을 거의 인정하지 않아 사실상 무과실책임(피용자가 사무집행에 관해 피해를 끼쳤어->그럼 따지지 말고 회사가 책임져!)과 같이 운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J&J는 GM엔터테인먼트에 대해 사용자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2. GM엔터테인먼트를 형사고소할 수 있는가?
표절은 저작인격권의 내용인 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에 대한 침해가 되어 저작권법 위반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와 형사고소(고소는 저작권자 본인이, 고발은 J&J가 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J&J가 고소할 여지도 있음)가 가능합니다.
형사고소에 있어서 저작권법에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141조(양벌규정)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이 장의 죄를 범한 때에는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 대하여도 각 해당조의 벌금형을 과한다.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양벌규정은 피용자가 죄를 범한 경우에 사용자도 함께 처벌하는 규정입니다. 형사책임은 원칙적으로 행위자책임인데 예외적으로 확장하는 것입니다. 여하간 양벌규정의 구조는 앞서서 본 사용자책임과 유사합니다. 마찬가지로 업무에 대해 상당한 주위를 기울여 감독했다는 점을 사용자가 입증해야 면책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GM엔터테인먼트에 대해서는 양벌규정에 의해서 형사고소(고발)이 가능합니다.
보시다시피 이런 경우에 있어서 J&J기획은 G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민형사상의 책임을 모두 물을 수 있고, 자신들이 업무감독을 성실히 했다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은 GM엔터테인먼트측에 오롯이 있습니다. 무고에 준한 맞고소 운운하는 건 사실상 블러핑에 불과하고, 딱히 법적 위험이 되지도 않습니다.
J&J기획의 주주들은 주주총회를 열어서 대표 김재수에 대한 해임건의안이라도 발의해야겠어요. 방법이 없는 게 아닌데, 딱히 전문가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포기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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