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협지를 처음 접한 것은 중학교 3학년 때이다.
그러고보면 이제 십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것 같다.
그 시절의 무협소설이라면 역시 박스무협이다.
종래의 세로판 무협에서 가로판으로 개작되어 나오던 시절.
바야흐로 한국무협의 중흥기라고 불리던 때이다.
그 때 내가 처음으로 읽은 무협소설이 바로 혈객이다.
야설록의 혈객.
온통 시뻘건 표지에 일견 유치해보이기까지 한 내용과 문체.
하지만 난 그 감동을 잊지 못한다.
혈객의 내용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주인공이 무공을 단 삼초밖에 펼칠 수 없는 신세가 되었을 때,
그가 한 말이었다.
정확하게는 기억나지 않는다.
일초는 친구를 위해.
이초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삼초는 이 계절을 위하여.
라고 했던가. 맞는지는 모르겠다. 대충 이런 내용으로 기억한다.
어찌 보면 유치하지만 사춘기의 그 시절 나에게는 낭만의 극치였다.
비장과 낭만.
그 세줄의 문장때문에 난 무협소설에 빠져 들었다.
야설록님의 객시리즈와 금강님의 소설을 밤을 새워 독파하던 시절이었다.
여하튼 지금도 난 그 감동을 잊지 못한다.
요즘 나오는 어설픈 코믹신무협보다는.
일견 초라해보이고 무언가 부족해보이지만,
감동과 비장미, 낭만을 전해주는 그 시절 무협소설이 그립다.
류하연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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