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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43 만월(滿月)
작성
09.02.28 11:11
조회
1,006

작가명 : 김이환

작품명 : 오후 다섯 시의 외계인

출판사 : 로크미디어

일단 주의 부터 드립니다. 깽판물을 좋아하시는 분은 이 책을 집지 마시길 바랍니다. 주인공의 강함에 집착하고 전투 장면에만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이 난다면 그런 당신에게 이 책은 별 다른 재미를 주지 못할 것입니다. 이 책은 그런 이야기와는 시쳇말로 백만광년은 멀리 떨어진 책입니다. 하긴 표지 부터해서 제목까지 그런 느낌을 주지 않으니 알아서 피해가겠지만 말이죠.

장르소설 혹은 환상소설은 말그대로 환상을 다루는 소설입니다. 그런데 유독 국내 장르소설은 환상을 다루지만 그것이 고정된 느낌이 들때가 많습니다. 무협은 어떻게 보면 동양의 판타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구파일방이나 무공 초식, 이야기의 전개에서 그런 독창성은 찾기기 힘듭니다. 김용이나 다른 작가들이 만들어 놓은 틀안에서의 자유고 환상일 뿐입니다. 무협소설은 이런식으로 적어야 되고 이런 방향으로 전개 되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판타지도 거의 비슷합니다. 드래곤, 엘프, 드워프, 소드마스터, 마법사가 등장하고 그렇게 정해진 규격안에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근자에 떠오른 신흥 강자(?) 게임 판타지는 어떻습니까? 초반에 등장할 때는 참신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너무 틀에 박혀가고 있습니다. 가상현실 게임 큐브가 나오고 히든 케릭터에...  그런 소설들이 다 격이 떨어진다는 건 아닙니다. 이런 패러다임 안에서도 정말 좋은 글은 나옵니다. 다만 어느 정도의 고민도 없이 텔레비전에 나오는 막장드라마 같이 쏟아져 나오는 글들이 개탄 스러울 뿐입니다.

그런데 오랫만에 환상을 맛볼수 있는 글을 읽었습니다.

외계인이 잃어 버린 선물들을 찾아 가는 과정이 아기자기 합니다. 토토로를 떠올린 이유는 이 글의 주인공 성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어릴 때 여의고 엉뚱한 구석이 있어서 외계인이라 불리고 지금 처한 현실은 방세는 밀렸고 카드값도 연체되었고. 이런 암울한 현실에 암울한 주인공이 나오니 글의 성격이 어두워야 하는데 어둡지 않습니다.

오히려 따스합니다. 토토로의 주인공인 사츠키와 메이도 어머니는 아파서 멀리 떨어진 병원에 있습니다. 이 두 자매는 그래도 꿋꿋하죠. 성우와 이 두 자매가 차이가 나는건 나이 뿐입니다. 둘은 어려워도 그 천진함 밝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사츠키와 메이가 시골로 내려와 토토로를 만났다면 주인공 성우는 '용관'이를 만났을 뿐입니다. 물론 '용관'이는 이 소설에 나오는 외계인의 이름입니다. 토토로도 일상적인 이야기 속에서 환상을 다룬지만 '오후 5시의 외계인'은 이런 환상적인 분위기가 책속에 더 가득합니다. 그리고 이 소설의 주인공 성우 역시 외계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취미라곤 없고 세태가 어떻게 흘러 가는지도 모릅니다. 취미가 성경 읽기고 게임이나 영화 같은 건 아예 관심도 없으니 어떻게 보면 성우 역시 외계인입니다.

  별명을 가르쳐주는 잔,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을 가려주는 안경, 투명하게 되는 우산, 하늘을 날 수 있는 자전거 등 많은 물품이 나오고 환상적인 이야기가 펼쳐짐니다. 인물들도 독특합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사장, 집사, 사모님을 현실에서 접할 수는 없겠죠. 어떻게 보면 이 세 인물들은 뒤틀려져 있습니다. 그래도 나름의 순수함을 갖고 있다고 할까요. 그 점이 이 소설을 더 재미있게 하는 거겠죠.

북극곰과 위 세 인물이 없다면 이야기가 조금 지루해졌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감초같은 조연, 딱 그런 느낌입니다. 그들이 펼치는 개그가 배꼽을 뺄 정도로 웃긴건 아니지만 책에 적당히 기름칠 하면서 얼굴에 미소를 머금게 합니다.

이 소설은 일관된 줄거리가 크게 부각되진 않습니다. '이웃집 토토로'처럼 그들을 지켜보다 보면 이야기가 마지막 장에 와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각 선물들을 찾아가는 이야기들의 집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책이 거의 끝에 이를 무렵 주인공 성우가 소망이에게 해 준말이 작가가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닌가 합니다.

소망아, 나는 슬프면 일억 년 후의 바다를 생각해.

일억 년 후의 지구를 생각해 봐. 지구는 여전히 살 만한 곳일 거야. 태양도 지금처럼 빛나고 바다도 그대로 있고, 여전히 푸르고 아름다울 거야. 지금 있는 동물들은 모두 멸종하고 완전히 다른 생명들이 바닷가를 채우고 있겠지. 인류의 문명은 모두 사라지고 어디서도 인간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을거야. 그 바닷가를 생각해 봐. 파도가 모래를 말없이 쓰다듬고 가는 조용한 바닷가를, 내가 싫어하는 사람, 나를 싫어하는 사람, 분노, 슬픔, 미움 그런 건 모두 사라진 바닷가를.

삶이 힘들고 괴로워도 이렇게 보면 한 순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1억년 후에도 지구는 여전히 아름답듯이 우리도 열심히 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작가가 나에게 되묻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오랫만에 환상을 맛볼 수 있었고 즐거웠습니다. 다만 워낙 호평만 보다 보니 기대치가 너무 높아져서 너무 큰 기대를 하고 보았기에 그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영화가 하기도 전에 너무 큰 평점을 받아 그 기대치를 한껏 높인 것과 같은 탓이죠. 그런 점을 감안해도 이 책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한번에 몰아서 봐도 되고 시간 나는 틈틈히 읽어도 되는 글입니다. 오래 묵혀 두고 계속 읽어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한 달이나 두달쯤 있다가 읽어도 될 것이고 읽다가 조금 질린 감이 있으면 내가 재미있게 본 부분만 추려 읽어도 될 듯 합니다. 이야기가 질리지 않을 듯 하니 말입니다.

덧) 이건 제 억측일지도 모릅니다. 작가분의 종교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기독교와 어느 정도 인연이 있는 듯 합니다. 작중에 목사가 나오는데 그 성이 추씨지요. 그리고 주인공과 연관이 있는 인물의 이름이 소망입니다. 그래서 추모 목사와 소망교회가 떠올랐습니다. 둘다 나쁘게 그리는 듯 하지만 결국엔 추목사만 나쁘게 그리고 있습니다. 아마 작가는 소망교회 자체가 나쁜게 아니라 그 교회를 장악한 사람이 나쁘다고 말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억측일까요? 많고 많은 성씨 중에 추씨를 쓴 것과 그 인물의 이름이 '소망'이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Comment ' 2

  • 작성자
    Lv.39 둔저
    작성일
    09.02.28 11:28
    No. 1

    코카콜라 CF 만든 회사는 어서 북극곰 파트만 따로 만들어라~! 만들어라~!
    북극곰 쵝오~!
    -_-)b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3 바둑
    작성일
    09.02.28 12:57
    No. 2

    동화같이 아름다운 글이지요 ^^ 지금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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