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임달영
작품명 : 유령왕.
출판사 : 시드노벨.
* 미리 말씀드리지만 본 작품의 결정적 미리니름이 타고 있습니다.
00. 시드노벨의 스타트 라인업 작품입죠. 미얄의 추천, 초인동맹, 유령왕. 오트슨 - 반재원 - 임달영이라는 자기 나름대로 이름값이 있는 분들입니다. 하지만 다들 한 이름에만 유독 불안감을 표명했죠. 바로 그게 임.달.영.님입니다. 이유야 뭐, 다들 아시겠지만 말이죠.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분명 임달영님의 데뷔는 소설임이 분명하지만, 자신이 가진 스타일이 소설에 어울리진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한 번 보았습니다. 만화 스토리를 [주]로 써왔던 임달영님이 야심차게 내놓은 라이트노벨이라는 것을 확인하고자. 그렇게 해서 보았던 유령왕은... ...
01. 독자는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야 합니다. 가령, 극을 이끄는 주요 캐릭터가 슬퍼하면 같이 슬퍼하고, 기뻐하면 같이 기뻐하며, 분노하면 같이 분노하는 식이지요. 하지만 제가 임달영님의 여러작품을 접하면서 그런 감정의 물타기를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유령왕 역시 마찬가지였지요. 각 권 마다 다양한 일이 벌어지지만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 했습니다. 여러 명의 캐릭터가 있으며, 각 캐릭터들은 서로 엉키며 다양한 사건을 만들어내지만 정작 감정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냥, 이런 일이 있었구나. 아, 그랬구나. 그래서? 라는 생각만이 맴돌았죠. 전체적으로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본디 드라마가 조금 취약하다 해도 그걸 매꾸는 게 필력입니다. 허나 같은 초기 라인업 작가 분들의 글과 비교해도 그렇게 뛰어난 부분도 찾지 못 했습니다.
02. 작위적. 만들어진 이야기인 이상 작위적일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하지만, 경중의 차이는 있답니다. 하지만 애초에 캐릭터 부터가 작위적인 이상 그런 캐릭터가 벌이는 드라마가 가슴에 와닿을 리가 없지요. 애초에 한국 시골에 서양식 메이드 복을 입고 한 남자를 위해 고추를 말리고 밥을 하며 등목을 시켜주는 시츄에이션은 뭔지(호칭도 그냥 메이드). 한국적인 라이트노벨이라는 것에 집착했기 때문인지 도리어 [한국인으로서 거슬리는 억지 한국적임]이 많습니다. 애매하죠? 하지만 일본의 소재와 요소를 자주 다뤄왔던 임달영님은 그 쪽 요소는 잘 다룰지언정 한국적인 요소를 쓰니 굉장히 어색해지더군요. 마치 한국적인 걸 넣고 싶으니까 되지도 않는 걸 억지로 우겨 넣은 느낌이 강했습니다. 이를 위한 대비책인지 3권에 가면 반전이 하나 일어나지요. 1권에서 2권 까지 수도없이 반복한 작위적임을 한 방에 무너트릴 만한 반전을 말이죠. 하지만 그 조차, 의미 없어 보이는 건 왜 일까요?
03. 반전. 3권에서는 앞서의 모든 이야기를 다시 처음으로 되돌려 버리는 반전이 나옵니다. 엇, 신발 꿈! 이란 거죠. 이제는 너무 흔해서 곰팡이 냄새가 날 정도의 소재를 오랜 작가 생활을 해오신 분이 직접 쓰니 멍 - 해졌습니다. 때문에 앞서의 작위적인 설정과 이야기들이 전부 무효가 됩니다. 어떤 분들은 3권이 작가님의 승리라며 찬양하더군요. 그런데 그 반전의 요소 마저도 수면 안에 숨겨진 이야기의 흐릿함과 산만함에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 합니다. 기껏 집중했던 이야기가 전면 수정 되고, 갑자기 제대로 설명되지도 않는 과거의 다양한 이야기와 캐릭터들이 끼어들기를 해오죠. 과거의 이야기는 제대로 정리도 안 되서 쉽게 와닿지 않으며 수면 위의 이야기는 기껏 바로잡은 집중력이 흐트러집니다. 현재 이야기와 과거 이야기가 만나는 지점에서 산만함과 일부러 보정해왔던 부분들이 폭발해버리는 순간이지요.
결론.
4권에서는 3권에서 흐릿하게 나왔던 주인공의 진정한 과거가 나오며 5권에서는 신 주인공으로 새롭게 이야기가 꾸려진다고 하네요. 하지만 지쳐버렸습니다. 1권, 2권에서 그나마 실날 같이 있었던 보정력이 3권에서 전부 소진 돼 버렸거든요. 더군다나 시드노벨의 특성상 매달 책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제대로 완결도 나지 않으면서 문어발 식으로 작품을 내시는 작가님에 대한 이미지가 책을 읽으며 받았던 느낌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제대로 미간이 찌푸려졌습니다. 기껏 본다고 해도 다음권이 나온다는 보장도 할 수 없고 말이죠.
자신의 주특기가 보강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새롭게 변화한 모습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전형적인 임달영님 작품입니다. 그나마 만화라면 그냥저냥 볼 수도 있겠지만 소설이라는 점은 그 강점 마저도 부족하지요. 일러스트가 있다고는 하지만 만화만큼 시각적인 부분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임달영님의 작품은 언제나 현재의 이야기는 훼이크이고 사실 그보다 더 거대한 이야기를 숨겨놓는 방식을 많이 쓰는데, 결국은 산만함과 집중력 저하라는 결과를 낳네요. 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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