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예'로 알려진 이우형님의 2번째 작품 '강호기행록' 에 대해서는 몇일전에 제가 찬사만 늘어놓고 다 읽지도 않고 줄거리와 감상을 올려놓지 못해 맘이 편치 못하다가 지금에서야 다 읽고 고무림에 들어왔습니다.
3년전에 '강호기행록'을 2권까지 읽고 났을때는 1부의 마지막인 3권을 읽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너무 두려웠습니다. 2권까지만 읽었는데도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은데 미완성인 3권을 읽다가 절단신공을 어떻게 견뎌낼지 의문이 무지 들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어떤책을 보고서도 절단신공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지 않았는데 이 책만큼은 두려웠습니다.
시간이 지난뒤 오늘에서야 정신없이 첨부터 다시 시작해 3권을 마쳤습니다.
지금은 그래도 수도가 좀 되었는지 감정에 떠서 몸이 불균형을 이루는 일은 적어져서 3권을 읽고도(미리 체념을 해서 그런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덤덤합니다. 책읽는 순간만큼은 제가 주인공 강량과 함께 강호를 여행하고 같이 감정을 느끼고 그랬던 거 같은데 다 읽고나니.. 절단신공을 각오한 나머지 역시 체념을 빨리 한탓인가 봅니다 ..
주인공 강량은 스무살정도 됩니다. 가문의 소가주로 태원의 3선녀(강량 스스로는 마녀라 칭하고 있음)로 불리는 아리따운 세 누나밑에서 이를 갈며 혹독히? 무공을 배우면서 연공실에서 태반을 살아온 세상모르는 바보입니다. 벽곡단만 입에 대다보니 가끔 몰래 먹여주는 노복 2명의 할아범들의 음식을 가장 좋아하는 바보이죠.
조실부모하고 큰누나인 연하가 가문을 노처녀로 늙어가면서 이끌고 있는 새에 정략결혼이 생겨나고 이를 빌미로 강량은 가출을 합니다. 가출을 한 세상물정 모르는 강량의 기행이 사람들에게 폭소를 가져다주고 정을 새록새록 돋게 해주며 한쪽에는 사랑을 심어주기도 합니다. 1부 클라이막스에는 '무예'에서 보여주었던 그 가슴찢어지게 하던 사랑이 나타나서 또 한번 가슴을 휘저어 놓습니다. 어떤 무협소설에서 이런 연예소설보다도 더 진한 사랑이야기를 다룬 소설은 없을 겁니다. 연애소설이라는 제목을 걸었다면 서점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을지도 모를 정도입니다.
주제는 바보같은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 더 좋다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이 그렇게 바보를 좋아하신다고 하니.. 강량도 바보처럼 굴지만 더없이 따뜻하고 유형제로 잘못알고있던 유소혜에 대한 사랑은 애틋하기만 합니다. 셋째누나인 소하에게 빠져 군무까지 이탈하고 쫓아온 양가창의 황죽창의 전인 양성하도 사람이 어려울때는 말더듬기까지 하는 순하기만 한 사람이구요. 하지만 이러한 양성하가 차가운 성정의 소하에게 감정을 일으키고 있고, 순진하기만 한 강량은 시한부 생명인 유소혜에게 죽기전 하늘님이 마지막으로 웃으라고 보내준 무쇠같은 바보'라며 절망의 삶중에서 웃음과 정, 사랑을 가지게 해주었죠.
강량은 또 좀 어두운 기억이 있죠. 아버지와 어머니가 자기때문에 돌아가신걸 자각하고 주위에서 피빨아먹는 마귀로 불릴 5살때 마음 한켠을 닫은 상태이죠. 명필을 배웠어도 정이없다고 유림의 스승에게 걱정을 들을정도로 말이죠. 이런 강량이 강호행을 나서면서 사람들에게 엄청난 폭소를 안겨줍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도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비뢰도는 초반에 뛰어난 말장난으로 웃겼지만 강량은 그 순진무구한 행동으로 엄청난 유머를 던져주어 강량주위의 인물은 말할것도 없고 저도 무지하게 웃었답니다. 그중 한토막을 들려드리고 싶어도 정황을 알지못하면 재미가 떨어지기에 소개는 못하겠습니다. 강호속에서 동료들로부터 타락도사로 불리는 한때 청성파의 귀재였던 속좁게 보이는 현일자와 순진하기만 한 강량의 바보대결은 남경까지 공손영영을 호위하는 동안 일행과 저를 쉬지않고 웃기게 하는 볼거리였습니다.
소설에서 나오는 무공수준과 신선술, 전설속 이야기들, 경공, 약재와 병명, 용소와 용, 용잡는 포룡사, 고려의 거인족 이야기는 작가님이 실제 모은 방대한 자료의 일부분들로서 소설이라고 거짓부렁으로 지어낸 소재들이 없다는 것이 이 소설의 특징입니다. '무예'의 경우처럼요. 작가님이 실제 청심회라는 하이텔의 선법연구모임의 장을 맡고 계시기도 하구요. 이것은 소설 '무예'의 청심무와 비슷한 이름이기도 하죠.
그런쪽에 계셔서 더 그런지 몰라도 2,3층을 뛰어넘고 노루와 같이 달린다는 이들의 소문을 하도 많이 들어서 자신의 소설의 무공을 자신은 환상이라고 생각지 않는 다는 군요. 저도 그런쪽에 조금 기울여져가고 있는 탓인지 '무예'를 보고선 환상이라는 생각이 절대 들지 않더군요. 이정도면 가능하겠다구요..
마지막으로 겉표지 뒷장에 있는 주제가 될듯한 이백의 시로 여운을 남겨보겠습니다.
무슨 일로 산에 사느냐고 내게 묻기에
웃으며 대답 안 해도 마음만은 한가롭네
복숭아꽃 물에 떠서 아득히 흘러가니
별천지가 있음이요, 인간 세상이 아니로다
-이백
Comment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