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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개연성... 휴우...

작성자
Lv.6 異色奇家
작성
13.03.14 08:46
조회
4,842

 상고사를 무협에 접목 시키려는 시도를 한 소설은 종종 봐 왔었습니다.

그런데...어째 개중에 성공을 한 소설은 하나도 못 본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에 읽은 것 역시 그렇구요.
뭐 <한단고기>의 진위 여부 토론이 목적이 아니기에 그 제목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일단 보다 보니까 시대는 영락제(1360~1424) 때 더군요.
조선 왕조의 시작기이죠.
조선의 소년이 명에 건너가는 내용인데...글쎄요...

 오대세가 소공자들과 설전을 벌이는 장면에서 다시 표지를 봤더랬습니다...이거 환생물인가...?하고 말이지요. 주인공은 <한단고기>의 내용을 설파하더군요. 그런데...아시다시피 <한단고기>는 계연수가 1911년 5종의 역사서를 묶어 만든 것으로 추정되어 집니다. 무려 600년 전에 발간 된 <한단고기>의 내용을 알고 있었던 이가 존재한겁니다!!!

 뭐 그럴 수도 있지요. 그 다섯 종의 역사서를 다 읽었을 수도 있지요. <삼성기> 상,하는 신라 때 쓰여진 것이고,<북부여기>나 <단군세기> 또한 저자가 려말 선초 때의 사람들이니까요. 근데 <태백일사>의 저자 이맥의 탄생년도는 1455년, 그러니까 영락제가 죽고도 30년 이후에 태어난 인물이란 겁니다. 태어나자마자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치며 집필에 들어갔을 리 없으니 <태백일사>는 더 나중에 지어졌을 겁니다.  그런데 그 내용마저 유추해 알고 있는 주인공은 그야말로 고금제일 뇌腦인 것입니다!!!

 또 하나...지도라는 것 자체가 지금은 아주 보편화 되어 있지만 당시에는 그것을 열람하는 자체가 대역죄에 버금갈 정도였습니다. 왜 중국 사극보면 항복을 하는 쪽이 지도를 승자에게 바치는 장면이 종종 있지요. 지도란 영토의 지배자와 전쟁을 수행하는 장수들만 볼 수 있을 정도의 기밀이었습니다.

그런데...주인공은 고조선의 12 연방을 부르짖으며 오대세가 후계자들에게 ‘우리가 니들보다 땅 더 넓었다!’고 주장하는군요...당시 상황적으로 5종의 역사서에 지도는 실려있지 않았을 테고, 불과 17 세의 나이이니 시베리아와 미얀마까지 갔다고 보기도 어려우니  역시 주인공은 책으로 읽은 지명 만으로 세상의 넓이조차 측정할 수 있는 제갈공명 10t 정도는 찜쪄먹을 두뇌인 겁니다...네...

조선 초에는 대규모 국가적 출판 사업으로 판본을 발행했다손 치더라도 구하기 힘들었습니다. 필사본이 그나마 쉽게 구할 수 있는 경우이죠. 근데 주인공은 조선에 있었을 유년기 시절 빈한하게 살았습니다. 그런데도 조선 팔도를 돌며 그 5종의 저작을 필사하거나 읽었으니 그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가요...?
역시 될성 부른 인물은 떡잎부터...

...여기서 개연성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겁니다. 어차피 우연이 겹쳐서 필연이 되는 것은 무협에서 상처가 안됩니다. 그것조차 무협의 개연성이니까요. 만일 주인공이 사실은 21세기 사람인데 영락제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 인물이라면 이 개연성 얘기조차 할 수 없지요. 사고思考 자체가 21세기 형이니 당연한 것이지요.

근데 이 주인공은 태어나기를 조선 초기에 태어났으면서 21세기형 사고를 장착하고 1300년대의 사람들과 논쟁을 벌입니다.

 ‘당시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면 당시의 사람이 했을 법한 생각과 행동을 써라.’라고 알고 있습니다만...그래서 회귀물이니 이고깽이니가 생각나더군요...

차라리 고조선의 영토가 러시아 남부까지 장악할 정도였다고 주장하는 것이라 해도 만일 신빙성있게 그려냈다면 진위여부를 떠나서 재미있게 읽었을 겁니다.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그 소설 안에서는 그 작가의 말에 귀기울여야 하니까요. 하지만 앞서 얘기했듯 시대상과 전혀 맞지도 않는 것을 글로 풀어놓았다는 것 자체가 작가의 일방적 강요로 밖에 안보이네요. 내말이 무조건 옳다 라는...

그리고 마지막으로...무협 또한 뒤에 소설小說이란 단어가 붙어 있습니다. 이 ‘소설'이란게 ’허구이지만 있을 법한 이야기'의 총칭이지요. 어떤 것을 이야기에 접목시키려면 그 이야기 속에 녹여내야 되는 것 아닐까요? 그저 어딘가에서 지금도 벌어지고 있을 <한단고기>에 대한 논쟁을 따옴표만 붙이고 책에 이어 붙인다거나, 사실 주인공의 무공은 고조선의 후인이...그랬던 것이다...이렇게 설명문 논조로 쓴다는 건 그저 <한단고기>의 개인적 주해서로 밖에 보이지 않더군요. 사실...지루하기도 했고요...

 후반으로 갈수록 전권을 다 빌려온 게 후회됐더랬습니다...

 덧쓰기...
 제목, 저자, 출판사 안 밝히면 삭제되는 군요...그럼 퀴즈...

-XX신공
-XX밀
-X아

뭐 이 정도면... 

Comment ' 9

  • 작성자
    Lv.15 무판비
    작성일
    13.03.14 09:48
    No. 1

    별로 궁금하지도 않군요..워낙 그런 책들이 많아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7 하늘까시
    작성일
    13.03.14 17:22
    No. 2

    전권을 다 빌리다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용세곤
    작성일
    13.03.14 19:12
    No. 3
  • 작성자
    Personacon 초정리편지
    작성일
    13.03.14 21:12
    No. 4

    애초에 한단고기 나오는 소설 안읽음..

    애국심도 적당히 고취시켜야지 무슨 수천년전에 동북 동남아 시베리아까지 지배했다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2 취준
    작성일
    13.03.14 23:06
    No. 5

    한단고기보다는 중국역사 무협이 더 별로던디....
    참 다른 나라는 없는 것도 만들어 내는데 우리는 까내니 쩝....
    진실한 민족인가 아니면 부족한 민족인 건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정주(丁柱)
    작성일
    13.03.14 23:26
    No. 6

    다른건 몰라도 그냥 작가분이 한두가지 찾아보시다가 꽃혀서 쓰는 글일 수도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사생
    작성일
    13.03.15 02:22
    No. 7

    중국 삼국시대...그러니까 서기 3~4세기 경에 '지나' 타령하는 사람도 있지요 ㅇ_ㅇ;;
    그것도 7세기경에 처음 쓰인 말을, 지금의 '비하어'의 의미를 갖게된 현재의 관점으로,
    중국인은 지나인이니, 뭐니 하면서 까는 설정이던데, 정말 제 주변 사람이 그랬으면 한 대 쥐어 박았을 지도;;
    중국, 싫어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글쓴이의 작풍에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좀 알고 까고, 근거를 두고 까야, 이해라도 하지, 그저 중국 까면 좋다라는 되먹지도 않은 발상으로 다른 나라 욕하고, 자신의 글을 더럽히는 생각없는 행동은 좀 안 했으면 싶더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포로시
    작성일
    13.03.20 07:27
    No. 8

    지뢰작 피해가라고 경고해주실량이면 제목정도는 ....ㅠ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6 Longinus
    작성일
    13.04.24 04:49
    No. 9

    제목이 인상 깊어서 읽었다가 1권도 다 못 보고 반납한 책이네요.
    제목: 북명신공
    저자: 바라밀
    출판사: 동아
    가 바로 떠오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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