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검류혼(목정균)
작품명 : 비뢰도
출판사 : 청어람
아주 오랜 옛날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까지는 아니고 10여년 전쯤이었을겁니다. 책방에 꽂혀있던 비뢰도를 아무런 사심없이 빌려 읽었던 것이.
당시에 여러 무협소설들을 가리지 않고 읽고 다녔던터라 비뢰도 역시 빼놓을 수 없었던건 아니었을까... 떠올려봅니다.
제가 그무렵 읽던 무협소설들은 매우 간결한 문체와 스피디한 진행으로 멸문-기연-복수-행복 순의 판에 박은 듯한 스토리로도 박진감이 넘쳤죠. 하지만 비뢰도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초반에는 정말 재미있었는데 권 수가 많아질 수록 내용을 질질 끌기 시작한다고 말들하시는데, 비뢰도 1권을 한 번 구하셔서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비뢰도는 1권부터 잡설이 많은 책이었습니다. 굳이 진행상 필요없는 어마어마한 양의 궤변들과 농담따먹기가 책 내용 중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그런 류의 책이었습니다. 보다 보다 지쳐서 읽기를 그만둔 책은 아마 이 비뢰도가 최초였으리라 생각합니다. 재미가 없다기보다는, 계속되는 말장난에 읽는 사람이 지쳐버렸다... 그겁니다.
아무튼.
얼마전부터 비뢰도를 다시 1권부터 새로운 시선으로 읽어보고 있습니다. 28권까지 나왔다는 믿기 어려운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입니다. 소설책이 28권이라니!! 놀랍지 않습니까.
언제나 정독으로 못읽은 부분이나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두 번 세 번, 이해될때까지 계속해서 읽어보는 그런 식의 독서에서 한페이지에 딱 5초라는 머릿속 타이머를 정해두고 매우 빠르게 속독해보았습니다.
어차피 가벼운 소설이라 띄엄띄엄 읽어도 내용을 이해하는 것에는 전혀 무리가 없더군요. 그리고 그렇게 읽기 시작하자...
재미있었습니다! 놀라운 경험이었죠. 머리를 비우고 생각을 하지 않으며 오로지 빨리 읽겠다는 일념으로 후다닥 넘기니 새로운 세상이 보이더군요.
한 소년의 성장과 그 주변인물들의 시시콜콜한 스토리들. 진행상 필요없는 농담같은 것은 한 줄에 한 단어만 대충 읽어가며 넘기더라도 숙지가 되고 이해가 됐습니다. 전 비뢰도 덕분에 속독을 체득하게 된듯....
질질 끄는 면은 있지만 의외로 담백한 맛이 느껴진달까요. 입안에 오래넣고 씹으면 쓴맛에 뱉어 낼 수 밖에 없는 음식이었지만 씹지 않고 삼키기만하면 깔끔한 맛을 내는 미지의 음식 ㅡㅡ;
그 지겹고 황당한 소설을 꿋꿋이 읽어가시는 분들을 예전에는 그저 멍청이, 혹은 덜 자란 애들이라며 속으로 혀를 찼었지만.
그렇습니다. 생각없이 읽었어야 할 소설을 혼자 끙끙대며 정독하니 뒷끝이 좋을리 없었던 거죠.
각설하고.
현재 21권까지 거의 이틀이 걸렸습니다. 이 속도라면 내일쯤 28권까지 완독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만,
여기서 갑자기 이해가 안되는 내용 때문에 그만 스톱되고 말았습니다. 바로 '연비'라는 케릭터 때문인데요.. 그것때문에 네이버 지식까지 검색하고 오는 길입니다. 작가 사과같은 것이 혹시나 있을까 싶어서..;
아무런 복선조차 없이 그야말로 어느날 갑자기 20여권동안 쌓아왔던 공든탑을 이 '연비'케릭터를 쑤셔박음으로 무너뜨리는 기분이었습니다.
말장난, 헛소리, 궤변, 분량늘리기 다 좋습니다. 대충 스쳐 읽으면 된다는 진리를 깨달았으니까요..
하지만 이건 대체 뭔가요..
만난적 없다던 그래서 이름조차 모르고 한 눈에 반해 키스까지 했던 초반의 설정이 무색하게.. 어릴적 목숨을 구해줄 정도의 깊은 관계가 있던 구면이었다니요!!
20권을 넘기면서 작가조차 최초의 설정을 망각한 것입니까? 비뢰도도 끝내기전에 집필을 시작하셨다던 그 머메이드 사가와 혼란을 일으키신 건...?
여기저기 이 어처구니 없는 '연비'케릭터와 관련해서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보았더니 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목격했습니다..
저만 이 케릭터에 의구심을 품었던건지.. '연비'와 '비류연' 이라며 그림까지 그려놓고 행복해하고 비뢰도를 즐기고 계시는 분들이 있더라는 겁니다.
아니 그게 이해가 되던가요? 만난적 없다에서 만난적 있다로 갑자기 바뀌고는, 그 내용으로 수 백 페이지를 진행하고 그걸 또 인쇄까지 하셨는데. 그걸 이해하고 끄덕이고 동조하고 수긍할 수 있는건가요?
아무리 머리를 비우고 괜찮다 괜찮아. 설명이 나오겠지 하며 자리를 잡고 마음을 가다듬었지만. 도저히 진행이 안됩니다. 10년전 침을 뱉으며 포기했던 그 마음을 되새기게 됩니다.
30권이 가까운 대하소설급 무협을 뽑아내는 작가분이 그러한 말도 안되는 설정 미스라니..
말장난도 그걸 글로 엮어 표현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대충 읽었지만 무시하진 않았습니다. 내용 진행에 전혀 무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케릭터 하나로 비뢰도를 이끌어가던 거대한 축이 뒤틀리고 비틀렸다는 생각에 더는 읽어볼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비뢰도를 사랑하시고 이해하시는 독자님들..
그동안 21권까지 읽어간 저를 가엽게 여기셔서..
제발 이해를 시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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