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 장담, 백야
제목 : 마정록, 낭인천하
출판사 : 기억나지 않음
일단, 이 글은 제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것을 먼저 말하고 싶습니다. 제가 40대 중반인데 중학교 시절부터 장르소설을 애독해 온 독자로서 최근 일부 장르소설의 전개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그 동안 눈팅만 하다가 이렇게 글을 적어봅니다.
다른 분들은 왜 장르소설을 읽는지 잘 모르겠지만 저같은 경우는 일상에 지친 심신을 장르소설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 대리만족을 얻고자 하는 것이 장르소설을 꾸준히 접하는 중요한 이유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위 두 작품을 최근에 읽게 되었는데 스트레스는 더 쌓이고 대리만족은 커녕 짜증만 나게 해서 개인적으로 책읽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던 몇 안되는 경험중에 하나였습니다.
그 이유는 두 작품 다 어느정도 인지도도 있고 필력도 검증된 작가여서 요즘 게시판에 난무하는 지뢰작 또는 폭탄이라는 평가는 최소한 받지 않을 정도의 작품이라 예견되어 무리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는데 실망이 너무도 커서 이렇게 글까지 올리게 된 것입니다.
첫째로, 마정록은 스토리전개가 인질극입니다. 제가 최대한 참고서 아마 7권까지 보다가 접어서 그 다음 내용은 모르겠습니다만 처음에는 주인공의 여자(그 것도 애까지 딸려있는)가 인질이 되서 스토리를 전개하더니 나중에는 주인공의 아이를 인질로 삼아 스토리를 전개합니다. 꼭 이렇게까지 해서 스토리를 만들어야 하나요? 물론, 기존의 타작가들의 작품들도 내용 전개상 잠깐씩 유사한 내용이 나오기도 합니다만 이건 7권까지 계속 인질극으로 주인공의 행동반경을 제한하고 전혀 상식적이지도 또한 개연성도 없는 유치한 심리묘사로 일관하면서 분량을 채워 나갑니다. 나름대로 기존 장담 작가의 글을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오히려 요즘 범람하는 허접한 글을 써대는 작가라면 애초에 기대도 하지 않았을텐데 정말 아쉬었습니다. 나름 검증됐다고 하는 작가가 쓴 장르소설을 보다가 짜증나보기는 정말 오랫만이었습니다.
두번째로, 낭인천하입니다. 주인공의 아내가 적(?)들에게 납치되고 주인공이 우여곡절끝에 아내를 되찾지만 이미 여러명에게 수차례 강간당한 상태입니다. 또한, 아내를 구하는 과정에서 그 강간의 원흉(주인공이 아버지처럼 생각하는 의부 및 그 아들)을 정말 쿨하게 용서합니다. 충분히 응징할 수 있었는데도요. 전작인 무림포두에서도 주인공이 사랑했던 애인(십삼매)이 결국 주인공과 맺어지지 못하고 기녀(고급 콜걸)로서 몸을 팔게 되는 설정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작가분의 성적 취향인지 아니면 본인의 성윤리 가치관을 표현하려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굳이 장르소설에서 이런 식의 짜증나는 전개가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대중들이 장르소설을 읽는 목적이 스트레스 해소 및 대리만족이라 생각하는 저로서는 짜증만 날 뿐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굳이, 제 나름대로 인질극이나 자신의 아내가 납치당하고 강간당하는 등의 전개는 일단 주인공과 적들의 갈등관계를 쉽사리 드러낼 수 있고 개연성 없는 억지스런 전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고 분량늘리기에는 특히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됩니다만 이런 식의 스토리 전개는 결국 요즘 황폐해진 장르소설 시장을 더욱 암흑의 구렁텅이로 빠트리게 되는 단초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일주일에 최소 10권 정도는 장르소설을 읽는 사람으로서 책을 읽다가 하도 짜증이 나고 투자한 시간이 아까워서 이런 글을 쓰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과거의 그야말로 꿈과 환상의 장이었던 장르소설의 세계를 요즘처럼 살아가기 팍팍한 시대에서 다시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 자주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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