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흑로
작품명 : 천애홍엽
출판사 : 발해
도심의 분주한 거리와 오가는 사람들속에서 하루하루 바쁘게 지내다 보면 갑자기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네온싸인 번쩍이는 도심의 야경이 때때로 묘한 감흥을 불러오기도 하지만 한적한 휴양지에서 달콤한 휴식만은 못한 것 같다.
수많은 무협작품을 일상이라 가정해보자.
이제는 정형화된 그래서 평범한 일상을 가끔 벗어나고 싶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추천하는 절경중 하나는 바로 지존록일 것이다.그렇지만 지존록은 극악의 비포장도로 - 대여점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또한 완결이 되지 못한데다 자주 나오지 않는다 - 가 주는 두가지 측면에서의 압박이 접근성의 문제를 야기한다.그리고...막상 도착해보라! 고즈넉한 휴양지를 상상하고 반바지와 선글라스를 준비한 사람들의 기대를 무참히 박살내버리는 무시무시한 기암괴석과 가파른 절벽,구름이 감싸고 있는 까마득한 봉우리! 쉬러왔다 극기훈련하고 돌아가는 사람들의 심정이란 과연...지존록은 정복한 자에게 무한한 기쁨과 만족감을 준다.그러나 이것은 정상에 올라본 자만이 알 수 있다.
세간에 널리 알려진 휴양지 - 예를 들면 한상운의 작품들 - 를 피하고자 한다면 아무도 모르는 한적한 시골이나 외딴섬을 스스로 찾아야 할 것이다.그러나 그것은 대단히 까다로운 일이고 준비해야 할 것도 많아 번거로운 일이다.그리고 내가 알기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번거로움은 피하는 경향이 있다.그래서 휴가철을 맞아 이번엔 제대로 쉬자! 외치며 각오를 다잡아도 매번 가는 곳은 몇군데로 정해져 있다.
그러나 멋진 휴양지에 대한 소개와 정성들여 만든 자세한 안내서가 있다면 어떨까?
새로운 멋진 휴양지를 소개하는 심정으로 이 글을 쓴다.
이번 추천작품인 천애홍엽은 지존록이 주는 고행에 가까운 부담은 없다.그러나 작가도 생소하고 제목도 무슨 검왕이니 무적이니 하는 단어가 없어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정서적인 측면에서의 접근성의 문제는 존재한다.주인공이 익히는 무공의 연원이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망량의 존재 또한 익숙하지 않다.<파검가>의 망량은 '상태' 혹은 '현상'으로서의 망량으로 주인공에 다름아니나 <천애홍엽>의 망량은 주인공의 머리속에 있긴 하지만 명백히 이질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상단전을 개방하면 적을 압도하는 엄청난 무위를 얻게되나 문제의 '망량'이 끊임없이 등장하여 파괴와 살육과 끔찍한 저주를 외친다.'망량'의 존재가 그저 허무하게 사라지지 않고 작품 전체를 통해 작가가 의도하는 바를 제대로 구현해줄 매개로서의 역할을 기대해본다.
앞서 언급한 생소함과 이질감은 천애홍엽의 작은 부분일 뿐,재미와 몰입을 방해하기엔 턱없이 모자라다.그런데 어떤 부분이 재미있는지 막상 생각해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이래서야 추천글이 체면이 안서는 일이지만 이 부분은 여러분께 양해를 구하고 싶다.읽고 어떤 부분이 재미있는지 다음분이 감상글을 올렸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다.
PS.<사막의칼>도 마찬가지고 재미는 뛰어난데 알려지지 않아 빛을 못 보는 좋은 글이 안타깝습니다.추천글이 오히려 거슬리지 않았는지 또한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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